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독립영화 중에서 가장 크게 흥행한 작품은 다큐멘터리 영화인 ‘그대가 조국’이었다. 흔치 않게 무려 30만 명이 봤다고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 포스터 ⓒ출처 (주)엣나인필름

이 영화는 제목처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이 만든 것이고, 다른 수많은 지지자들을 위로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조국 논란과 사건에 대한 전체적 성격 규정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재판 과정을 따라가며 조국이 억울한 희생자임을 호소한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이 영화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편향된 증인들의 주관적 증언(가령 조국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 2심까지 유죄를 받은 최강욱 의원), 지엽말단적인 사실들에 대한 의혹 제기 등을 반복하다가 영화는 끝난다.

조국 전 장관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수시로 등장해 자신의 소회를 털어놓고, 장관 임명 전 기자 간담회와 청문회 장면 등도 비중 있게 부각되지만, 조국 본인이 왜 자기 아내의 재판에서조차 묵비권을 그토록 많이 행사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스펙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기소된 15개 혐의 중 11개에 대해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국 딸의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로 판정됐는데, 조국 딸이 하다못해 동양대에서 자원봉사를 했다는 목격자 한 명을 재판에서도, 이 영화에서도 제시하지 못한다.

무죄를 받은 혐의들도 그리 자랑할 만한 것은 못 된다. 가령 사모펀드 투자 관련 횡령 혐의가 무죄로 나온 것은 재판부가 그 돈을 차명 투자에 대한 수익으로 봤기 때문이다. 정치적·도덕적으로는 불명예스러운 무죄다.

조국 전 장관은 당시에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었다. 그 자리는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와 기강 문제를 다루는 자리였다. 그런데 바로 그 민정수석비서관 자리에 있으면서, 스스로 ‘고위 공직자의 백지신탁 의무’(고위 공직자가 자신의 업무상 권한을 이용해 자신이 보유한 주식 등 재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재산을 묶어 두는 것)를 위배한 셈이었다.

부모가 ‘스펙 품앗이’ 등의 도움을 주는 것은 보통의 청년들이 꿈도 못 꿀 일이다 ⓒ이시헌

조국 전 장관의 재판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재판이 열리면 이 문제가 다뤄질 것이다.

실망 또는 확증편향

나름대로 언론 보도와 재판 과정·결과들을 살피며 중립적으로 사안을 보려 하고 그 과정에서 혹시나 놓친 증거나 의혹, 반론 등이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는 실망이 클 것이다.

조 전 장관의 무죄를 주장하는 영화가 정작 진실 규명이나 해명에는 너무 무성의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눈길을 끈 것은 동양대학교 휴게실에서 발견된 컴퓨터(표창장 위조 관련 파일들)의 증거 능력이 없다는 부분이다. 이 주장은 실제로 재판부도 받아들였다. 화제의 그 컴퓨터를 2심 재판부가 증거에서 배제한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게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음을. 이유는 그 컴퓨터가 정경심 전 교수가 유죄 판결을 받게 된 유일한 증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유죄 판결 후 출연자들이 재판부·검찰이 모두 기득권의 편이라고 한탄하는 장면을 보여 줄 뿐, 나머지 증거들을 반박하는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조국·정경심 부부가 법적·정치적·도덕적으로 무죄임을 이미 확신하는 조국 전 장관의 지지자들에게 새로운 확신 또는 확증편향을 주는 영화다.

결국 조 전 장관의 정치적 재기를 위한 프로젝트의 출발점으로 읽힌다.

법적이 아니라 정치적

조국 전 장관 문제가 지지층이 이반하는 정치적 사건으로 부각된 것은 조 전 장관 일가의 행동이 계급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조국 전 장관이 어쭙잖게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변호론을 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재벌과 관료층, 기득권의 편이고, 자신들의 당은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한다”(강령)고 얘기해 왔다. 비록 그 사이에 기반과 실천이 지배계급 쪽으로 확실히 이동했지만 말이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는 “고학력, 고소득자, 소위 부자라고 하는 분들 중에는 우리[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다”고 말해 그런 변화를 인정했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조국 전 장관이 (부유층의 관행대로) 자신의 지위와 재산을 이용해 자기 자녀들에게 계급적 특권 대물림을 하려 한 것은 현행법 위반 여부로만 따질 문제가 아니다.

대학 입시를 위해 두 교수 부모가 고위 전문직 부모들과 ‘스펙 품앗이’를 하고(그중 일부는 허위로 조작), 손쉽게 스펙을 마련해 주는 것은 보통의 청년들이 꿈도 못 꿀 일이다.

이런 언행불일치가 드러나도 반성하지 않고, 그저 ‘기득권층’과 검찰과 재판부 탓만 해대는 구태의연함이 ‘내로남불’이라는 배신감과 환멸을 자아낸 것이다.

국민의힘과 달라 보여서 민주당과 문재인·조국을 지지한 사람들에게, 왜 우리는 국민의힘처럼 기득권을 누리면 안 되느냐고 되물은 격이니 말이다.

초기에 배신감을 느낀 사람들의 대다수는 박근혜를 퇴진시킨 촛불운동 이후 문재인과 조국에게 기대를 걸었던 청년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을 붙잡으려고 윤석열이 공정을 앞세웠으나 신기루에 불과했음이 금세 드러나 보통의 청년들은 또다시 정치적으로 방황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조 전 장관측 증인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직 법무부 장관이자 대학교수, 전직 청와대 수석이자 현 광주시장, 광고회사 대표, IT 회사 대표 등이다.

물론 이런 구성은 덕망있는 사람들의 증언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작위적으로 선정된 것일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급 청년들 다수가 “그대가 조국”이라는 호명에 응하는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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