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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관제권 분리 시도:
분할 민영화를 위한 초석

정부가 철도공사에서 핵심적인 노선의 관제권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

최근 〈프레시안〉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폭로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막바지에 확정한 ‘제2철도교통관제센터 관제시스템 구축 기본계획 최종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철도 통합(철도공사와 SR, 더 나아가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을 약속했지만, 말뿐이었다. 되레 2019년 감사원이 관제권 분리를 권고하자 정부는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최종 보고서가 올해 4월 나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 윤석열 정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관제권 분리를 시도하려 한다. 국토부장관 원희룡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관제권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민영화 계획과도 맥을 같이 한다.

관제 업무는 철도 운행의 중추신경과 같다. 열차 운행 계획, 선로 배분, 열차의 제어와 관리, 비상시 응급조치와 유지보수 업무 통제 등을 종합적으로 관장하는 구실을 한다. 철도 운영사와 관제센터가 한 몸처럼 소통체계를 갖춰야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다.

그래서 철도 노동자들은 철도공사에서 관제권을 떼어 내는 것은 위험천만한 도박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런데 해당 보고서는 정반대로 결론을 낸다. 미래에 복수의 철도 운영자들을 위해 관제권을 철도공사로부터 ‘독립’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충북 오송 지역에 새롭게 설립되고 있는 제2철도관제센터의 운영권을 국가철도공단(옛 철도시설공단)으로 이관하겠다고 한다.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2027년부터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이 전국의 관제 영역을 이분화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도권·강원·충청 지역은 코레일이, 고속철도와 호남·영남 지역은 국가철도공단이 관제권을 맡게 된다.

지난 7월 대전에서 발생한 수서행 SRT 열차 탈선 사고 ⓒ출처 대전소방본부

안전 위협

철도노조의 비판처럼, 이는 철도 운영에 민간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민영화의 사전 작업이다. 보고서는 철도공사가 관제권을 ‘독점’하면 다른 민간 사업자들이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웨덴, 스페인 등 민간 기업들이 철도 운영에 참가하고 있는 나라들에서 관제권이 분리된 사례를 다룬다. 그러면서 관제권 분리를 위한 관련 법·제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모두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관제권 분리를 시도했었다. 물론 철도 민영화 반대 운동 덕분에 그들의 의도대로 추진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철도공사와 SR을 경쟁시키며 수익성과 실적 위주의 경영 평가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차량 정비 부문을 외주화 하고, 유지보수 업무도 철도공사에서 떼어 내 분리시키겠다고 한다. 이 같은 조처들은 관제권 이관과 함께 철도 민영화를 위한 것이다. 공공서비스를 시장 경쟁에 내맡기며 안전을 위협하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

최근 민주당은 관제권 분리가 민영화의 수순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최종보고서가 현 정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전혀 말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철도공사의 분할 매각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2015~2020)도 폐기하지 않고 유지시킨 바 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와 정쟁은 하겠지만, 민영화에 일관되게 반대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민주당에 기댈 게 아니라, 노동운동이 독립적으로 반대 운동을 건설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