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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인력 감축, 임금 억제, 민영화 꾀하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가 인력 감축, 임금 억제, 민영화 추진 계획을 담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7월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내년부터 공공기관 정원을 줄이고,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해 인건비를 최소화하며, 민간과 경합하는 업무는 축소하는(민영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경제부총리(기재부 장관) 추경호는 인력과 부채 규모 증가 등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문제라며, “공공 부문이 솔선수범해 허리끈을 졸라 매[야 한다]”고 핏대를 높였다.

기재부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기관별로 8월 말까지 ‘혁신 계획’을 제출하고, 이행 성과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정부 업무평가에 반영하겠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비대화·비효율화의 대명사로 지목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선로 보수 작업하는 철도 노동자들 인력 감축과 민영화는 사고 위험을 키울 것이다 ⓒ출처 전국철도노조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기관 인력이 늘었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무늬만 정규직’ 전환에 따른 분류상 증가에 불과하다. 전환된 노동자들은 이전부터 공공기관에서 일해 왔다. 2022년 2월 기재부가 발표한 자료를 봐도 전체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는 (‘정규직’ 전환자 수를 제외하면) 현상 유지이거나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더구나 한국의 공공부문 고용 비중은 8.8퍼센트로, OECD 평균인 17.9퍼센트의 절반도 안 된다. 여전히 현장에서는 늘어나는 업무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과로와 노동강도 강화에 시달리고 있다.

예컨대, 코로나가 재확산되는데, 보건의료 부문은 여전히 일손이 모자라다. 얼마 전 서울 중랑역에서 폭우에 대비해 선로 점검에 나섰던 철도 노동자가 열차에 치어 사망했다. 혼자 근무하다 벌어진 참극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 인력을 추가로 감축하면, 노동 조건은 더욱 악화할 것이고, 공공서비스 질도 저하될 것이다. 청년 실업 문제 해소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착한 적자’는 오히려 확대해야

정부는 늘어난 공공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공서비스를 대중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생긴 ‘착한 적자’는 꼭 필요하다.

코로나 기간 동안 철도공사와 서울교통공사 등에서 적자가 크게 증가했는데, 줄어든 승객과 거리 두기 유지(정부 방침 시행) 등이 원인이다.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적자는 원료 가격 상승 때문이다. 최근처럼 물가가 급등할 때는 오히려 착한 적자로 물가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도리어 전기·가스 요금을 인상해 부담을 떠넘겼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부채 증가에 책임이 없다. 그런데 정부는 부채 증가를 빌미 삼아 임금과 복리후생을 공격하려 한다.

특히 직무성과급제 도입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직무성과급제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노동자들 간 성과(수익성) 경쟁을 강요한다. 고물가·고유가·고금리 등 생계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억눌러서 경제 위기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1.7~2.9퍼센트로 제시했는데,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6퍼센트)을 감안하면 실질 임금 대폭 삭감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정부는 내년 공공기관 직원 인건비를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감안해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기관 인건비를 억제해 재정 지출을 줄이고, 경제 위기 대응력(기업 지원 능력)을 키우려 한다. 정작 부자들의 부동산세와 기업주들의 법인세는 줄이면서 말이다.

또, 민간기업들에서 임금 억제 분위기를 만드는 데 공공기업을 앞세우겠다는 것이다.

민영화 추진도 마찬가지로 민간기업들의 이윤 보장에 목적이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들에 “당초 독점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였으나, 민간부문의 성장으로 민간과 경합하는 기능을 축소”하라고 제시했다.

이는 수익성이 날 만한 분야를 개방해 민간기업들에게 시장을 제공하고 적정 이윤을 확보해 주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인수위가 한전이 독점해 온 전기 판매 부문을 민간 기업에 개방하겠다고 밝혔던 것이 이 사례다.

발전 부문에서는 이미 민간 기업들이 시장 공급자로 진출해 있는데, 올해 1분기에 민간 발전사들이 약 2조 5000억 원 영업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는 이참에 철도 차량정비 업무의 외주화를 확대하려 한다. 최근 폴란드 방산 수출로 유명해진 현대로템이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반면, 기존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대상이 되거나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

이윤 보장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가이드라인의 내용이 한사코 민영화와 인위적 구조조정은 아니라고 우긴다.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정부가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것은 그만큼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직무성과급제도 “생산성·공정성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고 포장하는 것도 박근혜 정부 시절 성과연봉제를 강행하려다가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저항에 나섰던 것을 염두에 두기 때문인 듯하다.

최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을 규탄하고 항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생계비 위기 시대에 공공기관 인력 감축, 임금 억제, 민영화는 사람들의 고통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이에 맞선 저항을 지금부터 구축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