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제국주의 열강(강대국들)이 우크라이나 국경 안팎에서 전쟁의 다음 국면을 준비하고 있다.

6월 29∼30일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 하나는 동유럽 주둔 나토 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신청한 데 이어,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가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미국의 아시아 핵심 동맹국들의 회의 참석은 “중국의 도전”에 대처할 방안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국을 겨냥하는 나토의 새 ‘전략 개념’에 대해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가령 프랑스와 독일은 중국을 겨냥하는 것에 대해 비교적 신중하다.

나토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으로 시진핑은 푸틴과 공식 전화 통화를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한 이 통화에서 둘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6월 23일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가 열렸다. 브릭스 5개국 외에 13개국이 참석해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세 과시를 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해 제국주의적 경쟁을 격화시키는 열강에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대할 수가 없다.

‘고기 분쇄기’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1차세계대전 당시 지루한 참호전 속에 벌어진 ‘고기 분쇄기’ 전투와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 1916년 2월 독일군은 프랑스의 전략적 요충지 베르됭에 프랑스군의 전력을 집중시켜 한꺼번에 분쇄하겠다는 ‘고기 분쇄기’ 작전을 폈다.

이를 좌절시키기 위해 프랑스군도 베르됭에 막대한 화력과 병력을 지속적으로 투입했다. 이 전투로 10개월 동안 희생된 양군의 사상자는 70만 명에 달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도 겨우 수백 제곱미터의 땅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병사들이 죽고 다친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들은 사상자가 매일 1000명씩 나오고, 이 중 100∼200명이 전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몇 달째 공식적인 전사자 수 집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소모전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 ⓒ출처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책본부

이런 상황에서 미국 등 나토가 채택한 전략은 “소모전”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군사력을 강화시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 장기전을 치르다 기진맥진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소모전을 지속하려면 병력과 화력이 끊임없이 뒷받침돼야 한다. 6월 15일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에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열린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그룹’ 3차 회의에서 미국 합참의장 마크 밀리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 현황을 밝혔다.

“국제 사회가 거의 9만 7000기의 대전차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전 세계 전차 대수보다 더 많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탱크 200대를 요청했는데, 237대의 탱크를 제공받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100대의 보병 전투 장갑차를 요청했는데, 300대를 받았다.”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그룹’은 매달 정기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논의한다. 미국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이 주재하고, 나토 회원국 30개국과 비회원국 약 20개국의 국방 당국자들이 참석한다. 한국도 참가하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국방차관 신범철은 구체적인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한국 정부에 무기 지원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그룹’ 같은 “국제 사회”가 무기와 탄약을 보내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결국 전쟁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것은 미국과 나토이고, 이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대리전을 치르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은 미국과 나토가 보낸 무기로 러시아 제국주의와 싸우고 있다.

“전쟁이 수년 걸릴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나토의 어려움은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만만찮다는 점이다. 덕분에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어마어마한 포탄을 쏟아붓고 있다.

6월 26일 돈바스 지역의 요충지 세베로도네츠크가 결국 러시아에 의해 함락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이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은 나토 측에 확전의 압력을 더 가할 것이다.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세베로도네츠크 함락 며칠 전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것[우크라이나 전쟁]이 수년 걸릴 수 있다는 사실에 대비해야 한다.

“군사 지원뿐 아니라 에너지·식품 가격이 올라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해선 안 된다.”(〈빌트〉 6월 19일 보도)

사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아무리 많은 무기를 지원해도 우크라이나군은 목숨을 건 방어 전투 이상을 할 수가 없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공세에 저항하다 밀려 퇴각하고, 다른 지역에서 새 방어선을 구축하고 반격하는 양상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우크라이나는 더욱 생지옥이 돼 가고 있다.

6월 23일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에 유럽연합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기로 합의했는데, 우크라이나에 연대 메시지를 보내는 상징적 행동일 것이다.(물론 전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벌써부터 유럽연합 가입 협상이 10년 넘게 걸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러시아가 굴욕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대선과 총선이 끝난 지금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에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세자르 자주포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런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2월 24일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가 잃은 영토를 수복하는 것? 돈바스 지방과 크림반도를 탈환하는 것? 러시아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묶어 두는 것?

현재 서방 정부들에게는 이 질문에 대한 뾰족한 답이 없다. 그럴수록 전쟁은 장기화되고, 전쟁의 희생과 고통, 비용은 고스란히 노동계급과 보통 사람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전쟁의 참상, 전쟁이 극적으로 악화시킨 에너지·식량 위기, 양쪽 지배자들이 위기 대응책으로 채택한 금리 인상이 전 세계 노동자·서민을 덮치고 있다.

우리는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과 생계비 위기에 저항하는 운동을 건설하고, 그 둘을 서로 연결시키려고 애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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