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벌어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과 식량 가격의 상승은 무엇보다도 개발도상국·빈국에 가장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사실 개발도상국·빈국에서는 이전부터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잇달아 벌어졌고, 그것이 2011년 아랍 혁명과 2019년 저항 물결을 촉발했다.

선진국에서도 인플레이션은 기록적인 수준이다. 197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미국 중앙은행 총재)인 폴 볼커가 물가를 잡으려고 급격하게 금리를 올린 ‘볼커 쇼크’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퍼센트대로, 199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식료품비와 연료비가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빈곤층과 서민층일수록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체제의 상태는 지배자들이 보기에도 상당히 걱정스럽다. 어떤 선택을 하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금리 인상은 선진국들의 전반적인 경제 상태를 볼 때 심각한 불황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치솟는 물가에 대응해 노동자들이 물가 통제를 요구로 채택할 수도 있고, 시장 이데올로기를 크게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1980년대에 지배자들은 금리를 올려 불황을 일으키고 노동계급의 저항을 짓밟는 식으로 대응했다. 현재 미국·유럽 지배자들 사이에서 금리 인상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도 본질적으로 이번에도 노동계급을 공격할 것이냐를 둘러싼 것이다.

지배자들은 이런 공격이 노동계급 측에서 어떤 대응을 낳을지도 걱정한다.

그러나 지배자들이 불황을 감수하고 금리를 올리며 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현실적이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구체적 양상에서도 지배자들에게 걱정을 안겨 준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선박 운항과 식량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많은 사람들을 기근이나 심각한 빈곤의 위험에 빠뜨린다. 집값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비록 매우 최근에는 집값이 급락하고 있을지 몰라도 말이다.)

이런 생계비 문제는 광범한 노동계급 대중에게 영향을 미친다. 대량 해고 같은 문제가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직접적 타격을 준다면, 생계비 위기는 고용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는 저항이 보편화될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둘러싸고 이데올로기적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윤석열 정부 등 여러 나라의 정부들은 인플레이션을 우크라이나 전쟁 탓으로 돌린다. 물론 여기에는 일말의 진실이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주요 식량 수출국인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은 분명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플레이션은 명백히 전쟁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또 다른 설명으로서 임금-물가 악순환 이론이 부활하고 있다. 그런 이론을 근거로 지배자들은 노동자들이 임금 억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경제부총리 추경호가 힘주어 바로 이런 주장을 했다.

혁명적 좌파는 인플레이션에 관한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적 공세에 맞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지원

이에 맞서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지금 벌어지는 일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마르크스주의 이론으로도 인플레이션은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는 매우 복합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번 물가 상승은 팬데믹 동안 누적된 수요가 공급 차질, 노동력 부족 등과 맞물리면서 촉발된 것과 분명 관계있다. 전쟁과 기후 위기는 이를 악화시켰으며 아프리카나 중동 등지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민간부문의 부채를 상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국가 부채를 상쇄하는 효과도 있지만 그것이 지금 인플레이션의 주된 추동력은 아니어 보인다.)

특히, 기업들의 이윤이 인플레이션을 추동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이것의 가장 두드러지는 사례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다. 하지만 한국의 에너지 기업들인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4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갑절로 늘었다. 그러나 단지 에너지 기업들뿐 아니라 다른 여러 기업들도 가격을 올려 이윤을 보전하고 있다.

혁명적 좌파는 인플레이션에 관한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적 공세에 맞서 이런 점들을 폭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투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스리랑카, 이란, 알바니아 등지에서 이미 거대한 거리 투쟁이 벌어지고 있고, 영국과 미국 같은 곳에서조차 투쟁의 불씨가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다.

이런 투쟁들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조금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재 경제 상황이 전 세계 곳곳에서 투쟁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도 경제가 더 첨예한 위기로 치달을 때는 그런 저항이 더 절실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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