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미국 하원의장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중국의 강력한 맞대응이 예상되는데도 펠로시는 대만 방문을 강행해 대만과 그 주변 정세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만에 가면서 발표한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펠로시는 이렇게 강조했다. “세계는 [중국·러시아 같은] 독재 정치와 [미국·대만 같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미국이 자국의 패권을 위해 오랫동안 대만의 독재자 장제스를 후원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미국의 고위 정치인이 대만에 가면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대만해협의 불안정이 고조돼 왔는데, 이번 사태로 그 정도가 더 심해질 듯하다. 조만간 1995~1996년 대만해협 위기에 비견되거나 그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벌어질지 모른다.

중국은 펠로시 방문에 대한 보복 조치를 잇달아 내놨다. 대만 경제에 대한 제재도 일부 단행했다. 무엇보다, 대만을 포위하는 대대적인 군사 훈련을 8월 4일부터 진행했다. 이 훈련에는 중국이 보유한 항공모함도 투입됐다.

중국이 정한 훈련 지역 6곳 중 3곳이 대만 영해를 넘었고, 중국 군함과 군용기들이 대거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을 위협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이 훈련을 두고 “문을 닫아 놓고 개[대만]를 패는 모양새”라고 했다.

4일 중국이 발사한 미사일 4발이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대만 동쪽 바다에 떨어졌다. 5일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 군함이 대만 동쪽 해안 코앞까지 진출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번에 중국은 대만을 포위해 침공하는 모의 훈련을 한 것이다. 대만 동쪽으로 진출한 군함·무인기들과 동쪽 바다에 떨어진 미사일을 통해, 중국은 유사시 대만을 지원하려는 미국·일본 군함을 저지할 것임을 보여 줬다.

대만해협은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수 있는 위험한 화약고다. 8월 4일 중국군의 로켓포 훈련 ⓒ출처 중국 동부전구 웨이보

이번 사태는 대만을 둘러싼 분쟁이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중국군 훈련으로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항로인 대만해협의 취약성이 새삼 확인됐다. 대만해협을 지나야 하는 액화천연가스 운반선들은 항로를 변경하거나 운항 속도를 줄여야 했다. 세계에서 15번째로 큰 항구인 대만 가오슝으로의 출입이 어려워지자, 해운사들은 손실을 감수하고 우회해야 했다.

대만 인근의 항로는 한국·일본 등이 해상 물류를 위해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심각하게 벌어진다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군사 대치로 대만산 반도체 공급까지 차질을 빚는다면, 세계경제가 받는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반도체

이처럼 대만이 갖는 중요성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물러설 수 없는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장악하는 (재)통일 완수를 자국의 중요한 목표로 삼아 왔고, 대만이 독립 선언을 할까 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대만 내 독립 주장에 거칠게 반응하며, 미국이 대만 독립 세력을 고무할까 봐 우려해 왔다.

반면 미국에게 대만은 인도·태평양을 지배하기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대만해협에서의 항행 자유는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에서 미국의 이익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해협은 항해 및 항공 노선뿐만 아니라 글로벌 통신 및 인터넷, 그리고 네트워크 안보 영역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장영희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이 대만을 장악하면 중국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훨씬 커지지만, 미국의 패권과 아시아 동맹 체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우파 경제사학자이자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닐 퍼거슨은 지난해 이렇게 썼다. “[미국이] 대만을 상실하는 것은 아시아 전체에, 오늘날 ‘인도·태평양’으로 부르는 지역에 대한 미국의 우위가 끝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는 대만 문제에 적극 관여해 왔다. 바이든은 미국 군함이 대만해협을 관통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의 빈도를 이전보다 훨씬 늘렸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겨냥해 동맹을 결집해 왔다. 미국은 영국·호주와 오커스(AUKUS) 군사동맹을 결성하면서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지원하기로 했다. 6월 나토 정상회의는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자,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대만 관여에 소홀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을 향해 ‘오판’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었다. 바이든은 대만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의향을 묻는 기자 질문에 “그렇다” 하고 답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도 대만 방어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 주자는 미국 정치권의 초당파적 분위기가 반영된 행보였다.

미국의 대만 정책에 반발해 중국 시진핑 정부는 대만해협에서 빈번한 무력시위 등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 왔다.

펠로시 방문을 계기로 대만을 향한 중국의 강경 행보는 더 지속될 듯하다. 대만을 코앞에서 압박하는 중국의 무력시위가 이번만으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꽤 있는 것이다.

전쟁 시뮬레이션

물론 미국과 중국 양측은 모두 정면 충돌을 피하려고 자제하기도 했다. 예컨대 미국은 중국을 너무 자극할까 봐 자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의 시험 발사를 연기했다. 중국도 펠로시가 대만을 떠난 후에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번에 중국은 강화된 군사력을 과시했다. 1996년 대만해협 위기 당시 미군 항공모함에 압도당했던 중국군은 이제 과거지사라는 것이다.

이는 미국을 적잖이 자극할 것이다. 안 그래도 미국 국방부와 유력 싱크탱크들은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충돌하면 미국이 패배할 수 있다는 전쟁 시뮬레이션 결과를 계속 내왔다. 미군 전력은 전 세계에 분산된 반면, 중국은 본토 가까운 곳에서 전력을 비교적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결과에 따라 이들이 내놓는 제안은 대개 미국의 신속한 군비 증강, 일본·호주 등 동맹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 대만의 무장 강화 등이다. 미국 의회에서는 대만을 중요한 동맹국으로 명시하고 대대적인 안보 지원을 한다는 골자의 대만정책법안이 논의 중이다.

중국이 대만 봉쇄 훈련에 들어가자, 일본은 극초음미사일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방위성은 사거리 1000킬로미터 미사일의 조기 배치 비용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려 한다. 일본 지배자들이 중국을 겨냥한 공격 무기 개발과 배치를 미국의 지지 속에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대만을 둘러싼 긴장의 주된 책임은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 두 제국주의 국가에 있다. 이 두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충돌은 자칫 대만 외에 다른 지역으로 번질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핵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자국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과 대만의 갈등을 키운 제국주의에 반대해야 한다. 그러려면 한국 정부가 대만 문제에서 미국 편을 드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비록 이번에 대통령 윤석열이 중국을 의식해 방한한 펠로시를 직접 만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해서도 안 된다. 중국도 제국주의 강대국으로서 ‘하나의 중국’을 앞세워 대만을 위협하며 대만 국민의 자결권을 침해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경합하는 제국주의 체제와 그들의 긴장 증대 행위 모두에 반대하는 것은 대만해협 전쟁에 한반도도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

펠로시의 대만 방문과 후폭풍

대만을 둘러싼 미·중 긴장, 왜 높아지나? 파장은?

– 일시: 8월 18일(목) 오후 8시

– 발제: 김영익 (〈노동자 연대〉 기자, 《제국주의론으로 본 동아시아와 한반도》 공저자)

○ 참가 신청 https://bit.ly/0818-meeting

토론회 당일 오후 7시 30분에 유튜브 접속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 문의: 02-2271-2395, 010-4909-2026(문자 가능), mail@workerssolidarit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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