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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일반적 위기의 양상들

다음은 7월 14일 국제사회주의경향(IST) 토론회에서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한 발제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  ] 안의 말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역자가 덧붙인 것이다.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가 체제 전체의 다중적 위기의 시작점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광범하고 다중적인 위기를 응축·심화시키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다중 위기’란 여러 위기가 겹쳐 있다는 뜻이다. 먼저, 경제의 침체·불안정이 있다. 경제의 침체·불안정은 특히 선진 자본주의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만, 미국 제국주의에 맞선 주요 도전자들, 특히 중국에게도 점점 더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점점 심해지는 기후 혼란도 있다. 그리고 기후 혼란과 여러 면에서 긴밀히 연관된 팬데믹 위기도 있다. 물론 제국주의(간) 갈등 심화도 있다.

그리고 지금 생계비 위기가 있다. 생계비 위기는 지난 몇 달 새 치솟은 물가상승률의 효과이다.

이제는 많은 친자본주의 논평가들도 이런 다중 위기의 존재를 인정한다. 예컨대 명민한 자유주의 경제사가 애덤 투즈는 팬데믹, 금융 위기 등등을 일컬어 ‘복합 위기’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서로 다른 위기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위기들의 근원이 모두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점차 붕괴하는 데에 있음(억측은 아닌 듯하다)을 아는 것이다. 여기서 붕괴란 와장창 무너져 내린다는 뜻이 아니라, 시스템의 재생산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음이 명백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어떤 점에서 생계비 위기는 그런 붕괴의 최신 국면을 매우 뚜렷이 보여 준다. 생계비 위기는 세계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원자재, 컴퓨터 칩 같은 제조업 생산 부품, 식량·에너지 공급 등 체제의 수익성 있는 작동에 필요한 것들을 확보하는 데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의 표현이다. 붕괴의 조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두 세기 동안 산업 자본주의의 필수 요소였던 것, 즉 이언 앵거스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화석연료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것이 자연 파괴를 추동하는 힘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화석연료 자본주의란 체제가 이런저런 화석연료를 소비함으로써 자연의 동역학과 스스로 유리되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방식은 지난 몇 세기 동안 존재했지만, 점점 파괴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팬데믹은 그런 과정의 한 사례다. 롭 월러스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팬데믹의 기원을 밝힌 연구들을 여기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그런데 생계비 위기를 살펴보면, 화석연료 자본주의가 겪는 곤경의 증대와 그 근원이 같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지난해를 거치며 심해진 것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의 진정한 배경은 세계경제의 회복이다. 팬데믹과 2020년 초 1차 봉쇄로 촉발된 급격한 침체에서 경기가 회복하면서 천연가스를 두고 경쟁이 심해졌다.

왜 천연가스인가? 자본주의 정부들과 기업들은 점점 천연가스를 가교 에너지원으로 보고 있다. 즉, 천연가스는 예컨대 석탄에 견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적기 때문에 환경을 덜 파괴하는 연료라는 것이다. 그래서 경기가 회복세인 지금 중국·한국·일본 등지에서 천연가스 수요가 급등했다. 바로 이것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촉발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에너지 가격은 더 올랐다.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 하고 러시아는 그런 의존에서 득을 보려 하기 (대체로 꽤나 득을 볼 수 있었다) 때문만이 아니라, 세계 식량 공급망 교란의 직접·간접적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화석연료 자본주의의 자연 파괴가 생계비 급등의 근원이라는 생각이 현재 상당히 강하다. 그런 것은, 지금 호주 시드니 인근 지역 식물들의 [기후 변화로 인한] 흉작과 식생 변화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남부 유럽의 사례도 있는데, 이탈리아 북부의 포 계곡의 가뭄이 심각하다. 농업 생산성이 매우 높은 이 지역의 가뭄이 심해지면 식량 위기와 식품 가격 상승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는 일반적 위기의 서로 다른 양상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 준다.

수십 년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친 이탈리아 북부의 포 계곡. 이 가뭄으로 이탈리아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출처 adbpo.it

정치적 함의라는 면에서 좀 더 살펴보면, 기후변화 문제를 둘러싼 캠페인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문제는 우리 국제사회주의경향(IST)에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우리는 이를 (예컨대) 지난해 11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 기간에 개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도 밝힌 바 있다.

그 밖에도 권력층의 해결책은 공허하고 파산했음을 폭로하는 다른 계획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 올가을 이집트에서는 COP27이 열릴 예정인데, 내 발제가 끝나고 COP27 대응 관련 특별 발언이 있을 것이다.[이 특별 발언은 본지 지난호에 실린 ‘COP27 이집트 회의 개최 반대 이집트 활동가 호소문’에 포함돼 있다.]

권력층의 해결책이 얼마나 공허한지는 특기할 만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들어 낸 것은 아니지만) 심화시킨 에너지 위기의 영향 중 하나는 화석연료에 의한 환경 파괴 심화를 막는 일에서 심각하게 뒷걸음질쳤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환경을 파괴한 트럼프의 후임으로 당선해 친환경적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바이든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석유 증산을 호소하고 있다. 바이든은 미국에서도 프래킹* 방식으로 석유를 더 많이 시추하려 한다. 바이든이 화석연료 증산에 사력을 다하는 것은, 석유 가격을 낮추지 못하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고 현 정부가 파탄 날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있다. 예컨대 [녹색당이 연정에 참가하는] 독일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여럿을 재가동하려 하고 있다.

생계비 위기

위기의 여러 양상 중 생계비 위기를 특히 강조하고 싶다. 생계비 위기는 다중 위기가 평범한 노동계급 사람들의 조건에 직접적으로 매우 뚜렷한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생계비 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난주에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만큼의 식료품을 이번 주에는 살 수가 없음을 깨닫게 되면서, 노동계급 행동이 벌어질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체제의 복합적 위기들 중에서도 생계비 위기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직접적으로 촉발할 수 있다. 7월 2일 전국노동자대회 ⓒ이미진

친자본주의 경제학자들과 특히 급격히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은 예외인데, 이들은 늘 그렇듯 혼란에 빠져 있다) 임금-물가 악순환의 위험을 들먹이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이 때문에 다시 물가가 올라 악순환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주장 말이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일은 이윤-물가 악순환이다. 즉, 지금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둘 중 하나다. 첫째, 기업들이 가격을 올려 자기 이윤을 지키려고 하는 것. 둘째, 기업들이 현 상황과, 이윤을 늘리려고 자신들이 부추긴 물자 부족을 이용해 득을 보려 하는 것. 이를 자세히 보여 주는 연구들이 여럿 있다.

즉, 생계비 위기의 진정한 의미는 자본가 계급이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 대중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때문에 자본가 계급은 정치적인 면에서 커다란 문제에 직면해 있다. 가장 분명한 사례는 스리랑카 정권이 극적으로 붕괴한 것이다. 라자팍사 형제가 세우고 이끈 이 정권은 타밀족 분리주의자들과의 내전을 매우 잔혹하게 끝내고, 스리랑카를 남아시아에서 성공적인 자본주의 국가로 자리 잡게 한 듯했다. 그 시기 스리랑카는 중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그런데 최근 몇 달 만에 정권은 완전히 파탄 났다. 사람들이 밥 지을 연료도 구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생계비 위기가 결정적 이유였다. 이 때문에 몇 주 만에 대규모 반란이 분출해, 시위대가 대통령궁으로 쳐들어가 대통령궁을 점거하고 대통령 일가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대통령은 재빨리 사임하고 몰디브로 줄행랑을 쳤다.

내 생각에, 스리랑카 항쟁은 세계 곳곳에서 분출할 항쟁과 정치적 격동의 첫 사례일 뿐이다. 그리고 생계비 위기의 파장은 특히 남반구[빈국]에서 매우 심각하다.

스리랑카의 위기는 생계비로 위한 정치 위기가 가장 멀리 나아간 사례의 하나다. 7월 9일 스리랑카 대통령궁 앞에 몰려든 시위대 ⓒ출처 트위터

스리랑카보다 수위가 낮고 덜 극적인 정치 위기도 있다. 예컨대 이탈리아의 마리오 드라기 정부는 붕괴 위기다. 드라기 정부가 생계비 위기에 성실하게 대처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오성운동[이탈리아의 우파적 포퓰리즘 정당]이 연정에서 빠지겠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적으로 중요한 사실은, 인플레이션이 생활수준에 미치는 영향이 노동계급의 집단적 대응을 촉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 미국에서 파업 물결이 고조되고 노동조합이 성장하고 있는 데에서 드러난다.

영국 철도 파업도 이를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다. 이 파업에는 매우 취약한 보수당 정부가 코로나19 봉쇄가 한창일 때 취했던 몇몇 비상 조처를 거둬들이려 한 것 등 구체적으로 여러 이유가 작용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생활수준을 지키기 위해 실질적인 대규모 행동에 나선 첫 번째 노동자 집단이 철도 노동자들이 됐다. 영국 철도 노동자들은 이미 사흘 파업을 벌였고, 또다시 7월 27일에 하루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 파업에는 다른 부문 노동조합들도 동참할 것이다.

생계비 위기가 더 높은 수위의 노동계급 행동이 벌어질 조건을 조성하는 방식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매우 위험한 제국주의 전쟁과 제국주의(간) 충돌이 벌어지고, 핵전쟁의 위험 등이 있는 상황에서 반전 운동이 너무 취약하다는 까다로운 문제에 답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직접적 형태의 평화 운동으로 전쟁에 맞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1차세계대전 때에도 평화 운동이 있었지만 평화 운동이 그 전쟁을 끝냈던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쟁의 파장으로 직접 타격을 받은 노동계급 사람들이 일으킨 파업과 사병 반란이 전쟁을 끝냈다. 전쟁 자체에 반대하는 운동만으로 전쟁을 끝냈던 것이 아니다.

이런 잠재력은 매우 중요하다. 혁명가들과 급진 좌파들에게 비교적 유리한 환경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좌우 양극화 과정이 중단됐다고 스스로를 속여서는 안 된다.[우리의 신념에 어긋나는 언행을 무심결에 또는 부지불식간에 하지 말자는 뜻.]

그런 양극화의 가장 뚜렷한 사례는 프랑스 선거다. 멜랑숑이 프랑스에서 이런저런 단체들(주로 좌파적 개혁주의자들)을 결집시켜 효과적인 선거 운동을 벌이고 의석을 톡톡히 챙긴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17년 선거 때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마린 르펜이 이끄는 파시스트 정당 국민연합이다.

프랑스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기존 자본주의 정당 체제가 파탄 났다는 것이다. 그 폐허 위에 마크롱과 르펜 사이에 양극화가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극우의 주류화라고 불리는 현상도 있다. 주류화란 인물의 부상만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 사상이 지배적 정당 체제 안으로 진입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파시스트 르펜은 생계비 위기를 이용해 대선에서 상당한 성적을 거뒀다 ⓒ출처 마린 르펜(페이스북)

어떤 점에서 이는 미국에서 극단적 형태로 드러났다. 지난해 1월 6일 미국 극우의 국회의사당 난입 문제를 놓고 진행 중인 의회 청문회에서, 트럼프와 그 측근들이 난입을 실제로 조직한 ‘오스 키퍼스’, ‘프라우드 보이스’ 같은 극우 단체들과 얼마나 긴밀히 조율했는지가 드러나고 있다.

그날의 난입은 트럼프의 대통령직을 부지하려는 목적에서 벌어진 시도였고 상호작용이었다. 그 시도가 실패해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부지하지 못했지만, 그는 극우 판사 세 명을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해 연방대법원을 바꿔 놓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매우 우파적인 연방대법원은 이미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내 생각에 미국 극우의 진정한 계획은 1960년대의 흑인 평등권 운동, 여성운동 등 여러 운동이 성취한 개혁 일체를 되돌리는 것이다. 여전히 최강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런 사태 전개는 매우 심각한 것이다.

미국보다 규모가 훨씬 작지만,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의 실각과 후임 총리직을 다투는 경선은, 존슨 대표 시절을 거치며 극우 사상이 보수당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됐는지를 보여 준다. ‘문화 마르크스주의’ 운운하는 극우 담론이 현재 보수당에서 주류가 돼 있다. 그런데 이 담론의 실제 의미가 반유대주의임을 생각하면 이런 사태 전개는 매우 심각한 것이다.

생계비 위기에 대한 노동계급의 대응은 극우에 맞서는 데에도 훨씬 유리한 조건을 조성한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의 조건, 각자 조직의 상대적 강점과 약점, 개입 역량에 따라 다음의 두 가지를 결합시켜야 한다.

먼저, 생계비 위기에 맞선 전투적 저항을 건설하는 데에 일조할 기회가 생기면 무엇이든 붙잡으려 애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강력하고 잘 조직돼 있고 전투적이고 사기 높은 노동계급을 건설하려는 시도를, 제국주의, 인종차별, 여성·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탄탄한 정치적 입장과 결합·연결시켜야 한다.

기본적으로 두 방침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둘 다 노동계급에게는 자신들이 당하는 착취와 물질적 압력에 맞설 잠재력뿐 아니라 인류 전체를 해방시킬 투쟁을 이끌 잠재력도 있다는 데서 나온다.

현 상황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잠재적으로 심대한 전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전환은 계급 정치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명심하고 조직해야 할 일이다.

6월 19일 생계비 위기에 항의하는 영국 노동자들 ⓒ출처 가이 스몰만

토론 요약

[아래는 발제 후 진행된 토론들을 캘리니코스가 요약·정리한 것이다.]

매우 흥미로운 토론에 감사드린다.

위기가 더 빠르게 심각해지고 있다는, 특히 기후 위기가 그렇다는 지적은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2018~2019년 ‘멸종 반란’ 운동이 분출할 때,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진행되는 환경 파괴 과정과 그 예상 궤적을 탐구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를 깨달았을 때 나는 정말이지 두려웠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훨씬 무시무시하다. ‘미래를 앞질러 더 빨리 달리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은 미래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특히 20세기 초반과 유사성이 많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당시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대불황의 시대였고, 지금은 제국주의 경쟁과 경제 위기 등이 있다. 그러나 다른 요소는 화석연료 자본주의에 의한 자연 파괴다. 그리고 이것은 마르크스가 ‘신진대사 균열’이라고 부른 것, 즉 인류와 자연과 자본주의의 경쟁적 축적 과정 전체 사이에 벌어진 균열과 유기적·본질적으로 깊이 연결돼 있다.

이는 기후 정치, 기후 정의가 우리의 말과 실천 모두에 깊이 뿌리내려야 함을 뜻한다. 그래서 석유·가스 노동자들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에 관한 중요한 지적도 있는데, 우리는 화석연료 산업을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생계비 위기가 환경 파괴 과정과 어떻게 긴밀히 연결돼 있는지도 지적했다. 실제로 환경 위기는 핵심적 문제다.

생계비 위기

우익이 생계비 위기를 이용해 득을 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프랑스에서 마린 르펜이 4월 대선과 6월 총선에서 그토록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 하나는 르펜이 생계비 문제에 집요하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바로 그 쟁점 때문에 르펜은 수많은 유권자들에 가닿을 수 있었다.

극우는 생계비 위기를 이용할 수 있고, 이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쟁점은 명료한 노동계급적 정치를 위한 공간을 세우고 늘릴 수 있는 쟁점이다. 이는 실질적인 기회이고,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려고 애써야 하는 중요한 상황 변화다.

분명 우리는 이에 관해 더 분석하고 토론해야 한다. 우리 사이의 견해 차이 때문에도 그렇다. 그리스의 파노스 동지가 오늘날 임금 투쟁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을 때 아일랜드의 존 몰리뉴 동지가 이견을 표했다.

[몰리뉴의 주장처럼] 노동계급 정치가 여러 형태를 취한다는 것, 작업장에서뿐 아니라 거리에서도 표현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스리랑카 항쟁만 봐도 거리 운동의 형태를 띠었다. 최근에는 파업이 발전하기 시작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세계적 수준에서 봐도, 생계비 위기가 극심해질 때 거리 운동이 분출할 것이다. 부분적으로 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비공식 부문, 불안정 노동, 영세 자영업 등에 생계를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규모 거리 운동은 반드시 벌어질 것이다.

만만찮은 임금 투쟁이 성장한다고 해도, 또는 그런 투쟁이 성장하는 징후를 포착한다고 해도 그 투쟁의 성공에 너무 취하지는 말자. 영국에서 사흘간의 전국적 철도 파업이 있었는데, 그 투쟁의 퇴적물은 분명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 파업이 역사적 규모의 파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벌이는 집단적 행동이 사회를 바꿀 힘의 원천이라는 것은 여전히 사실이다.

우리의 현 위치와 과제를 어떻게 규정할지에 관한 여러 동지들의 발언이 있었다. 우리 중에는 자신의 나라에서 생계비 문제로 대규모 파업 투쟁이 벌어져도 자신의 단체가 너무 주변화돼 있어서 거기에 개입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남아공의 알란 동지가 남아공금속노조(NUMSA)의 꽤나 효과적이었던 임금 투쟁에 관해 발언했다. NUMSA는 대형 노조이고, 우리 ‘킵 레프트’ 동지들이 그 투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위치에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그런 운동은 좀 더 일반적으로 정치 지형을 형성하고 거기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우리 동지들이 생계비 방어 쟁점으로 파업 행동을 건설할 수 있는 곳에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그 쟁점에서 노동자 투쟁이 발전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고, 동시에 조직 노동계급에 더 깊이 뿌리 내리고 그 안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동지가 발언 중에 1960년대 후반에 [국제사회주의 경향 창시자] 토니 클리프가 콜린 바커와 공저한 소득 정책에 관한 소책자를 거론한 것은 흥미로웠다. 인플레이션의 특별한 점은 경제와 정치를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적절한 위치에 있다면 그들은 전체 정치 상황에 영향을 미칠 능력을 갖게 된다. 물론 이는 비교적 드문 일이다.

여러 동지들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 새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 상황이 새롭다는 것은 위기의 규모나 투쟁의 잠재력이라는 점에도 해당하는 말이지만, 혁명적 정치를 건설할 잠재력이라는 점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그렇다. 우리는 21세기의 이 조건에서 혁명적 운동을 어떻게 구축할지에 관해 생각해야 한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은 그런 시도를 조금 하고 있다. 얼마 전에 마틴 엠슨의 새 책 《사회주의냐 야만이냐》가 출간됐는데, 그 책에서 엠슨은 우리가 토론한 것 같은 위기의 조건에서 혁명의 의미가 무엇일지에 관해 주장한다.

지금은 우리에게 기회다. 상황과 역량은 각자 다르지만, 우리 영향력을 늘리고 어쩌면 더 큰 운동을 건설할 수도 있는 기회다. 하나의 경향으로서 우리는 첨예한 조건하에서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우리에게는 거기에 대응할 정치적 도구[혁명적 조직]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