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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 바로잡기

최근 탈북 어민 문제가 주류 정치에서 논쟁되고 있다. 민주당은 탈북 어민이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이니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탈북 어민을 북송한 것이 옳았다며 탈북민, 넓게는 난민에 대한 편견을 부추겼다.

그러나 탈북민의 인권 운운하며 민주당을 비난하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도 위선적이다. 이들은 탈북민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활용하려 들 뿐이다.

지금 법무부 앞에서는 이집트 난민들이 난민 인정을 요구하며 거의 한 달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4~6년 내내 이들의 난민 인정 요청을 거절해 왔다. 사유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다. 법적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이집트 난민들은 수년째 불안정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 사는 난민 신청자들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난민 신청자들은 불안정한 노동조건 속에서 저임금으로 고통받고,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경우가 흔하다. 난민 신청이 거절되면 언제라도 본국으로 추방될 수 있다는 불안감 또한 늘 안고 살아간다.

한 달 가까이 법무부 앞에서 농성 중인 이집트 난민들 ⓒ이재혁

‘가짜 난민’

탈북민이든, 이집트와 예멘에서 온 난민이든 이른바 ‘외부인’이 한국으로 이주하면 이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부추기는 다양한 논리가 동원된다. 이 중 대표적인 논리가 바로 난민들이 “가짜”라는 것이다. 즉, 국제법이나 국내 난민법에서 규정한 난민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이가 한국에 살면서 돈을 벌려고 허위로 난민을 신청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과 내전, 기후 위기와 빈곤 등 정치경제적·환경적 위험을 피해 이주를 선택한 난민들을 ‘경제 난민’, ‘정치 난민’ 등으로 칼같이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원치 않게 고향을 등지고 떠나야만 했던 이유에는 자본주의가 낳는 다양한 위기가 중첩돼 있기 마련이다.

정부와 주류 언론은 난민 유입을 억제하려고 ‘가짜 난민’ 운운하는 한편, 난민이 한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이간질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한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게 누구인가? 임금과 일자리를 공격하는 지배계급이 그 주범이고, 끊임없이 경제 위기를 낳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문제다.

이주노동자는 저임금 일자리의 피해자이지, 그 원인의 제공자가 아니다.

난민들이 복지의 수혜자라는 식의 논리도 완전한 거짓이다. 난민이 돼 한국에 온 이들은 심사를 받는 동안, 수개월마다 10만 원이 넘는 비자 갱신 수수료를 낸다. 이에 비해 난민 신청자들을 위해 책정된 예산은 작년 기준 24억 원에 불과하다. 이조차 절반 이상은 통역비나 조사관 활동비 등 난민 심사 비용이다.

정부는 벼룩의 간을 빼먹으면서, 난민들이 한국의 복지 제도를 과도하게 써먹는다는 논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윤석열이 외국인이 건강보험에 숟가락 얹기를 한다며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정부는 외국인의 이른바 “무임승차”를 막겠다며 최근 수년간 관련 법과 고시를 개정했다. 하지만 이주민들이 건강보험을 “먹튀”한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외국인의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지난 수년간 계속 흑자였고, 이주민은 오히려 소득 수준에 비해 한국인보다 많은 보험료를 부담한다.

지배자들이 내국인 노동계급과 난민·이주노동자를 이간질해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바로 분열을 통한 지배다. 일자리와 생활 조건 악화에 대한 노동계급의 불만과 반발이 자신들을 향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난민은 속죄양으로 삼기 쉬운 존재다. 그저 손가락을 들어 “저 외국인들이 당신들보다 싼값에 일하려 하기 때문에 임금을 올려 줄 수 없다” 하고 말하면 되기 때문이다.

노동계급을 내국인과 이주민으로 분열시켜 이간질하려는 시도에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정부와 지배계급은 난민과 이주민들의 간만 빼먹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펼치며 노동자 등 서민의 삶을 공격하고 있다. 전기·가스비를 인상해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기업들의 이윤은 증가하고 있다. 정유 회사들이 대표적이다. 가령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퍼센트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를 25퍼센트에서 22퍼센트로 감면해 기업의 이윤을 더 보장하려 한다.

정부와 지배계급이 공동의 적이고, 난민과 이주노동자는 그에 맞서 우리와 연대하고 함께 투쟁할 수 있는 집단이다.

잠재적 범죄자, 테러리스트?

“가짜 난민” 논리에 이어, 또 다른 편견은 난민이 잠재적 범죄자이고 심지어 난민들 속에 테러리스트도 섞여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지배계급은 이런 논리를 이용해 평범한 사람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부추긴다.

한국 정부는 서구 국가들처럼 중동이나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출신의 난민과 이주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취급해 왔다. 그러나 유로폴(유럽연합의 범죄 대책 기구) 등에 따르면, 유럽에서 벌어지는 테러 공격의 절대 다수는 무슬림이 아닌 극우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벌어진다. 미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정부와 주류 언론은 난민을 비롯한 이주민의 범죄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공포를 부추기지만, 외국인의 범죄율(2020년 기준 1.73퍼센트)은 내국인 범죄율(3.26퍼센트)의 절반 정도로, 월등히 낮다.

필자가 직접 만나 본 난민들도 대부분 한국의 법을 열심히 지킨다고 말했다. 처지가 불안정한 데다 자신들을 둘러싼 주위의 편견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난민들은 자국에서의 전쟁, 내전 등 정치적 불안정과 이로 인한 경제적 위기, 기후 위기 등의 피해자다. 제국주의의 침략이 낳은 파괴와 혼란의 무게를 짊어지고 한국을 찾은 이들은 잠재적 범죄자나 테러리스트가 아니고, 오히려 자국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테러의 희생자인 것이다.

지배자들은 온갖 논리를 동원해 난민에게 ‘가짜’ 낙인을 찍으려 하지만, 그런 논리들이야말로 ‘가짜’다. 난민을 향한 차별과 혐오가 노동계급의 단결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 바로 우리가 이 차별과 혐오에 맞서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지금 법무부 앞의 이집트 난민들처럼 이들이 저항에 나설 때 연대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