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정부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정상화’를 선언했다. 앞서 사드를 제한적으로만 운용하라는 중국 정부의 요구에 윤석열이 ‘정상화’로 응수한 것이다.

성주에 있는 사드는 현재 임시 배치된 상태다. 그렇지만 운용 자체는 이미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사드 기지 정상화란, “임시시설을 사용하는 한·미 장병의 임무 수행 여건 개선과 자재·설비 등의 반입 보장 등을 뜻한다.”(〈중앙일보〉)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로 이어질 사드 기지 강화 시도. 2020년 5월 29일 소성리로 이동하는 사드 장비 ⓒ출처 소성리종합상황실

이미 한국 정부는 사드 기지 강화 수순을 밟고 있었다. 윤석열은 6월부터 사드 기지 장비 반입을 위해 경찰 작전도 불사했다. 윤석열은 동아시아 안보 위기에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로 대응하려는 우파의 의지를 대변한다.

2017년 사드 배치에 중국 정부가 강력 반발하자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3불 입장으로 중국과의 갈등에서 한발 비켜갔다.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참가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이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2017년 10월 강경화 장관 국회 발언).

물론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반발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되, 사드 배치 자체는 되돌리지 않았고 군비 증강에 열을 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의 사드 임시 배치에 만족하지 않고, 3불 부정과 사드 운용 강화를 통해 한·미·일 군사 공조 강화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사드 정상화는 사드의 한국 추가 배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윤석열이 대선 때 거론한 바이기도 하다.

우파 내 일각에서는 ‘1991년 우리나라에서 철수했던 전술 핵무기 600개 중 일부를 재배치하려면 사드 3불 폐기가 그 시작’이라는 노골적인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다.

제1열도선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의 사드 강화는 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다.

사드는 미국 MD(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적 무기 체계다. 대북용이라고 하지만 사드의 진정한 목적은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미국 의회조사국조차 사드가 북한 미사일 요격에 쓸모가 없다고 인정한 바 있다.

바다와 지상에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감시 정찰 체제가 바로 사드의 일부인 ‘엑스밴드 레이더’(AN/TPY-2)인데, 이 레이더는 중국 동부와 동북부 지역의 군사 활동을 감시할 수 있다.

한편, 한국의 사드 배치는 일본 규슈,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을 잇는 이른바 ‘제1열도선(도련선)’에서 이뤄질 한·미·일 미사일 공조의 ‘눈’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이 제1열도선을 따라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려 한다.

이곳은 중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곳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여 제1열도선이 뚫리면 이 주변 해상 운송로 지배권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항공모함 여러 척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결하는 등 이곳의 긴장이 높아진 까닭이다.

중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를 시작으로 제1열도선을 따라 사드와 비슷하거나 사드와 연계된 무기 체계가 더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제1열도선의 일부인 오키나와는 일본 본섬보다 대만에 더 가까운 군사 요충지로서 미·중 군사 갈등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곳에 미사일이 배치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사드 정상화는 일본의 군국주의도 더한층 부추길 것이다. 미국의 지지 속에 재무장에 본격적으로 나선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MD와 사드를 활용해 군비 증강에 더 열을 올릴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처럼 아시아의 위험한 화약고에 기름을 부으려 한다.

중국의 5대 요구

그렇다고 사드 문제에 관한 중국의 대처에 진보적 성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드 배치와 운용에 반발하는 중국의 입장은 제국주의 강대국 특유의 오만함으로 가득했다.

중국은 ‘3불(不) 1한(限)’(사드 운용 제한)과 ‘마땅히 독립자주 노선을 견지해 외부 간섭을 배제하라’는 등 5대 요구를 제시했지만, 본질적으로 이 요구들은 제국주의 강대국으로서 중국이 ‘미·중 사이에서 처신을 잘하라’고 한국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대만 문제 같은 자국의 ‘핵심 이익’을 두고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는 호전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무력 시위는 점차 빈번해지고 있다. 중국은 군용기를 대만 인근으로 빈번하게 보내어 노골적으로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해 중국 인민해방군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대만 동쪽 바다에 떨어졌다. 시진핑의 발언과 무력 시위는 자국의 핵심이익을 지키기 위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제국주의 강대국의 위협이다.

미국과 중국 두 제국주의 강대국이 경쟁 수위를 위험하게 높이는 지금, 그들의 긴장 고조 행위에 동참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하다. 이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시아의 지정학적 위기에 한반도를 더 얽히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