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2020년 서해 공무원 이대준 씨 피살 사건에 대한 의혹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관련 국가기관들이 사건 당시에 취했던 입장을 바꿨다. 국방부, 해양경찰청, 국가정보원, 통일부 등.

이 과정에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당사자들의 귀순 의사를 거슬러 강제로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서해 공무원 사건에서도 고의 월북으로 판단하기에는 증거들이 확실치 않았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가령 당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조류 변화까지 감안해 이대준 씨의 표류 시 동선을 예측했는데, 실제 피살된 해역과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는 월북 의도를 갖고 헤엄쳐서 문제 해역으로 갔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조난을 당한 이대준 씨가 조류에 떠밀려 그 해역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상당하고, 심지어 이 가능성을 정부가 알았다는 뜻이다.

결국 두 사건에서 핵심 의문은 사건 처리 방향 결정에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느냐로 좁혀지는 듯하다. 만일 문재인 정부가 사건을 조작했다면, 아마 공무원 사망에 따른 책임 회피 목적이 컸을 것이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는 것도 부담이었을 수 있다.

아직 수사가 남은 데다가 정치적 고려 사항이 많은 사건들이라서 법원의 판단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윤석열 정부의 의혹 제기와 사건 성격 재규정 시도는 관련 부처에서 친민주당 관료들을 제거하는 것에 이용되고 있다.

박근혜가 임시변통으로 해체했지만 문재인이 되살린 해경에서는 문재인이 임명했던 지휘부 전원이 사퇴했다.

국정원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장 두 명(서훈·박지원)이 수사 대상이 됐고, 간부급에서 대대적인 인적 청산(교체)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당시 통일부 장관 김연철도 수사 대상이 됐다. 외교부도 반성 메시지를 냈다.

한동훈 하의 검찰은 인원을 보강해 가며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여야가 이 사건들을 정쟁에 이용하는 것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윤석열 정부가 경제적·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국가기관들을 다잡으며 반격 태세를 갖춰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정치·경제·안보 등 복합 위기에 시달리며 억압적 태세도 강화하고 있다 ⓒ출처 대통령실

국가기관 단속으로 통제력을 높이려 한다

윤석열은 취임 100일 되도록 검찰총장을 공석으로 두고, 법무부 장관 한동훈을 통해 검찰을 직접 통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설치해 경찰 수뇌부가 정권과 더 가까워지도록 하고, 경찰청장과 경찰국장에 사찰 전문가와 공안 수사·프락치 공작 전문가를 앉혔다. 윤석열은 직접 일선 경찰의 권총 사용 강화를 지시했다.

국정원·보안경찰과 협업하던 공안검사 이시원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 앉혔는데, 그의 경찰 측 파트너 중 하나였을 김순호를 경찰국장에 기용한 것은 국정원, 경찰, 공안검사, 안보지원사(옛 기무사-보안사) 간의 협력을 체계화·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안보지원사는 일선 부대 불시 보안점검 등 보안·방첩 업무를 강화하고, 부대 명칭을 국군방첩사령부로 바꾸겠다고 했다. 안보지원사는 촛불 운동 무력 진압 검토 문건이 폭로된 후 민간인 사찰과 보안·방첩 업무를 줄이겠다고 했었다. 애초부터 그 약속 자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웠는데, 이제 대놓고 뒤집겠다는 것이다.

초급 장교들과 사병에 대한 방첩 활동은 필연적으로 민간인 사찰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보안사는 녹화 사업 등 민간인 사찰로 악명 높았다). 최근 해군 사병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도 “부대 불시 점검”과 연관된 적발이거나 입대 전 경력에 기초한 입대 후 감시의 결과일 수도 있다.

감사원장 최재해가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한 것도 파장을 일으켰다. 감사원이 국가 행정부 단속의 수단이 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안보 위기에 대한 억압적 대응

임기 초부터 지지율이 폭락해 정치적 위기를 겪는 윤석열 정부는, 덮쳐 오는 경제 위기의 공포뿐 아니라 초유의 지정학적 위기에도 직면해 있다.

미·중 갈등이 경제적·군사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최근 중국은 한·중 외교 30년 맞이 외교 회담에서 사드 운용을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을 의식해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와의 만남을 피했던 윤석열 정부는 그러나 중국 정부의 요구에 즉각 반발했다. 대통령실·외교부가 모두 “주권 침해”라며 사드 부대 정상화를 공언했다.

사드 배치 직후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했던 중국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 이후 서해(황해) 산둥반도 해역에서 한국과 평택 주한미군을 겨냥한 공격적 해상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대중국 무역은 석 달째 적자다.

윤석열 정부는 중국 눈치를 보면서도 큰 줄기에서 한미 동맹 강화 노선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과 나토를 군사적으로 간접 지원하고 있고, 한·미·일 군사 동맹 강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

한·일 관계 회복에 장애물이 많지만, 윤석열은 광복절 연설에서 일본에 재차 관계 회복을 제안했다.

한국군은 한·미·일이 함께하는 대규모 해상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나 칩4동맹 등 미·일 주도의 반도체 생산 동맹에도 참가하려고 한다.

이 상황에서 중국이 (신경질적으로) 외교·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이다. 경제적 딜레마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한중 관계에 엇박자가 나는 것은 지금의 지정학적 위기가 새로운 단계로 고조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안보 위기에 지배계급은 대응 방향을 둘러싸고 자체 분열을 겪는 듯하다. 특히, 지금처럼 딜레마가 큰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한미 동맹 강화에 이견이 없음에도 단기적인 대응책들을 놓고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다.

흔히 지배자들은 국가 안보를 내세워 지배계급의 무장한 억압 조직(무기)으로서 국가기관들을 보호하려고 한다. 외부 위협에 대응해 군사(군국)주의를 강화하고 국가기관이 분열을 겪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통제되도록 내부 단속을 하고 전반적인 사회 통제도 강화한다.

그래서 그들은 국가 안보와 국론 분열 방지를 내세워 전투적 노동운동과 급진좌파 탄압, 사상·표현의 자유 일부 제약 등 민주적 권리 침해를 자행한다. 대중의 저항이 원치 않는 자기네 분열 요소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국가보안법이나 박근혜가 (급진좌파를 위축·분열시키는 데) 효과적으로 써먹은 ‘형법상의 내란선동죄’ 등이 무기로 쓰일 수도 있다.

2012~2013년 동아시아에서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중국에선 정권 교체와 대대적인 숙청이, 북한에선 측근 그룹 숙청이, 일본에선 전후 최초의 비자민당 정부가 몰락하고 자민당 아베 내각이 들어섰다. 한국에선 이명박이 국가기관이 총체적으로 동원된 공작을 벌인 덕분에 박근혜가 집권했다.

윤석열의 지지율 추락과 여권 내분은 생계비 위기에 맞선 대중 저항에 유리한 요인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이면에서 지지율 하락에 따른 통치력 누수를 예방하고, 안보 위기에 대응하려고 국가기관들의 억압적 태세도 갖춰지고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노동운동과 좌파는 야금야금 들어오는 윤석열 정부의 민주적 권리 침해에 목소리를 내 경고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적 경쟁이 지정학적 위기를 증대시키는 상황에서 제국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하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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