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924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2019년 9월 이후 규모가 가장 큰 기후 집회가 될 듯하다. 이 집회는 국제 공동 행동의 일환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정부의 집회 금지 조처로 집회·시위가 제약을 받아 오다 코로나 상황이 다소 호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후 행동에 나서려 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도 기후 위기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위협해 온 반면, 세계 주요 정부의 대처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오히려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9월 21일 서울 혜화동에서 열린 ‘기후위기 비상행동’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만이 지배자들을 강제하고 체제 전환의 필요성을 보여 줄 수 있다 ⓒ공동취재사진

올해만 해도 초여름 폭염과 가뭄이 북반구 전역을 휩쓰는가 하면 늦여름에 폭우가 세계 곳곳을 덮쳐 홍수가 나고 초대형 태풍이 발생해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

인도 북부와 파키스탄에는 섭씨 50도가 넘는 폭염이 일주일 가까이 이어졌고, 유럽에서는 강이 말라 버려 물류 운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강물을 냉각수로 이용하는 핵발전소들이 가동을 멈췄다.

파키스탄에 찾아온 초대형 홍수는 인류 전체가 직면하게 될 지도 모를 미래를 미리 보여 줬다. 폭염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파키스탄에 7~8월 두 달 동안 평소의 네 배나 되는 양의 비가 왔다. 일부 지역에는 예년보다 466퍼센트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3300만 명이 이재민이 됐다.

이로 인해 15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이 등 취약 계층이 사망할 공산이 크다. 홍수로 기반 시설이 크게 파괴돼 수많은 사람들이 식수나 음식도 없이 손상된 건물이나 야외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뱀, 전갈, 모기 등의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고 수인성 질병과 영양실조로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견딜 힘도 약해지고 있다.

“100년 만의 폭우”는 한국에도 찾아 왔다. 8월 초에 수도권에 내린 폭우로 차량 수천 대가 침수됐고 지하철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반지하 방이 물에 잠겨 일가족이 사망하는 끔찍한 일도 벌어졌다. 자신이 사는 세계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곳을 관찰하듯 쪼그려 앉아 반지하 방 안을 들여다보는 윤석열의 모습은, 사회 상류층 인사들이 기후 재난의 피해자들을 어떻게 여기는지 잘 보여 줬다.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포항은 또 다른 사례다. 이 지역에 태풍이 처음 찾아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태풍의 위력이 조금만 커져도 기존의 사회 인프라가 이를 견뎌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계곡이 아니라 도시 한복판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옮기러 간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물에 갇혀 숨졌다. 한국에서 가장 큰 공장 중 하나인 포스코의 철강공장이 물에 잠겨 가동을 멈췄다. 고로는 간신히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철판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전기 모터 수천 개가 고장나 복원이냐 재건설이냐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 대책 없는 주요국 정부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당선한 바이든은 집권과 동시에 파리협약(유엔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투자해 기후 변화에 대처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기후 변화 대응 예산은 다름아닌 민주당 상원의원 조 맨친의 반대로 좌초됐다.

바이든은 기후 위기 대응보다는 중국과의 경쟁에 매달리느라 무역 장벽을 높여 오히려 필요한 자원 공급에 차질을 일으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엄청난 지원을 쏟아붓고, 이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화석연료 기업들에 증산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가 석유 증산을 요청하기도 했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아무런 실질적 조처에 합의하지 못했다. 기후 변화에 책임이 큰 선진국들이 내놓은 약속들이 다 지켜진다고 해도 기후 위기를 멈출 수 없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이어졌다.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진국 정부들이 지난 30년 동안 자신들이 내놓은 약속을 전혀, 혹은 거의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팬데믹 와중인데도 10만 명 넘는 사람들이 COP26 회담장 밖에서 항의 시위를 벌인 이유다.

한국도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기후 위기 대응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기는커녕 기업주들에게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겠다며 위험천만한 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추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석탄 발전소는 줄인다지만 그보다 많은 천연가스 발전 설비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기후 위기의 위협이 전례 없이 커지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 정부들과 한국 정부는 이에 진지하게 대처할 생각이 없다.

기후 위기뿐 아니라 팬데믹과 전쟁, 경제 불황의 복합 위기 속에서 각국 정부가 사력을 다해 지키려 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이 아니라 이윤과 자국의 국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를 멈추려면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구호는 대중적 운동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 924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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