화물연대 파업 닷새째, 산업 전반에 물류 차질이 심각해지고 있다. 시멘트 공급이 거의 되지 않아 수도권 일대 건설 현장이 멈춰 섰다. 자동차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현대차 등의 생산 라인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항만과 내륙 컨테이너 운행률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석유화학단지에도 생산 차질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노동자들은 정부의 “불법 엄정 대처” 방침 속에 곳곳에서 벌어지는 경찰 탄압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본지는 파업 투쟁 현장을 찾아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취재했다.

울산 현대차, 석유화학단지
“현대차를 멈췄다. 노동자의 힘을 확인하다”

김지태

6월 8일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이 시작되면서, 울산 석유화학단지, 현대자동차, 울산신항 등에서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진입 통로 네 곳과 울산신항은 화물 노동자들의 통제로 화물차들이 지나다니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단지에 있는 21개 기업들의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농성 중인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들은 난처해질 겁니다. 계속 생산하지 못하면 원료가 굳거든요.”

바로 이런 상황을 우려해서 정부는 파업을 탄압하고 있다. 파업 첫날부터 석유화학단지에서 투쟁하는 노동자 4명을 연행했고, 노조 간부 1명을 구속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굳건히 버티며 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현대차 4공장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는 화물 노동자들 ⓒ김지태

현대자동차도 생산에 타격이 커지고 있다. 카캐리어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사용자 측이 완성차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아차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 사용자 측은 궁여지책으로 완성차를 일일이 운전해 납품(‘로드탁송’)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화물 노동자들도 일손을 멈췄다. 화물차로 항상 붐비던 현대차 울산공장 앞은 대낮에도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이로 인해 현대차 울산공장은 6월 8일부터 라인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화물 노동자들이 운송하는 철강, 타이어 등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자재 수송에 차질이 생기면서 타격이 누적되고 있다고 한다.

사용자 측은 파업에 대비해 부품을 미리 챙겨놨고 대체 차량을 급히 투입했다. 그러나 파업이 본격화되고 길어지면서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사용자 측이 생산 효율성을 높이려고 만든 적시 생산 시스템(부품을 쌓아놓지 않고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힘을 키운 것이다.

정부와 기업주·보수 언론들은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손실이 막대하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간 국가와 기업들이 화물 노동자들의 노동에 얼마나 의존해 왔는지를 보여 줄 뿐이다. 이런 비난에 대해 노동자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왜 기업들의 손해만 부각합니까? 노동자들은 파업 한 번 하면 생계 문제가 커집니다. 그만큼 우리는 절박합니다.”

자신감

6월 8일부터 울산·경북·포항·경주 등에서 부품을 운반하는 화물 노동자들이 현대차 울산공장의 6개 출입문 앞에서 매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 노동자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1차 부품사(현대글로비스) 화물 노동자의 70퍼센트가 화물연대 소속입니다. 우리가 멈추면 현대자동차도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파업 노동자들은 자동차 부품을 실어 나르는 비조합원 차량들에 팻말을 들어 보이며 연대를 호소했다. 파업 노동자들이 비조합원 차량을 막아서 돌려보낸 곳도 있었다. 비조합원이 파업 노동자들에게 공감을 표현하며 지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농성에 참가한 노동자 중에는 지난 4월, 3일간의 단호한 파업으로 현대차 생산에 타격을 입히고 승리한 화물연대 세원지회 조합원도 있었다.

“그땐 우리가 순진했죠. 사측이 부품을 옮길 여지를 남겼으니까요. 그래서 하루 만에 이길 걸 3일이나 걸렸습니다. 저는 노동자가 약자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이기고 보니 노동자야말로 강자더군요.”

“우리도 유가 급등으로 일해 봐야 남는 게 없습니다. 그런데 부품사 화물 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에도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전운임제의 전 차종·전 품목 확대가 필요합니다.”

현대·기아차의 화물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의 의미 있는 연대 소식도 있었다. 현대·기아차의 노동자연대 회원들은 동료들에게 파업 지지 인증샷을 받았다.

노동자들은 화물 노동자 파업을 적극 지지했다고 한다. “기름값이 엄청 올랐던데 당연히 화물 노동자들이 이겨야 한다”, “윤석열에게 본때를 보여 주자”, “민주노총의 연대 집회도 필요하다”.

이런 기층의 연대가 더 확대돼야 한다.

6월 7일 울산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 ⓒ정동석

부산신항
“정부의 현 대책은 무용지물. 우리는 절박합니다”

정성휘

화물연대 부산본부, 위수탁본부 소속 노동자들이 부산신항에서 투쟁하고 있다. 부산항은 2020년 컨테이너 물동량 세계 7위를 기록한 국제적인 물류 중심지다.

화물 노동자 800여 명이 매일 아침 부산신항 앞에 모여 결의대회를 하고, 부산신항 이곳저곳의 입구와 북항, 배후 단지 등으로 흩어져 봉쇄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대체수송 등 파업 파괴 행위에 항의하는 것이다.

부산신항 앞에서 옆린 파업 집회 ⓒ정성휘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상황이 심각해 투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이제 조금 나아지려는데 우리 생활이 굉장히 어렵게 됐습니다. 지금 기름값이 300만 원 가까이 나옵니다. 우리 수입이 4분의 1로 줄어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절박합니다.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옥희흥 위수탁본부 컨테이너지부장)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이지만 원청에서는 신경 쓰지도 않습니다. 정부도 손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은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서용신 코카콜라지회 조합원)

“타이어 값도 35퍼센트 올랐습니다. ...  [생명이 걸려 있는 안전의 문제지만] 지금 화물 노동자들은 생명까지 신경 쓸 여유도 없습니다. 경제성만 따져도 어려운 상황입니다.”(고정기 부산본부 양산지부장)

고유가와 안전운임제 일몰에 대한 불만이 높아서 비조합원들도 투쟁을 지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일이다. 꼭 도와주겠다” 하며 나서는 비조합원들이 있다는 것이다.

소수이지만 비조합원이 집회에 참가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집회에는 참가하지 못하지만 수송을 하지 않는 식으로 파업에 힘을 실어 주는 비조합원도 꽤 있다고 한다. 덕분에 이전 파업 때보다 항만에 오가며 사측의 파업 파괴 시도에 동참하는 차량이 눈에 띄게 적다고 한다.

이렇듯 고통스러운 현실에도 윤석열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노동 기치를 분명히 한 정권답다. 노동자들은 투지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의 정당한 목소리를 제압하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화물 노동자들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이 탄압을 경고하고 있지만 경찰 눈치 살피면서 투쟁할 수는 없습니다. 조합원들도 다들 악에 받쳐 있는 상태입니다.”

고정기 양산지부장은 이 투쟁이 화물연대 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니라고 말했다. 안전운임제로 도로의 안전이 나아지게 됐기 때문이다. 안전운임제가 후퇴하면 도로의 안전도 후퇴할 수 있다.

“예전에는 대기 시간이 많았습니다.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상차 시간이 명시됐고, 이를 넘기면 오버차지[추가 비용]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노동시간이 줄었습니다. 심야운행에도 할증이 붙어 이제 화주들이 심야운행을 안 시키게 됐습니다.”

고정기 지부장은 서민들 생계난에 관심 없는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며, 이 투쟁이 고물가·고유가로 고통받는 평범한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 자본은 배를 불리고 있는데 정부는 개입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세력이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대변해 화물연대가 나선 것입니다.”

옳은 말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은 광범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고정기 지부장은 민주당의 위선을 꼬집었다.

“민주당이 중재자를 자임하려는 것은 쇼일 뿐입니다. 여당일 때 왜 안하고 이 상황을 만들어 놓았습니까? 민주당은 믿을 수 없는 세력입니다.”

파업 첫날 결의대회에서 집회 대열 옆으로 부산신항에서 빠져나오는 열차가 연대와 지지의 의미로 경적을 울렸다. 화물 노동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때마침 연대 발언 중이던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장은 대체수송 거부지침을 약속했다.

한 노동자는 “어쩌다 보니 우리가 맨 앞에 나서서 우파 정부와 싸우게 됐다”며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지지와 연대가 확대돼야 한다.

ⓒ제공 화물연대 위수탁본부 김상진 선전국장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
“비조합원들도 참여. 일요일처럼 차가 없어요”

강철구, 백선희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출입 화물의 보관과 운송을 담당하는 ‘내륙 항만’이라 불리는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의왕ICD)가 멈췄다. 의왕ICD 정문에는 컨테이너 차량들이 거의 드나들지 않았다.

군복을 입은 군인이 운전하는 군차량이 대체차량으로 출입하고 있고, 일부 화물차들이 경찰의 보호 하에 출입하고 있을 뿐이었다. 경찰은 이들 차량들을 출입을 위해 6월 10일에 기지 출구에서 화물차의 출차를 막던 조합원 7명을 연행하기도 했다.

의왕기지에서 대체수송을 위해 군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강철구

의왕ICD는 지난 3년간 안전운임제를 적용받아 온 수출입컨테이너 차량이 출입하는 곳이다. 안전운임제로 과적, 과속, 과로가 줄고 노동조건이 개선됐는데, 투쟁으로 얻은 노동조건 개선을 뺏어 가려 하니 비조합원들도 분노할 수밖에 없다.

권정만 서경지부 조합원은 “비조합원들이 거의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며 “평상시에는 차량 수천 대가 지나다니는데 지금은 마치 일요일처럼 차량이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의왕기지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파업 집회 ⓒ양선경

컨테이너 차량을 운전하는 한 노동자는 “우리는 대형 컨테이너를 몰아도 수입이 적다. 가족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내 아들들은 30대 중반인데 아직 대학 학자금을 갚고 있다” 하고 말했다.

안병대 화물연대 홈플러스지부장은 “화물연대가 2003년 출범 때부터 거의 20년간 투쟁해서 안전운임제를 만들었는데, 3년간 시험만 하고 이제 투쟁의 성과를 다시 뺏어 가려 한다” 하며 정부를 비난했다.

“현재 부산항, 평택항, 인천항 다 막혔습니다. 컨테이너 움직이지 않습니다. 여수화학단지, 울산화학단지는 마비됐어요. 옛날에는 공장들이 원자재를 한 달씩 쌓아 놨는데, 요즘은 하루 이틀 치 재고만 쌓고 있어요. 그래서 작은 공장들은 다 멈춰 서게 돼 있습니다.”

한 노동자는 “경찰이 업무방해죄 운운하는데, 업무방해죄는 1800년대 프랑스에서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만든 형법을 일본이 이어받았고, 한국이 이를 이어받은 것이다”며 업무방해죄는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기름값 인상에 대한 대책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협물류 소속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안전운임제 대상이 아니예요. 그런데 당장 먹고 살기 어려워 파업에 동참하고 있어요. 경유가 2000원이 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유류세를 인하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유류세 환급이 줄어들어서 오히려 더 손해입니다.”

강성학 카캐리어파인 분회장은 안전운임제가 전체 화물 노동자들에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안전운임제 적용은 안 되지만 비적용 대상자들도 안전운임제를 운송비 책정 기준으로 삼습니다.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면 사측은 운송비를 임의로 측정해버려 더 열악해집니다.”

카캐리어 노동자들의 불만은 노조 가입 증대로 이어졌다. 기아차를 수송하는 백현관 카캐리어현성 분회장은 말했다.

“지난해 11월에 카캐리어 전체 조합원이 35명에서 현재 240명으로 늘었어요. 광명이나 화성은 대부분 노조에 가입한 상태입니다.

“현대차 아산공장, 기아차 광명공장, 기아차 소하리공장의 수출용 차가 모두 평택항으로 들어옵니다. 공장에서 완성차를 만들어도, 평택항으로 출고가 되지 않고 공장 부지에 차를 적재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부지에 여유가 없는 광명공장 같은 곳은 차량을 적재할 공간이 적어 조만간 생산에 차질이 벌어질 수 있어요.”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쉽게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장기전을 각오하고 투쟁에 돌입했다는 노동자들도 많다.

의왕기지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파업 집회 ⓒ이미진
의왕기지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파업 집회 ⓒ강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