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시대에 사용자들의 실질임금 삭감 시도에 금융 노동자들도 화가 났다.

7월 말 산별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사용자 측의 몽니로 결렬된 후, 금융노조는 9월 16일 하루 파업을  예고했다. 8월 19일 파업 찬반 투표에서는 투표 조합원 93.4퍼센트가 찬성했다.(투표율 79.27퍼센트)

또한 금융노조는 8월 23일부터 순회 조합원 파업 결의대회에 나섰다. 23일에는 서울 시청광장에서, 25일 대구 한국부동산원 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9월 1일에는 부산 BIFC광장에서 집회가 열릴 계획이다.

8월 23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금융 노동자들이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출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서울 집회에는 1만 명 가까이 참가했다. 평일 저녁 녹초가 된 상태에서 참가하는 퇴근 후 집회임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규모다. 영업점·부서 동료들끼리 삼삼오오 집회장에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고, 집회 시작 후에도 대열이 계속 늘어났다. 25일 대구 집회에는 3000여 명이 모였다.

노동자들은, 실질임금을 삭감하고 다가오는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금융기관 사용자들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감과 불만을 드러냈다.

‘귀족’ 노동자?

금융노조는 임금 6.1퍼센트 인상, 영업점 폐쇄 중단, 노동시간 단축,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안 폐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임금 문제가 가장 큰 초점이다. 금융산별 사용자들은 임금 인상률 1.4퍼센트를 고집하고 있다. 물론 다른 요구들도 모두 거절했고, 최근에는 2017년 투쟁을 빌미로 전 금융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해고하기도 했다.

8월 23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금융 노동자들이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김문성

친사용자 언론들이 금융 노동자들의 투쟁을 ‘귀족’ 노동자라고 비난하지만, 그런 언론들이 제시하는 금융 노동자 평균임금 수치에는 많게는 십수억 원에 이르는 임원들의 연봉이 포함돼 있곤 하다.

게다가 최근 금융 부문의 임금 인상률은 평균 2퍼센트에 그쳐 왔고,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도 여전히 만만찮다. 노동자들은 최근 영업점 대량 폐쇄로 고용 불안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통계상 물가 상승률이 이미 6퍼센트를 넘어선 상황에서, 사용자들의 실질임금 대폭 삭감 시도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금융 노동자들도 자가 구입 또는 전세비 등에 대출에 의존한다. 그래서 물가 앙등과 금리 인상에 마찬가지로 생계비 압박을 받고 있다.

윤석열의 공공기관 혁신안은 임금 억제와 이를 위한 임금체계 개악(호봉제 폐지와 직무급제 도입), 구조조정 등이 포함돼 있으므로 그에 대한 반대에는 임금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는 것이다. 금융 공공기관들은 기획재정부의 가이드라인으로 임금을 민간 은행보다 더 강하게 통제받는다.

공공기관 혁신안 등에 대한 반대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기조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금융 노동자들의 투쟁은 생계비 위기 때문에 곳곳에서 벌어지는 노동자 저항의 일부다. 금융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