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6월 23일 열린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영상 보기)의 발제문이다.


대통령 윤석열이 6월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다. 한국 정상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나토 역사상 처음이다. 한국 외에도 나토 비회원국 정상 여럿이 이번 회의에 참석할 예정인데, 일본·호주·뉴질랜드·스웨덴 등이 그런 국가들이다. 우크라이나 정상도 이 회의에 참석한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국가들의 면면은 이번 회의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확대를 위한 회의다. 한국 정부도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더 깊숙이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또, 이번 회의는 나토의 새로운 ‘전략 개념’을 채택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러시아를 ‘전략적 적’으로 규정하고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나토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불러 모은 이유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성격과 윤석열 참석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루기로 하고, 우선 이번 회의가 열리는 중요한 배경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을 살펴보자.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실로 엄청난 야만을 몰고 왔다. 러시아군은 군·민간 시설을 가리지 않고 포격하고, 민간인 학살을 저질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난민이 됐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제국주의적 충돌이라는 이 전쟁의 성격이 점점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전쟁 초 136억 달러였던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는 총 540억 달러로 늘어났다. 지난해 러시아 국방예산에 육박하는 규모다. 나토의 지원도 더 늘 것이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인들을 앞세워 러시아와 대리전을 벌이는 것이다.

〈노동자 연대〉 신문은 처음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와 서방의 제국주의 간 충돌이라고 지적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할 뿐 아니라 확전을 낳을 서방의 제재와 무기 지원에도 반대했다. 한국 정부가 이에 협조하는 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과 러시아의 충돌이라는 점은 강대국 간 직접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아직 전장은 우크라이나에 한정돼 있지만, 동유럽에는 많은 나토군이 전진 배치돼 있다.

물론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은 피하려 해 왔지만, 근본에서는 확전의 논리가 계속 작동했다. 승리를 위해서는 갈수록 더 강력한 무기, 더 많은 훈련과 인적 지원을 해야 했다.

서방이 지원하는 무기는 갈수록 위력적이고 그 사정거리도 길어져 러시아 본토를 위협할 수 있게 됐고, 이는 다시 러시아의 대응을 자극했다. 러시아가 소형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서방 제국주의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의존도 커졌다. 전쟁이 무기와 물량을 끊임없이 퍼붓는 소모전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탄약 부족과 병력 손실을 미국이 계속 보충해 주기를 바란다.

소모전은 커다란 고통을 낳을 것이다. 양측 모두 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은 우크라이나 인구의 90퍼센트가 빈곤선 이하에서 살게 될 위험에 처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심화된 문제 하나는 세계 곳곳에서 물가 상승, 에너지 위기, 식량 위기로 노동자·서민이 생계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 비용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나토의 성격

우크라이나 전쟁이 낳은 또 다른 중요한 효과는 서방 제국주의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서방 국가들은 이 전쟁을 계기로 군비를 늘리고 있고, 나토의 결속력도 강화됐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입은 상처를 만회하고, 러시아를 굴복시킨 뒤 중국과의 대결로 나아가려 한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이다.

이 회의의 의미를 살펴보기 전에 나토의 역사와 성격을 간단히 살펴보자.

흔히 나토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연합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나토의 역사는 그것과 거리가 멀다. 나토는 회원국 그리스의 1960~70년대 군사 독재를 용인했고, 오늘날에는 이스라엘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벌어지는 지독한 억압을 묵인한다.

나토는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 회원국들의 연합인 듯한 외관을 하고 있지만, 본질은 미국 제국주의의 힘을 확대하고 투사하는 기구다. 나토의 최고 군사령관은 창설된 이래 죽 미군 장성들이 맡았다. 미국의 군비 지출은 나머지 나토 국가들의 총 군비 지출을 능가한다.

나토는 냉전 초기인 1949년 소련에 맞선 방어적인 군사 동맹을 표방하며 출범했다. 나토는 소련 블록을 견제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미국이 유럽의 동맹국들을 결집시키는 수단이기도 했다.

미국의 패권 유지 기구라는 본질은 나토의 개입 역사에서 잘 드러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토의 개입이 두각을 보인 것은 냉전 이후였는데, 미국은 나토를 통해 1990년대 발칸 전쟁에 개입하고 나토를 동쪽으로 확대했다.

당시 나토의 유고슬라비아 폭격은 유엔 승인 없이 유엔 회원국을 공격한 것이었다. 요즘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칙 기반 국제 사회를 뒤흔드는 러시아’와 ‘이를 지키려는 나토’의 대결처럼 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토의 발칸 전쟁은 미국과 나토도 ‘국제 규칙’ 수호에는 관심이 없고 패권을 더 중시함을 보여 준다.

미국은 소련 붕괴 이후 동유럽 국가들로 나토를 확장해 러시아를 포위하는 동시에 유럽 국가들을 자기 지도력하에 묶어 두려 했는데, 이 정책은 이번 전쟁의 근원과 맞닿아 있다.

이처럼 나토의 확장을 제국주의 경쟁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소련 붕괴 후 약화된 러시아는 미국의 위협이 되지 못했다면서, 나토 확장을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냉전에서 패배했어도 러시아는 여전히 방대한 자원을 보유한 군사 강국이었다. 미국은 전략적 이익을 위해 옛 소련의 변경으로 진출했지만, 러시아는 기회가 되면 언제든 그에 대한 영향력을 되찾으려 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의미

미국 제국주의는 한동안 후퇴를 겪었다. 중동에서 벌인 전쟁은 수렁이 됐고, 미국은 2008년 세계경제 위기의 진앙지였다. 반면, 국력을 다소 회복한 러시아는 조지아에서 전쟁을 일으켜 지역 영향력을 일부 회복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미국이 구축한 기존 동맹 체계를 흔들면서 서방의 결속은 최악으로 치닫기도 했다. 2019년에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일갈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나토는 다시 활기를 얻었다.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회원국들을 결집시켰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는 기세를 몰아 두 가지를 강력하게 추진하려 한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을 결의하고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6월 15일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들이 우크라이나 국방장관과 만났는데, 그 뒤 나토 사무총장 스톨텐베르그는 “동맹국들이 추가적인 지원, 특히 중화기와 장거리 체계 지원”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 동부에 배치된 나토 전투단을 강화하고 신속한 병력 증원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하나는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토의 ‘중심축을 전환’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나토의 중장기적 방향으로 정식화하고, 인도-태평양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강화하려 한다.

윤석열 정부의 회의 참석은 나토가 추진하려는 이 두 가지에 힘을 보태는 것이다.

이것은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에 일조하는 행위다. 이미 한국 정부는 500억 원 규모의 군수 물자와 의약품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캐나다에 포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무기를 간접 지원하고 있다.

지원을 통해 확전 추세가 강화되면, 전술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위험이 더욱 증대할 것이다. 또한 전쟁의 지속은 물가 폭등으로 인한 전 세계 노동자·서민의 고통을 심화시킬 것이다.

둘째, 윤석열 정부가 나토의 새 전략 개념을 지지하는 것은 아시아의 긴장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하는 행위다. 6월 12일에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 간에 오고 간 험악한 말들은 둘 사이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대만 문제를 놓고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면 한국은 직접적으로 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처지다.

윤석열 정부는 제국주의 전쟁에 동참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 한다. 그러나 이는 세계와 아시아 모두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리고, 전 세계 평범한 사람들의 생계를 위기에 몰아넣는 짓이다. 윤석열의 나토 정상회의 참가를 규탄하고 반대해야 한다.

반전운동의 쟁점과 과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국제 반전운동 내에서는 첨예한 논쟁이 벌어져 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특히 무기 지원을 둘러싼 논쟁이 첨예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제적으로 개혁주의자들은 미국과 나토의 전쟁 지원을 지지하거나 침묵하고 있다. 미국의 오카시오-코르테스로 대표되는 좌파 의원들, 영국 노동당 좌파 등이 그런 입장이다. 한국의 정의당도 서방의 개입을 비판하지 않고, 윤석열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도 비판하지 않고 있다.

애초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지 않던 참여연대 등 주요 NGO와 민주노총은 최근에는 한국 정부의 무기 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일부 활동가들은 ‘그렇다고 러시아와 싸우겠다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외면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무기 지원을 반대할 수 없다는 고민에 빠져 있다.

이런 논쟁의 근원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 문제가 있다. 현재 전쟁이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라는 형태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 전쟁을 제국주의 간 충돌로 보지 않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전쟁의 핵심이 우크라이나인들의 자결권이라고 강조한다. 대리전이라는 규정은 우크라이나인들의 능동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국제적으로 급진좌파 일부가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사회진보연대가 대표적으로 이런 입장이다. 사회진보연대는 무기 지원도 지지한다.

그러나 이 전쟁을 대리전이라고 규정한다고 해서 우크라이나가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말은 아니다. 과거 대리전들에서도 대리자 구실을 한 세력은 모두 나름의 이해관계와 능동성이 있었다. 그럼에도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과 서방의 영향력이 결정적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물론 혁명가들은 민족 억압에 반대하고 억압받는 민족의 자결권을 지지한다. 그러나 이것은 민족의 분리·독립을 포함한 자결권이 절대선이어서가 아니라 국제 노동계급을 단결시키고 제국주의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다. 이 점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또 다른 억압을 낳거나 제국주의를 강화시키는 민족주의 운동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제1차세계대전 당시 영국·프랑스·러시아 제국주의에 대항해 독일 제국주의와 손잡은 폴란드 민족 운동이 그런 사례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서방 제국주의의 대리자 구실을 수행하고 있다. 그들의 승리는 결국 서방 제국주의를 강화시켜 전 세계를 더 위험한 충돌로 이끌 것이다.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전쟁을 지원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완전한 위선이다. 확전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인들 자신이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소모전 속에서 죽어 나가더라도 이 기회를 이용해 러시아를 굴복시키려는 것이다.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위해서 말이다.

두 제국주의 모두에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현재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좌파들의 취약성 때문이다. 그러나 어렵더라도 참을성 있게 원칙 있는 반제국주의 저항을 건설해야 한다. 특히 자국 정부의 전쟁 지원에 반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확전 추세가 뚜렷하기 때문에 전술 핵무기 사용 대두 같은 심각한 사태 전개가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신속하게 반전운동을 확대하도록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식량 위기와 서민 생계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스리랑카 등지에서 저항이 벌어지고 있고, 같은 맥락에서 한국에서도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화물연대 파업이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물가 상승에 대한 반발로 러시아 제재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혁명가들은 반전운동과 생계비 위기에 대한 불만을 연결시켜야 한다. 노동계급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대가를 치러서는 안 된다는 것, 전쟁 지원이 노동계급의 생계에 대한 간접적 공격이라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하며 원칙 있는 전쟁 반대 입장으로 반전운동의 기반을 다지고, 사태 전개의 변화를 주시하며 운동을 확대할 기회를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