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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 이집트 회의 개최 반대 이집트 활동가 호소문

올해 11월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린다. 이에 반대해 6월에 이집트 활동가들이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개발도상국이 의장국 지위로 COP 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러다 보니 국제 기후 운동 진영 일각에서는 이집트가 의장국을 맡는 것이 기후 위기의 가장 큰 피해를 받는 남반구, 즉 개도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부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집트 활동가들은 엘시시 군부 정권이 기후 회의를 이용해 이집트의 억압적 현실을 그린 워싱 하려는 시도를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자 연대〉는 이 활동가들의 요청을 받아 호소문을 본지에 싣는다.

올해 11월 COP27 회의는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관광 도시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립니다. 각국 정부는 지난해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회의에서 한 약속을 거의 지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기후 재앙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지만, 정치 지도자와 주요 기업은 지구를 구할 조처는 뒷전에 놓은 채 자원과 시장, 지정학적 지배권을 둘러싼 경쟁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기층 운동만이 실질적인 변화를 관철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날마다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COP27 회의는 드나드는 주요 도로가 하나뿐인, 경비가 삼엄하고 외딴 관광 휴양지에서 열립니다. 그리고 이곳에 참석하려면 비싼 호텔에 숙박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기층 조직들, 특히나 가난한 나라의 기층 조직들에게 COP 회의는 그림의 떡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집트 정부는 회의 기간에 반대자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활동가들에게 진정한 풀뿌리의 시위가 아닌 거짓된 ‘인공 잔디’ 시위에 참여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집트의 친정부 NGO들은 회의장 근처에서 ‘인공 잔디’ 시위를 벌이며 마치 이집트에 독립적인 시민사회가 존재하는 듯한 인상을 주려 할 것입니다. 진정한 이집트 반정부 활동가들은 회의 기간에 샤름 엘셰이크 근처에 가는 게 허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진정한 국제적 기층 운동 단체들이 이런 술수에 넘어가 이집트 국가가 꾸미는 사기극에 참여하게 된다면 부끄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엘시시 군부 정권이 기후 회의를 이용해 이집트의 억압적 현실을 그린 워싱 하려 한다

이집트 정부가 COP27 개최를 준비하는 동안 인권 운동가, 언론인, 비폭력 시위대, 변호사, 야당 정치인, 활동가 등 수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표현의 자유나 결사의 권리, 평화로운 집회를 할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또는 극도로 불공정한 재판을 받고 가혹한 이집트 감옥에서 계속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집트는 아프리카 국가이자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과 빈국]의 일부입니다. 동시에 이집트는 잔인하고 부패한 군사 독재 정권이 통치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엘시시 정권은 회의 기간과 회의를 앞두고 몇 개월 동안 글로벌 사우스, 특히 아프리카 대륙의 필요와 요구를 대변하는 것처럼 행세할 것입니다. 이는 순전한 사기입니다. 이 정권은 2013년부터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를 대변할 뿐입니다.

2013년 7월 엘시시 장군은 무함마드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 정부의 정책 실패, 정치적 마비, 약속 배신이 자아낸 상황을 이용해 무자비한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했습니다. 그 이후로 정권은 공포 정치를 통해 모든 형태의 반대 세력을 분쇄했습니다. 이 정권은 이집트인들을 대표하지 않을 뿐더러, 어떤 식으로든 아프리카 대륙이나 글로벌 사우스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엘시시는 정권을 그린 워싱 하고 몇몇 전시용 대체/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를 부각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엘시시가 이집트인들과 환경 모두를 유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린 워싱의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부유한 선진국에게서 최대한 많은 재정 지원을 받아내는 것입니다. 이 돈은 대부분 결국 똑같은 산업국에 개설된 엘시시와 그의 장군들의 은행 계좌로 빠져나갈 것입니다. 둘째, 이집트의 열악한 인권 실태에서 관심을 돌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이른바 ‘민주적’이라는 서방 정부의 지도자들은 엘시시의 이런 시도를 눈감아 주려 할 것입니다.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로 가장 큰 대가를 치를 사람들은 이집트를 비롯한 개발도상국과 빈국의 일반 대중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기후 변화와 환경 변화를 늦추거나 역전시킬 변화를 도입하도록 정부를 압박하는 국제적 운동의 일부가 돼야 합니다.

그러나 이집트인들에게는 결사와 집회의 자유가 없습니다. 이들은 일체의 표현의 자유를 부정당하고 있습니다(2014년 이후 500개 이상의 이집트 반정부 웹사이트가 차단됐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혹한 법, 초법적 투옥, 고문, 심지어 살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이집트 활동가들은 괴롭힘·구속·감시를 당하며 침묵을 강요받습니다. 석탄 수입에 반대하는 투쟁이든, 주거 지구와 가까운 시멘트 공장과 이로 인한 건강 피해에 항의하는 투쟁이든, 수원을 오염시키는 비료 공장에 항의하는 투쟁이든, 심지어 건설 사업을 위해 도심의 나무와 녹지를 파괴하는 것에 반대하는 투쟁이든, 쟁점이 무엇이든 간에 정권의 반응은 항상 똑같습니다. 바로 탄압입니다.

우리는 회의에 참가할 정치 지도자들이나 이들의 정부들에게 호소하는 게 아닙니다. 이 지도자들은 11월에 샤름 엘셰이크를 방문해 이집트 정권을 축하하고 엘시시 정부의 그린 워싱을 도울 것입니다. 그들은 사업 거래와 자신들 간 동맹을 강화하러 회의에 참석합니다. 별 볼 일 없고 불충분한 기후 변화 해결 약속도 하겠지만, 그들은 이조차도 이행할 의도가 없습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걸프 절대 왕정들과 새로운 석유와 천연가스 거래를 하려고 이들에게 굽실거리는 꼴을 보십시오).

우리는 기후 변화에 맞선 국제적 기층 운동 활동가들과 민주주의, 자유, 사회 정의를 위해 싸우는 모든 활동가들에게 호소하는 것입니다. 사실, 두 투쟁을 분리하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해롭기만 할 것이라는 점이 어느 때보다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11월 회의를 앞둔 기간과 회의 기간에 반대 행동을 조직하는 모든 분들에게 호소합니다. 여러분의 싸움은 우리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엘시시가 글로벌 사우스의 대변자를 자처하도록 내버려두지 마십시오. 엘시시가 살인 정권을 그린 워싱 하게 내버려두지 마십시오.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가 없는 세계를 위해 빈국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에서 함께 행동합시다. 이것은 우리가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위해 연대할 때에만 가능합니다.

기후와 민주주의를 위한 이집트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