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경제부총리 추경호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만난 자리에서 임금 인상 자제를 강조했다. 대기업의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낳고,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심화시킨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날은 정부가 공공기관의 수익성 논리를 내세워 전기·가스 요금을 인상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정부 자신이 공공요금을 인상해 놓고는 물가 인상의 책임을 엉뚱하게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추경호의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고작 5퍼센트에 그치도록 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는 물가 상승률보다도 낮아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삭감하는 효과를 낸다. 추경호는 노동자들 내의 임금 격차를 걱정하는 듯이 말했지만, 실상은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억제 발언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도 공격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7월 2일 6만여 명이 참가한 전국노동자대회 ⓒ이미진

임금 인상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최근 들어 보수 언론에서 자주 나온다. 최근에는 한국은행 부총재 이승헌도 같은 주장을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근거가 없다. 언론들은 8퍼센트가 넘는 미국의 물가 상승이 구인난으로 인한 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경제사 연구자 애덤 투즈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0년 2분기부터 2021년 말까지 이뤄진 물가 상승의 53.9퍼센트는 기업 이윤 증가에 따른 것이었다. 38.3퍼센트는 원자재, 에너지, 기계 등의 가격 상승 때문이었다. 임금 인상이 끼친 영향은 7.9퍼센트에 불과했다.

요컨대 이윤 주도 물가 상승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팬데믹 때문에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위축된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늘어난 수요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에너지, 원자재, 기계 등의 공급 차질이 벌어지며 그 가격이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런 공급 차질을 더 악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기업들은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였다. 세계 1위 석유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올해 1분기 이윤은 전년 대비 80퍼센트 늘었다고 한다. 미국의 엑손모빌도 올해 2분기 25년 만에 최대치의 이윤을 기록할 것이라 한다.

다른 대기업들도 가격을 인상해 원자재 비용 상승의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겼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정유사들이 벌고 있는 막대한 이윤이 이를 보여 준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 기업의 비용 압력은 전년 동기 대비 11.73퍼센트 증가했지만, 실제 제품 판매 가격 인상폭은 15.28퍼센트였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이 실제 원가 상승보다 제품 가격을 더 인상해 이윤을 늘렸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향후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기업들의 법인세는 낮추고, 수출 기업들을 위한 무역 금융 규모는 40조 원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임금을 억제해 기업주들의 이윤을 지원하려 한다.

고통 전가

그러나 물가 상승의 고통을 노동자들이 져야 할 이유는 없다.

노동자들은 이미 팬데믹 기간 내내 낮은 임금에 시달려 왔다. 한국의 실질임금 인상률은 2020년 0.5퍼센트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2021년에도 2퍼센트로 경제성장률 4퍼센트의 절반에 불과했다. 한국 경제에서 노동자들이 차지하는 몫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인력난을 겪은 IT 기업 등 소수 대기업에서 임금이 상당히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110개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그 전해에 견줘 떨어졌다(7.6퍼센트에서 7.2퍼센트로). 대기업 임금 인상률도 기업주들이 가져간 이윤 증가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치솟는 물가 때문에 (노동자들이 막대한 규모와 투쟁성으로 저항하지 않는다면) 올해 실질임금은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 OECD는 ‘6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대비 -1.84퍼센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물가도, 금리도 오르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물가 인상이 전체 노동계급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만큼 혁명적 좌파를 비롯한 사회주의자들은 임금 인상을 단지 개별 사업장의 임단협 쟁의 정도가 아니라 계급적 저항을 구축할 쟁점으로 여겨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벌어진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응은 아쉬움이 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은 생계비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고통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투쟁이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 중앙과 주요 연맹들이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공공운수 중앙 상근자들이 홍보전과 한 차례 촛불집회를 연 게 전부였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대중 투쟁은 조직되지 못했다. 최저임금 쟁점이 민주노총의 주요 노동조합들과 직접적 관계가 적다는 부문주의적 전망 속에서 계급 지향적 투쟁이 건설되지 못한 것이다.

심각한 물가 인상으로 인한 생계비 위기에 대응하려면 협소한 경제주의적·부문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전계급적 투쟁을 일궈 내려는 관점이 중요하다. 그런 접근법으로 광범한 연대를 건설할 정치 조직이 기층에서 성장해야 한다.

유가 상승으로 정유사는 이익을, 노동자들은 생계비 상승을 겪고 있다 ⓒ이미진

임금과 물가에 관한 마르크스의 지적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낳는다는 말은 기업주들이 임금 인상을 공격하려고 오랫동안 반복해 온 레퍼토리이다. 그래서 마르크스도 150여 년 전에 《임금, 가격, 이윤》이라는 책에서 이런 주장을 날카롭게 비판한 바 있다.

마르크스는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이 아니라 이윤 감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고 지적했다. “임금율의 전반적 상승은 평균이윤율의 저하를 초래할 것이나, 전체적으로 상품의 가격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상품 가격은 근본에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투여된 사회적 노동시간(마르크스는 이를 “노동의 가치”라고 불렀다)의 영향을 받는다. 자본주의에서는 이 가치를 기준으로 기업들 간의 경쟁을 통해 상품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임금(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비용으로 마르크스는 이를 “노동력의 가치”라고 불렀다)이 올랐다고 해서 자본가들이 바로 상품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자본가들이 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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