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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급등 상황에서 노동자·서민에 대한 이자 지원이 불공정인가

윤석열 정부가 7월 14일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 부문 민생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는 상황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주거 관련, 청년, 서민·저신용층”의 대출 상환 부담을 일부 완화시켜 주는 내용이다. 이들에게 대출 만기를 늦추고, 이자율 감면 혜택을 주고, 상대적인 저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고물가·고금리의 심각한 생계비 위기 상황에서 (원금 탕감이 아니라) 금리에 대해 일부 지원하는 매우 미약한 대책이다.

물가 상승을 막겠다고 금리를 급하게 많이 올렸지만 물가도 환율도 잡지 못한 위기 상황에서, 자칫 대출의 부실화로 연체율이 증가하면 경제 전체에 부담이 될 것을 고려한 듯하다.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악화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미약한 대책안을 두고도 기업주 언론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때마침 회생법원에서 나온 영끌 코인 투자에 대한 일부 원금 탕감 판결까지 문제삼았다.

기업주 언론들은 영끌 투자 손실까지 세금으로 갚아 줘야 하냐는 둥, 그렇게 되면 대출을 안 받거나 꼬박꼬박 갚은 이들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둥 하면서 불공정 시비를 건다.

이 때문에 이번 대책의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 위원장 김주현은 서둘러 해명했다.

“원금 탕감 조치는 어떤 경우에도 지원되지 않으며,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일부 낮춰주는 것[일 뿐이다].”

생계 지원이냐, 금융회사 부실 방지냐?

그러나 이번 대책은 불공정한 특혜가 아니라 지원하는 대상과 액수가 매우 미흡한 것이 문제이다.

현재 1800조 원이 넘는 가계 대출의 절반 이상이 주택 구입이나 전세 대출 등 주거 관련 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만 합쳐도 약 900조 원에 이른다. 270조 원에 이르는 신용대출에도 주거 관련 대출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영끌 코인 손실 보상 운운은 과장이다.

그런데 주택 관련 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다. 그만큼 급격한 금리 인상에 취약하다. 특히 최근 청년층은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에 평생 내집 마련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불안과 압박 속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청년층일수록 주택 구입 비용에서 (자기 자금에 비해) 대출 비중이 크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이자 부담을 못 이기고 집을 되판다면, 이들은 다시 높은 금리로 전월세 대출을 새로 받아야 한다.

부자 청년들은 애초에 대출받을 이유도 별로 없거니와 투자용으로 대출받아 집을 샀다 하더라도 기댈 언덕이 있다. 지금 같은 시기에 진정으로 지원이 필요한 것은 노동계급 사람들이다. 주거 관련 대출 지원은 청년만이 아니라 중장년층으로도 확대돼야 한다.

또, 기업주 언론들이 개인의 주식 투자 손실까지 지원해 주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비난하는데, 이는 전혀 공정을 위한 주장이 아니다.

그들은 마치 ‘영끌’ 주식·코인 투자가 주로 청년들만의 일인 듯 말하지만, 이번 대책을 담은 금융위원회 자료만 봐도 30대, 40대 비중이 더 높다.

기업주 언론들의 진짜 걱정은 정부의 복지 지원이 시장 규율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지금 상황의 본질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당장의 소득 부진 때문에 대출을 받은 노동자·서민들이 정부의 의식적인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 받은 돈으로 집을 마련하려 했든, 전월세 보증금에 썼든, 주식을 사서 소득 부진을 만회하려고 했든 말이다.

따라서 금리 인상 속에서 정부 지원이 없으면 일부는 제2, 제3금융권으로 밀려나게 된다. 일부는 그마저도 거부돼 사채 시장까지도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원금 감면을 포함한 채무조정은 오로지 소상공인에게만 제공된다. 사실 정부가 기준 금리를 올리는 것이나 원금 감면은 없이 이자 지원만 하는 것은 오히려 부실 대출이 안 되도록 정부가 금융 회사들을 지원하는 성격도 있다.

대출금리 억제

따라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지원은 필요한 일이다. 거듭 말하지만, 윤석열의 지원 대책은 지원 대상과 액수가 너무 미약하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이자 비상대책위원장)는 7월 25일 국회 연설에서 고금리에 따른 지원 대책을 요구했다.

정의당과 진보당이 국가 복지 지원의 기준선이 되는 기준중위소득액을 대폭 인상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일종의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꼭 필요한 복지 지원 대상 확대 요구다.

그리고 대출 금리의 가파른 인상으로 밤잠을 설칠 노동자·서민들을 생각하면, 대출 금리 억제와 같은 요구도 필요하다.

그런데 정의당의 일부 의원들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심상정 의원이나 장혜영 의원이 그런 주장을 한 바 있다. 가계 대출액이 한국 국내총생산 규모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부채 축소, 거품 관리 등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염려하면, 노동계급의 필요를 일관되게 대변하기 어렵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고물가를 싫어하는 까닭은 빌려준 돈의 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물가를 낮추려고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금융 회사들을 위한 것이다.

게다가 가계대출의 상당수가 생계형 대출인 상황인데 지금 같은 생계비 위기 시기에 금리를 올려 가계대출을 줄인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늘어난 이자 부담으로 고통받거나 일부는 집을 팔아서 대출을 갚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금 같은 시기에는 단순히 이자 지원이나 청년층에 대한 지원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대출금리 인하와 더 많은 부채 탕감이 있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기업과 부자에 대한 증세로 복지를 늘리고, 임금을 인상하라고 요구하며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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