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키우는 자들 6월 30일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미국 대통령 바이든,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오른쪽부터) ⓒ출처 나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6개월이 흐른 지금,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이 또 다른 변곡점을 지나 더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탈환하는 공세에 나서도록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에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푸틴의 대응이었다. 당시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 성향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타도됐고, 그후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 쪽으로 기울었다. 이는 “해방”이 아니라 첨예해지는 제국주의간 갈등의 일환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러시아가 자국의 핵심적인 영토로 여기는 크림반도를 서방 지원하에서 탈환하려는 시도는 대규모 확전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이제 서방이 지원한 모든 무기를 크림반도에 퍼부어도 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미국의 한 정부 고위 관료는 크림반도에 있는 표적에 대한 공격이 모두 “당연한 정당방위”라고 했다.

8월 20일, 드론 한 대가 경계가 삼엄한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러시아 흑해함대 기지 한복판에 있는 해군 본부를 타격했다.

그 후 크림반도의 다른 러시아군 시설들에서도 폭발이 잇따랐다. 폭발 규모가 컸던 곳의 하나인 사키 공군기지에서는 러시아 전투기 9대가 파괴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공격 하나하나에 2000만 파운드[약 316억 원] 넘는 돈이 든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 공격을 자신들이 벌였다고 공식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누군가가 했을 리 없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고문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이 폭발이 반격의 서막이라고 했다.

“우리 전략은 러시아군의 병참, 보급로, 탄약고 등의 군사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군 내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화

포돌랴크는 러시아가 건설한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케르치대교를 타격할 계획을 시사하며 “그런 대상은 파괴돼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그저 일화가 아니다.

8월 23일,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크림 플랫폼’ 회의에 참석했다. 이것은 군사 동맹 나토의 피묻은 손으로 은총을 내려 준 군사적 협의체들을 순회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크림 플랫폼은 최근 제국주의의 피조물이다. 지난해 창설된 이 기구의 목적은 러시아에 대한 공세적 조처를 부추기는 것이다. 이 기구는 “러시아 정부에 대한 국제적 압력”을 키우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의 크림반도 탈환을 보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이 제국주의 패거리의 선봉에 있다.

영국 국방장관 벤 월러스는 최근 ‘우크라이나 국제 기금’에 10억 파운드 지원을 발표한 것에 더해 2억 5000만 파운드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금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벌이는 모험에 필요한 군사 훈련과 장비에 자금을 댄다. 이를 통해 영국은 지금까지 2300명이 넘는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국면이 다시 바뀌고 있다. 최초의 국면은 러시아의 침공이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항전에 막혔고 일부 후퇴했다. 그후 교착 상태가 이어지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 매우 느린 속도로 전진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모두 막대한 사상자를 냈다.

그동안 러시아는 지속적인 포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여러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다. 그러나 서방의 어마어마한 무기 지원으로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생겼다.

미국은 러시아를 돈바스 지방에서 몰아내고 러시아가 8년 동안 점령한 크림반도를 타격해 러시아에 굴욕을 안겨 줄 가능성을 감지했다. 이는 대만을 두고 용의주도한 무력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중국에 보내는 또 다른 경고가 될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대부분의 시기 동안 러시아의 포대는 우크라이나보다 사거리가 우세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하이마스(HIMARS,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로켓 무기 체계 등을 지원한 덕분에 지금은 우크라이나가 화력에서 러시아를 앞설 수 있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가 곧 러시아로 쳐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한 보좌관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러시아와 정면 대결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러시아군을 약화시켜서 전쟁 수행 능력을 감퇴시킨 뒤 내쫓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서방이 자신의 전쟁 목표를 확장하면서, 더 광범한 전쟁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전쟁에 맞선 저항이 러시아와 서방 모두에서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