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노동자들이 6월 7일부터 14일까지 8일간 전국적인 파업으로 위력을 보여 줬다.

국토부와 화물연대 간 협상으로 일단 파업이 종료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 이번 파업은 여러모로 곱씹어볼 만한 의의가 있다. 국내외적으로 물가 폭등에 따른 생계비 위기가 첨예해진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고통전가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는 점,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우파 정부하에서 벌어진 첫 대규모 파업이었다는 점 등에서 투쟁은 정치적인 성격도 띠었다.

생계비 위기에 맞선 저항의 포문을 열다

전 세계는 지금 생계비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식료품 가격과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저항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제3세계에서는 혁명으로 발전한 나라들도 있다(스리랑카, 수단 등).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튀니지, 이란, 페루 등 곳곳에서 격렬한 거리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친 듯이 뛰는 물가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기름값, 식료품 가격,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까지 올랐다. 정부가 긴급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방안들은 ‘속 빈 강정’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 폭등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지 말라”는 화물 노동자들의 외침은 고물가에 신음하는 많은 노동자들의 공감을 샀다.

높은 분노와 투지로 강단 있게 싸운 화물 노동자들 ⓒ이미진

화물 노동자들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격심한 고통을 겪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기가 위축됐다가 회복되면서 공급망 교란 사태가 벌어졌고, 그 속에서 유가가 오르고 요소수 가격이 폭등했다. 올해 들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름값이 사상 최대치로 뛰었다.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돈과 무기를 지원하고, 정유사와 기업들의 가격 인상을 방치하며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지금의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데도 그 고통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졌다. 정부와 사용자들의 무대책과 비용 전가 속에 화물 노동자들은 매월 200만 원가량 수입이 줄어 생활비가 쪼들리고 빚이 쌓였다. 화물 노동자들이 불만과 투지를 드러내며 투쟁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파업은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한 것도 그런 압력의 반영이다. 화물 노동자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화물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유가보조금은 유류세와 연동돼 있다), 다른 노동자들에게는 약간의 개선이다.

한국노총 소속의 레미콘 건설 노동자들이 운송료 30퍼센트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나선 것은 이런 개선에 고무받은 사례다. 사업장·부문별로 임금 협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하투(夏鬪)가 더 격렬해질 수 있다는 사용자들의 걱정도 나온다.

물류를 멈춰 세울 잠재력을 드러내다

화물 노동자들이 파업한 지 일주일 만에 정부와 사용자들은 일부 산업의 “셧다운 위기”를 걱정해야 했다. 주요 항만, 컨테이너 기지가 마비됐고, 석유화학단지, 시멘트와 자동차 공장 등이 생산 차질을 빚었다. 정부가 집계한 손실액은 1조 6000억 원에 달했다.

노동자들은 집단적으로 뭉쳐 이윤에 타격을 가할 힘이 있음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광범한 분노 속에 비조합원들도 대거 파업에 동참했다. 노동자들은 “불법,” “폭력” 비난에 굴하지 않고 강단 있게 대체수송(파업 파괴 행위)을 저지하며 싸웠다.

이번 파업의 위력은 특히 화물 노동자들이 하는 일의 성격에서 비롯했다.

육상 화물 운송은 한국 물류산업의 동맥과 같다. 물동량의 90퍼센트 이상이 도로 운송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물류가 멈추면 경제 전체에 미치는 타격이 엄청 크다. 세계적 공급망 교란 사태가 보여 주듯이, 세계화된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물류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중요성은 매우 커졌다.

현대차 등 자동차 기업들의 적시생산 시스템도 취약성을 드러냈다. 재고를 남기지 않고 그때그때 생산하는 구조이다 보니 화물 노동자 파업에 속수무책이었다. 3만 개 가까이 되는 자동차 부품 중 하나라도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생산이 중단되는 것이다.

위력을 보여준 화물연대 파업 마비된 의왕 내륙컨테이너 기지 ⓒ이미진

재등장 우파 정부의 위신을 깎아 내리다

이 투쟁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첫 대규모 파업으로, 향후 “노정 관계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물가 폭등이 광범한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투쟁의 성패가 더 많은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투쟁에 미칠 영향도 작지 않았다.

사실 윤석열 정부는 대선에서 간신히 당선했고, 지방선거 승리 이후에도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그리 강력하지는 못하다. 그럼에도 노동자 투쟁에 “법치의 원칙”을 세우겠다고 강조해 온 만큼 화물연대 파업을 강경 진압할 것이라는 걱정도 일각에선 나왔다.

파업 초기 윤석열은 “노사 문제일 뿐”이라며 무개입과 무관용 원칙을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업으로 인한 산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결국 정부는 직접 교섭에 나서며 타협을 설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세운 말과 달리 처음부터 스텝이 꼬인 셈이다.

이 때문에 재계와 친기업 언론들은 파업 중단을 환영했지만, 예상보다 강경하지 못한 정부의 태도를 불평하기도 했다. “‘불법’이 통한다는 선례를 또 남겼다”(〈한국경제〉)면서 말이다.

이후 과제

이번 파업에 걸린 판돈이 컸던 만큼, 만만찮은 투쟁과 강력한 연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노동자들도 온전한 승리를 얻어 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파업 일주일째인 6월 13일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쇼크’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특히 파업의 효과가 커지는 상황에서 화물연대 지도부는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은 듯하다. 투쟁의 판돈이 커질수록 협상을 중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이 타결됐지만, 일주일 넘게 싸워 온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효과는 불균등한 듯하다.

현재 안전운임제를 적용 받고 있는 일부 노동자들은 이 합의안이 실제로 적용되면 고유가로 줄어든 소득을 어느 정도 벌충할 수 있다. 그러지 못한 일부 노동자들은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을 듯하다. 적잖은 노동자들은 “투쟁을 더 밀어붙여 요구를 따낼 기회였다”며 아쉬워했다.

정부의 약속 이행 여부, 관련법 개정 여부 등에 따라 노동자들은 다시 투쟁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지금도 유가는 계속 고공 행진 중이다. 물가 폭등으로 인한 생계비 위기는 지속·악화될 공산이 크다. 이에 맞서 임금 인상, 정부의 대책 등을 위한 다른 노동자들의 저항이 확대돼야 한다.

📱 스마트폰 앱으로 〈노동자 연대〉를 만나 보세요!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아이폰 앱 다운로드

📮 매일 아침 이메일로 〈노동자 연대〉를 구독하세요! 아이폰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