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세대 학생 3명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를 상대로 형사고소에 이어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항의 행동으로 “수업권이 침해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분노의 화살은 완전히 잘못 겨눠졌다.

첫째, 대학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이 쾌적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건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땀과 노고 덕분이다. “수업권”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에는 노동자들의 노동도 있다.

둘째, 문제의 책임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한사코 외면해 온 연세대 당국에 있지 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연세대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연세대 당국에 요구해 왔다.

노동자들은 시급을 올해(2022년) 최저임금 인상분인 440원만큼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실 급격한 물가 상승에 견주면 최저임금 인상분은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그런데도 연세대 당국은 이마저 외면하고 있다. 최저임금만큼의 임금 인상이라는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요구를 연세대 당국은 매년 무시해 왔다.

이 때문에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학교 당국에 맞서 투쟁에 나선 것이다. 수개월간 교섭과 대화를 해도 학교 당국과 하청업체들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셋째, 노동자들이 조용히 요구하면 학교 당국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는 등 항의 목소리를 내고 투쟁에 나서는 이유이다.

연세대 학생이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지지하고 있다 ⓒ임재경

사실 학생들의 수업권 개선 요구도 시끄럽게 소리를 내고 항의하지 않으면 학교 당국은 간단히 무시한다.

불과 얼마 전 연세대 학생들도 이런 경험을 했다. 2020년 연세대 당국은 코로나19로 학사 일정에 큰 혼란이 생겼는데도 제대로 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연세대 당국은 학생들이 학내 집회를 열자 그제야 반응했다. 학교 당국은 이처럼 불만이 공개적으로 표출돼 주목과 압박을 받을 때만 조금이라도 움직인다.

넷째,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대학들은 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면서 수익성 논리를 추구해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학생들의 수업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심지어 후퇴시키기도 한다.

2016~2020년 동안 연세대의 시간강사는 200명 넘게 줄었고, 수강생 100명이 넘는 대형 강의는 30개 이상 늘었다. 심지어 개설 강의 수도 110여 개 줄어, 수강 신청 대란은 더 심각해졌다. 수업의 질이 심각하게 후퇴한 것이다.

그런데 2020년 개교 이래 처음 받은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일부 보직교수들이 골프장이나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로 돈을 흥청망청 쓴 것이 발각돼 많은 학생·노동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처럼 연세대 당국은 학생들에 대한 지원에 인색하고, 양질의 교육을 담보할 교원을 늘리지도 않고,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겐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 왔다.

돈이 없다는 건 뻔뻔한 거짓말이다. 연세대는 등록금이 1년 기준 평균 915만 원으로 전국 1, 2위를 다투고, 5841억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적립금을 쌓아 두고 있는 부자 학교다. 그러면서 재정이 악화했다는 핑계로 인력 감축과 임금 동결을 추진해 온 것이다.

등록금 반환 때문에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기도 했는데, 정작 학생들에게 반환한 등록금은 쥐꼬리만 한 수준이었다. 노동자들과 학생들을 이간질하려는 것이었다.

진정으로 “수업권을 침해”하고, 노동자들의 조건을 위협해 온 것은 이윤 추구를 우선해 온 연세대 당국이다. 따라서 대학 당국에 맞서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연대하고 함께 싸워야지,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려선 안 될 것이다.

노동자들을 고소한 학생 3인의 행위가 학내에서 지지를 크게 받고 있는 것도 결코 아니다. 학내 게시판에는 학생 3인의 고소 행위를 비판하고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대자보들이 부착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노동자 투쟁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글들이 올라와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진행한 ‘2022년 청소경비노동 투쟁 지지 연서명’에는 고소 사건 이후 1주일만에 2000명 넘게 서명하기도 했다.

경제 불황 속에서 청년들은 생활비가 쪼들리고 취업길은 막막하다. 대학 당국의 운영자들을 포함한 이 사회의 여러 힘있고 권력 있는 자들은 등록금을 비롯해 금리, 공공요금, 물가 등을 올려 평범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려 하고 있다.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런 고통 전가에 맞선 항의의 일부다.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한마음 가득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 학생들이 노동자들의 투쟁에 더 많이 연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은 성명을 발표해 “분노의 화살을 학교 당국에 돌려야 한다”며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냈다 ⓒ임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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