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 문제가 제기됐다.

시대전환 국회의원 조정훈은 “불법체류자”가 40만 명에 달한다며, 이들에게 4~5년간 일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해 합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 중소기업·농촌의 인력난 해소와 코로나19 방역 등을 위해 이런 조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6월 기준 한국 내 체류 외국인 수는 206만 명이다. 총 외국인 수의 약 5분의 1이 미등록인 것이다.

미등록 이주민은 더 열악한 조건 속에서 생활하며 단속의 공포에 시달린다. 불안정한 체류 자격 때문에 나쁜 노동조건을 강요받고, 건강보험 등 각종 사회 보장 제도에서 배제된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성인이 되면 말도 안 통하고 가 본 적도 없는 ‘출신국’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그런데 법무부 장관 한동훈은 조정훈의 질의에 이렇게 답변했다. “우리 젊은 층이 일자리를 뺏긴다는, 나름대로 이해할 만한 반발심을 갖고 있는 부분도 보듬어야 한다.” 사실상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를 거부한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이간질 논리다. 이주노동자들은 농업, 건설업, 제조업 등에서 노동조건이 열악해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분야에 주로 종사한다. 임금과 일자리를 공격하는 정부와 사용자들이야말로 한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주범이고, 끊임없이 경제 위기를 낳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문제다.

한편, 화성외국인보호소 구금 이주민 지원 모임인 ‘마중’ 등 단체 15곳은 광복절 사면을 앞두고 미등록 이주민 전원 사면과 합법화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온갖 부패한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데, 정작 위험하고 고된 일자리에서 노동력을 제공해 온 미등록 이주민들을 제외하는 것은 차별이다.

정부는 이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단속추방 피하려다 사망까지

한국이 이주노동자를 본격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래로, 정부의 미등록 이주민 대책 기조는 단속과 추방이었다. 정부의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보면, 단속 인원과 장비 확대, 광역·기동단속팀 구성, 특별 단속 지역 지정, 브로커 기획 조사 강화가 그 주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단속추방으로 인한 미등록 이주민의 고통은 엄청나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들을 ‘토끼몰이’식으로 사냥하듯이 단속해 왔다. 2000년대 이래 30명이 넘는 이주민들이 이런 반인권적 단속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사망했다.

외국인보호소는 단속에 붙잡힌 미등록 이주민을 출국할 때까지 구금하는 곳이다. 그중 하나인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지난해 11월 ‘새우꺾기’ 고문, 올해 4월 시리아 난민 22개월 불법 구금과 고문이 벌어지는 등 열악한 조건과 인권 침해로 악명 높다.

얼마 전 태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도로 입국 후 잠적해 미등록으로 취업한다는 제기가 있자, 법무부는 이번 달 2~5일 사이 입국한 태국인 679명 중 60퍼센트인 417명의 입국을 불허했다. 한 항공편을 타고 온 태국인 100여 명이 그대로 태국으로 송환되기도 했다.

2019년 8월에 열린 이주노동자 대회 ⓒ조승진

사용자의 필요만 고려

그러나 미등록 이주민을 전부 단속해 추방할 수 없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도 알고 있다. 대정부 질의에서 한동훈은 “불법체류자를 다 몰아내는 것이 답은 아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대신 정부는 단속추방을 강화했다 완화하기를 반복하며 미등록 이주민을 일정 비율로 유지하려 해 왔다.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가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때조차 이주민에게 별로 이로운 방식이 아니었다.

예컨대 2003년 노무현 정부는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당시 미등록 이주민 일부를 합법화했다. 그러나 체류 기간이 5년 이내인 경우에 국한해 최대 2년의 체류만 허용하는 등 조건부 합법화였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가 충분히 들어올 때까지 인력 부족을 막고자 일부에게 일시적 체류를 허용한 것이다.

합법화된 경우에도 “노동부 장관이 정하여 공표하는 업종에서 취업”하도록 했다. 이주노동자들의 바람은 무시하고 사용자들의 입맛에 따라 배치한 것이다.

이처럼 정부는 여론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도 하지만, 때로 사용자들의 필요에 따라 단속을 느슨하게 하며 저렴한 노동력 착취를 허용해 왔다. 부분적인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를 할 때도 이주민의 인간다운 삶이 아니라 사용자의 필요에 맞는 방식으로 시행했다.

미등록 이주민 단속추방은 그들에게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을 강요하면서, 합법 체류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이동을 금지한 고용허가제 등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구실을 한다. 또한 이주노동자를 내국인 일자리나 복지를 빼앗는 존재로 여기게 만들어 노동계급의 단결을 어렵게 한다.

이주민에게 고통을 낳는 국경 통제와 단속추방에 반대하고, 이주민과 난민을 겨냥한 인종차별과 혐오 조장에도 맞서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미등록 이주민을 조건 없이 합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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