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친자본 정치인 마리오 드라기 사임하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산산조각났다. 총리 마리오 드라기가 대통령 세르조 마타렐라에게 사직서를 냈다.

상원에서 드라기 신임안이 통과됐지만, 연정 내 정당들은 드라기를 버렸다. 대통령 마타렐라는 의회를 해산하고 9월 25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임 정부가 무너지고 나서 드라기가 총리로 지명된 것은, 당시 이탈리아 지배계급이 선거를 치르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관련 기사: 본지 251호 ‘이탈리아 정치가 유럽연합에 큰 그림자를 드리우다’] ‘낙하산 총리’가 되기 전에 드라기는 세계은행, 이탈리아 재무부, 투자그룹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드라기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와 유럽중앙은행 총재를 지내기도 했다.

드라기는 그저 사장들의 은행가가 아니었다. 드라기는 유럽연합 사장들의 은행가였다. 지난주에 연정 파트너인 오성운동[이탈리아의 우파 포퓰리즘 정당]이 드라기 정부의 민생지원법안에 대한 투표를 보이콧하자, 드라기는 사의를 표명했다.

오성운동은 지원이 더 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쓰레기 소각장 건설 계획에 반대했다. 드라기는 상원 표결에서 172 대 39로 이겼다(사실상 신임 투표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드라기의 민생지원법안에 있는 이런저런 허점이 위기의 원인이 아니었다.

파시스트 정당 이탈리아형제당을 제외한 모든 주요 정당들이 연정에 참가하고 있었다. 이 정당들은 연정 때문에 좌우를 막론하고 평판이 나빠졌다. 그리고 유럽연합의 지원금 덕에 안정이 지속되리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지금은 결속이 약해지고 있다.

드라기가 처음 사직서를 냈을 때는 기업가들, 중간계급 단체들, 시장들 약 2000명이 드라기를 지지했다. 드라기의 총리직 유지를 요구하는 시위들도 벌어졌다.

마타렐라는 드라기에게 의회로 복귀해 정부를 회생시키고 긴축을 추진할 수 있을지 따져 보라고 했다. 사장들은 유럽연합이 제공하는 막대한 팬데믹 종식 지원금을 받기를 바란다.

7월 20일 늦은 시각, 드라기는 약식 결의안과 총리 신임을 상원 투표에 부쳤다. 극우 정당 동맹당 대표 마테오 살비니와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당 대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드라기의 결의안이 아니라] 자신들의 결의안으로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결의안은 과거를 청산하고 오성운동과의 협력 일체를 단절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상 이 때문에 정부가 붕괴했다.

드라기는 유럽연합과 나토를 충심으로 지지해 왔다. 드라기는 러시아에 맞선 서방의 우크라이나 개입 동참에 발 벗고 나서, 마뜩잖아 하는 의회를 설득해 군사 지원을 통과시켰다.

우파는 여론조사에서 지지가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조기 총선을 서두르고자 한다. 물가 급등, 에너지 부족, 혹심한 기후 재난인 가뭄을 배경으로 치러질 이 총선에서 우파가 승리할 듯하다.

그런 우파 중에는 이탈리아형제당 대표 조르자 멜로니가 있는데, 이탈리아형제당은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을 적통으로 계승하는 자들이다. 그리고 이민 반대 정당인 동맹당의 대표 살비니, 연정 붕괴로 분열한 전진이탈리아당의 잔류파를 이끄는 베를루스코니가 있다.

살비니는 [여론조사에서] 이탈리아형제당에 밀리고 있다. 자신의 정당 동맹당이 연정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형제당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3퍼센트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는 고작 4.4퍼센트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살비니는 말을 갈아타려 할 것이다.

멜로니는 러시아에 맞선 서방의 우크라이나 개입을 적극 지지한다. 하지만 살비니는 이전에도 그랬는데 이제는 더 친(親)푸틴 쪽으로 기울고 있다. 유럽연합의 지원금 때문에 최근에는 입을 닫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런 차이 때문에 우익 연립 정부가 들어서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오성운동은 그간 선거 성적이 좋지 않았다. 오성운동은 드라기 정부를 지지하는 신당 ‘미래로 함께’에 당원을 3분의 1 가까이 뺏겼다.

의회 내 좌파는 지난 위기 때 자신들도, 그리고 총리 드라기도 노동자 임금을 올리지 못했다며 [연정 붕괴에]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공식 물가 상승률은 8퍼센트가 넘고 에너지 가격은 50퍼센트나 올랐다.

공식 실업률은 8.4퍼센트로, 유럽연합 회원국 평균보다 2퍼센트 더 높다. 청년 실업률은 24퍼센트에 이른다. 아마도 실제 수치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높을 것인데, 노동자 수백만 명이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절대 빈곤선 이하인 사람이 560만 명 늘었다.

유럽연합의 지원금 잔액 2000억 유로를 받으려면 이탈리아는 55개의 긴축 “개혁”을 시행해야 한다.

소규모 노조들이 파업을 호소해 왔지만 지금까지는 소모전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은행가들의 공격 시도는 또다시 지연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노동자들의 행동이 없다면, 적어도 선거상으로는 다음번에 가난한 사람들을 공격할 자들은 극우가 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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