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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 미국 제국주의의 한계를 보여 주다

미국, 유럽연합, 중국과 러시아 등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란의 핵 개발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국가들은 전 세계의 핵무기를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위선에 맞서 이란에 대한 압박에 반대해야 한다.

이런 방어는 일부 좌파 민족주의자들처럼 이란 지배자들을 이상화하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예를 들어 〈코리아 21〉 1월호는 아흐마디네자드가 “2005년 중동 반미 전선의 최선두에 있으며 … 극단적인 이슬람 민족주의적 발언만 삼간다면 그의 활동은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하고 찬양했다.

하지만 아흐마디네자드는 미국 가톨릭 우파와 비슷한 점이 많다. 그는 지배계급과 제국주의에 대한 이란 민중의 정당한 불만을 이용해서 매우 보수적이고 반동적인 정책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그나마 진보적일 수 있는 “석유 마피아 척결”이라는 그의 공약은 물 건너가고 있다. 아흐마디네자드는 최근 제2차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대학살이 없었다는 등 우익적 발언을 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물론 현재 이란의 핵 개발 재개를 단지 아흐마디네자드의 ‘관심 돌리기’ 책략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이란의 정치 체제는 복잡하며, 대통령은 행정부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 핵 협상은 사실상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가 좌우하고 있고, 상당수 이란 자본가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핵심 지도자들은 대부분 핵(무기) 개발 재개에 찬성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들은 아마도 북한처럼 핵무장을 기정사실로 만드는 것 외에는 미국의 침략 위협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을지 모른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지금의 세계 제국주의 체제의 두 가지 특징을 보여 줬다.

하나는 각 제국주의 열강간 이해관계의 충돌이 다시 한 번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02∼2003년에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대서양 동맹 내에서 균열이 있었다. 현재는 서방 진영과 중국(그리고 아마도 러시아) 사이에 갈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란은 중국과 아시아 경제의 성장과 이에 따른 석유 수요의 폭증 덕분에 서방 시장에 대한 의존에서 상당히 벗어날 수 있었고, 덕분에 상당한 운신의 폭이 있다.

중국은 석유의 50퍼센트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고, 그 중 일부는 이란에서 수입한다. 일본과 인도를 비롯한 다른 많은 아시아 나라들도 이란 석유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또, 서방 진영 내에서도 군사행동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이란 지배자들은 미국·영국 등의 이라크 침략 이후 서방과의 대결을 준비해 왔다. 1월 20일치 〈파이낸셜 타임스〉를 보면, 이란은 한편으로는 석유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하는 등 경제적 압박을 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제재 조치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대이란 경제제재는 이라크에서와 같은 효과를 내기는 힘들 것이다.

둘째, 이란 사태는 미국 제국주의의 힘의 한계를 명백하게 보여 준다. 이란이 지금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것은 미국 제국주의가 이라크에서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 때문에 이란의 지정학적 영향력은 더 강력해졌고, 남부 이라크의 상대적인 정치 안정은 대체로 남부 시아파 성직자들과 이란 정권의 암묵적 협력 덕분이다. 미국이 섣부른 행동을 한다면 이란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지옥과도 같은 상황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

물론 미국 정부는 이란의 정권 교체를 시도할 수도 있다. 미국 정부가 이란 국내외의 반정부 세력들을 부추길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라크 침략 이후 이란 반정부 세력들에 대한 부시 정부의 생각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부시 정부는 지난 주 브뤼셀과 베를린에서 열린 해외 거주 이란 반대파들의 회의를 거의 완전히 무시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미래에 정권 교체를 실제로 기도한다면 폭격의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지상전을 동원한 전면 공격의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어떤 형태든 미국의 개입은 또 하나의 재앙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라크 침략을 기획한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물론 우리는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하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