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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진퇴양난 친기업 시장주의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말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자본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고물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일부 자본들은 고환율로 수출 가격이 낮아져 득을 볼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퍼센트포인트나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는데도 환율은 더 올라서, 고금리·고물가가 함께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급격한 금리 인상을 결정한 또 다른 목적은 임금 인상 요구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물가가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가산되고, 임금 인상 요구가 강해질 거고, 그것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일어나는 악순환이 된다.”(6월 말 국무총리 한덕수)

그러나 최근의 물가 앙등은 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방역 국면 종료 후 경제 활동을 신속히 ‘정상화’하려다 생긴 공급 차질, 가뭄 등 기후 위기가 초래한 식량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가중시킨 에너지·식량 공급 부족 등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임금 억제 방침은 물가 상승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정부는 물가상승률에 비해 최저임금을 실질적으로 깎았다. 공기업 한전의 적자 운운하며 한여름 무더위를 앞두고 전기 요금을 인상해 버렸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적으로 물가를 상승시키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서방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군수 지원 등에 동참하면서 자국민 생계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국과 미국의 경기가 심상치 않다. 중국의 경기 하락은 심각한 상황이고, 미국은 물가 억제를 위해 고의적인 경제 침체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미국·중국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지면,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가늠하기 어렵다. 이미 상반기에 한국은 대중국 수출이 부진하면서 66년 만에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대중국 무역도 28년 만에 적자 기록).

대우조선 하청 파업 불법 엄단? 정권 초부터 노동운동에 정면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지배자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는 압력도 함께 받고 있다 ⓒ출처 대통령실

이런 상황에서 임금 인상으로 이윤이 줄까 봐 기업주들은 노심초사다.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무기력하게 대응했다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던 이유다. 지금은 대우조선 사내하청지회 파업에 경찰력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은 집권 전부터 기업주들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하겠다고 약속했고, 그에 걸맞은 경제 관료들을 중용했다. 정부는 개입과 규제를 줄여 더 많은 결정권을 기업들에 주겠다고 한다. 국무총리 한덕수는 “물가를 직접 통제하는 일은, 시장경제나 자유 차원에서 봤을 때 이것만은 하지 말자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민영화를 확대하려 하고, 전기·가스 요금을 올렸고, 기업과 부유층 감세 계획을 밝혔다.

정부 적자를 줄여야 한다면서도 부자 감세로 재정 수입을 줄이는 것은 결국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정부 지출의 대폭 감소를 수반할 것이다. 장차 국민연금이 주된 표적의 하나가 될 듯하다.

국가의 주먹

정부가 금리를 올리는 것과 고물가 상황을 시장에 맡기는 것, 이는 모두 대중의 생활수준을 하락케 하는 공격이다. 정권 초부터 지지율이 30퍼센트대로 떨어지고 부정평가가 훨씬 더 많아진 이유다.

부정적 시각이 느는 것을 의식해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에 대출금리 인상을 억제하도록 압박하고, ‘영끌족’ 부채에 대한 지원책도 내놓지만, 현 위기 정도에 견주면 언 발에 오줌 누기이다.

신자유주의적 공세를 취하는 것도 쉽지 않다. 6월 말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 딜레마를 이렇게 지적했다.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기치로 내걸고 집권한 정부 여당은 지금 고물가·고금리 [문제를] … 시장에만 맡겨두자니 ‘정부가 손을 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민간 주도 경제’를 하겠다는 정부가 역대 정부와 똑같은 관치(官治)로 기업 손목을 비트는 것은 스스로 세운 국정 원칙을 허무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주들에게 뾰족한 해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기껏해야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빨리 체결하고, 기업들을 지원해 달라고 한다.

물론 기업주들은 정부의 보이는 주먹에도 기댄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경찰 등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윤석열은 재계의 요청에 응해 7월 18일 대우조선 사내하청 파업에 대한 관계장관대책회의를 열도록 긴급 지시했다. 회의 후 경제부총리 추경호는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과 법무부 장관 한동훈을 옆에 세우고,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 불법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경찰 투입 초읽기라는 보도들이 나온다.

취임 두 달 만에 지지율이 30퍼센트대로 급락하는 등 정치적 취약성을 드러낸 신임 정부에게 경찰력 투입은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다. 특히, 정권 초부터 노동운동에 정면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동시에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지배자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는 압력도 함께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