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 기관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나섰다.

윤석열은 공공 기관 부채가 583조 원에 이른다며 거품을 물었다. “공공 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윤석열), “이번에는 흐지부지되지 않을 것”(한덕수) 등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공공 기관 부채를 감소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공공 기관의 조직·인력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복리후생을 축소하고, 공공 기관 사업 가운데 민간 기업과 경합하거나 다른 기관과 겹치는 사업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연공급제(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바꾸겠다고도 한다.

한마디로 긴축을 골자로 한 민영화 추진과 공공 서비스 악화, 노동자 임금과 조건 후퇴 등 신자유주의 공격을 예고한 셈이다.

‘착한 적자’

정부는 공공 기관 부채가 경제에 부담을 주는 해악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그 부채의 상당수는 공공 서비스와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한 ‘착한 적자’다.

철도 노동자들의 민영화 반대 요구는 정당하다 6월 28일 철도노동자 결의대회 ⓒ이미진

가령, 철도공사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한 해 마다 적자가 1조 2000억 원씩 급격히 증가했다. 좌석 거리두기 등 정부의 방역 방침을 준수하며 열차를 운행하면서 적자가 늘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부채가 쌓인 것이다.

반면, 정부는 “공항철도를 비롯한 민자철도의 경우 최소 비용 보장 등의 명목으로 코로나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고 있다.”(철도노조) 공공 서비스 지원은 나 몰라라 하면서 민간 기업들만 지원해 주는 이중적인 행보를 보여온 것이다.

최근 국무총리 한덕수가 ‘혁신 대상 1호’로 지목한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올해 1분기 약 8조 원의 적자를 냈고 연간 적자 규모가 최대 3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 적자의 주 원인은 전기를 생산하는 원료 가격 상승이다. 그간 한국의 전기 요금은 OECD 평균보다 낮게 유지돼 왔는데, 연료비 급등으로 한전은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전기는 필수적인 공공재인 만큼, 정부는 노동자·서민이 싼값에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반대로 전기·가스 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수익성 잣대

윤석열 정부는 공공 기관 부채 증가를 빌미로 공공 기관에 수익성 논리를 강화하고, 구조조정과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할 기회로 적극 활용하려 한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전력·철도·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려 한다. 전기 판매 부문을 민간 기업에 개방하고, 철도 운영과 시설의 분리를 더욱 강화하고, 민간 병원들의 영역을 넓히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이다.

민영화는 공공 서비스에 수익성 논리를 강화해 요금 인상과 서비스질 하락을 불러 온다. 민간 기업들에게는 돈벌이 수단을 제공하는 대신,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비용 부담 등 고통을 주는 것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공공 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기준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평가 기준에서 공공성 항목을 줄이고 수익성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재무 성과 비중을 높이고 기능·인력 조정 등 생산성 제고 노력을 성과급과 연동시키겠다고 한다.

이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긴축 정책의 일환이다. 깊어지는 경제 위기에 직면해 공공 부문부터 부채와 비용을 줄여 나가며 위기에 대응할 여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 기관의 ‘생산성 저하’와 ‘고임금’을 비난하고 나선 것도 이런 공격의 일환이다. 공공 부문 노동자들의 임금 등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강도 높은 공공 기관 구조조정을 예고했지만, 이것이 뜻대로 관철되리란 보장은 없다.

역대 정부들이 추진한 신자유주의 긴축과 민영화 정책과 이로 인한 고통 때문에, 이에 대한 노동계급의 반감이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면서도 한사코 ‘민영화가 아니’라고 우기는 이유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시작도 성과연봉제 강행에 맞선 공공 기관 노동자 파업이었다.

민영화,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자들의 저항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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