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은 인도적 비극과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7월 25일 현재 민간인 전쟁 사망자 수가 5,237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정보 수집이 쉽지 않은 격전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민간인 사상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교전국의 공식 발표는 언제나 상대국 전사자 수를 과장하고 자국 전사자 수를 축소한다. 8월 말 우크라이나 정부는 9,500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3월 이래 전사자 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데, 미국과 영국 당국은 1만 5000명~2만 명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부상자들, 파괴된 도시와 마을, 665만 명의 국외 난민(유엔난민기구 집계)을 더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사회·경제 활동이 붕괴했다. 그리고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가 벌이는 경제 전쟁으로 에너지·식량 위기가 격화돼 세계적으로 빈곤이 더 심해졌다.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출처 Joint Forces Task Force

크림반도

그럼에도 전쟁은 계속되고, 전쟁 관련국들은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다. 오히려 가을로 접어들면서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는 새로운 결정적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 군대는 지난 몇 달 동안 우크라이나 동부의 중공업 지역인 돈바스에 집중했다. 이 지역을 완전히 점령하는 것이 러시아의 목표였다. 러시아군은 달팽이 걸음 같은 속도로 전진했고, 전투는 제1차세계대전의 참호전을 연상케 했다. “500미터 전진한 날은 러시아에 잘 풀린 하루다.”(〈뉴욕 타임스〉 8월 30일자에 인용된 바이든 정부 관리의 말)

이제 가장 중요한 격전지는 우크라이나 남부, 특히 헤르손으로 바뀌었다. 헤르손은 전쟁 초기에 러시아 군대에 점령당한 대도시이다. 헤르손은 드네프르(드니프로)강과 흑해가 만나는 곳에 있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항구이다.

나탈리아 후메니우크 우크라이나군 남부사령부 대변인은 8월 29일(현지 시간) 이렇게 발표했다. “오늘 우리는 헤르손을 비롯해 다방면으로 공세를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러시아군을 드네프르강 너머로 몰아내고, 2014년 이래 러시아가 점령·편입한 크림반도 국경으로 진격하는 것이다. 젤렌스키는 이렇게 밝혔다. “헤르손을 탈환하려는 우리의 계획이 궁금하겠지만,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다. … 우린 국경까지 진격할 것이다.”

7월 17일(현지 시각)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공격할 경우 “최후 심판의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의 출처인 신약성경 마태오 복음서 7장 13절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멸망에 이르고 극소수만이 생명에 이른다. 즉, 핵전쟁을 시사하는 말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은 군사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시간에 쫓기고 있다. 남부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한 채 겨울을 맞이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해안 도시들을 대부분 통제해 요새로 삼고 해상을 봉쇄해 우크라이나의 수출을 옥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으로 유럽의 천연가스·휘발유·식품 가격이 치솟았는데, 이 상태가 겨울까지 이어지면 유럽 대중의 불만이 훨씬 증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도 “겨울이 지나고 러시아가 발판을 마련하면 더 어려워질 것”(대통령실 비서실장 안드리 예르마크)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첨단 무기를 앞세워 남부 지역 탈환에 힘을 쏟는 이유이다.

이런 사태 전개는 서방 지배자들 일부의 회의감을 키울 수 있다. 독일 외무장관 아날레나 베어보크는 8월 25일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할지 우리는 모른다.”(물론 독일과 나토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말이다.)

베어보크는 전쟁이 2023년에도 계속될 듯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런 소모전이 2023년에도 지속된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세를 시작했다고 발표했지만, 어디까지가 참말인지 불분명하다. 사실, 우크라이나 군대는 병력·무기·탄약,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작전 운용 경험이 부족하다.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제공한 첨단 무기들을 사용해 러시아군의 후방 군수·병참 기지를 타격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고위 관리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 공격이 정당방위로, 미국은 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하이마스(HIMARS;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등을 이용한 크림반도 공격을 우크라이나에 승인해 준 것이고, 사실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탈환 공세에 나서도록 부추기는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자포리자

시간이 러시아의 편인 것도 아니다. 러시아도 시간에 쫓기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국경 지대인 크림반도를 향해 진격할까 봐 두려워해서라기보다는 시간이 흐를수록 막대해지는 전쟁 비용 때문이다.

물론 루블화는 추락하지 않았고, 러시아는 새로운 석유 시장을 찾고 있다. 러시아는 아시아 국가들에 석유 장기계약 시 공급가를 최대 30퍼센트 할인해 주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 경제를 점차적으로 마비시키고 있다. 러시아 산업들은 예비 부품들과 첨단기술 제품 조달에 슬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도 이를 공급할 수 없다.

미국은 이런 경제 전쟁을 통해 “러시아가 군사 작전을 계속할 능력을 약화”(미국 상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시키려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글로벌 공급망은 점점 더 복잡해지며 다루기 어렵고 비용도 더욱 많이 들게 된다.

참호전에서 보병 부대 병사들이 먹는 군용 식량은 러시아 지배계급에 재정적으로 덜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밀 타격”(미국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에서 봤듯이 “정밀 타격”은 대량 살상의 다른 말이다) 첨단 무기인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서방의 최신 반도체 부품 없이는 제조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포리자 핵발전소는 제국주의 간 충돌의 악몽 같은 위험성을 오롯이 보여 준다. 자포리자 핵발소는 6개의 핵반응로가 있는 유럽 최대 핵발전소이다. 러시아군이 침공 초기에 이 지역을 점령했다. 그러나 핵발전소 자체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명령을 따르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여전히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핵발전소를 전면 통제하게 되면, 우크라이나인들은 한순간에 암흑과 한파 속으로 빠질 것이다. 핵발전소 인근 지역에서의 포격전과 전투는 ‘제2의 체르노빌’의 위험을 현실화할 수 있다.(현장에 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듯하다.)

우크라이나 블랙홀

6개월 동안의 전쟁은 러시아는 물론 서방 국가들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한 말들도 다 거짓이었음을 보여 줬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항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군사 활동의 속도와 규모는 사실상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이 제공하는 군사적 지원의 속도와 무기 종류에 따라 결정된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재정적 생존도 마찬가지다. 무기와 돈을 제공하는 자가 정치적 통제력을 행사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대리전”으로 정치적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일부 동맹들, 가령 튀르키예와 걸프 국가들의 군주들은 자국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행동하고 있다.

게다가 좀 더 중요한 전선은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태평양과 아시아인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 소모전을 치르는 우크라이나 블랙홀에 엄청난 돈과 값비싼 장비들이 빨려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수 없다. 그랬다가는 미국이 나약하다는 신호를 다른 국가들에 보내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만을 위해 싸우겠다는 바이든의 약속이 커다란 신용 손상을 입을 것이다.

제1차세계대전이 시작됐을 때 양대 제국주의 동맹의 정부들은 모두 빠른 종전을 약속했다. 독일의 장군들은 확신에 차 파리로 신속하게 진군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크리스마스 때 베를린에서 커피를 마시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결과는 수년에 걸친 끔찍한 대학살이었다.

이것이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국주의 전쟁이 향하고 있는 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전쟁을 끝낼 희망은 정부들 간 협상과 외교에 있지 않다. 각국에서 국내에 있는 적(우리 나라로 말하자면 나토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윤석열 정부와 물가·금리 상승으로 돈방석에 앉은 자본가들)에 맞서는 급진적이고도 광범한 대중의 투쟁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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