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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유엔기후회의)은 이집트 독재자의 사기극

11월에 열릴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의 의장국은 이집트다. 이집트 대통령 압둘팟타흐 엘시시는 이것이 “실존적 위협에 맞선 단결을 과시할 기회”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엘시시 정권이 이집트의 끔찍한 기후·생태 위기 상황을 ‘그린워싱’할 기회다.

이집트가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경찰국가라는 사실을 숨길 방법이기도 하다.

많은 선진국·개발도상국들이 기후·생태 위기 대응에 턱없이 부족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집트는 어떤 점에서 특별한 걸까?

곱절

집권한 지 10년이 돼 가는 엘시시 정권은 기후 위기 대응에 앞장선다고 주장하지만, 화석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을 발전시켰고 2016년부터는 석유·가스 생산량을 곱절로 늘렸다.

또 엘시시 정권은 경제·사회·정치 문제에 대한 시위 일체를 탄압했다. 이 정권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한 양은 형편없다.

정권이 석유·가스 증산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 이집트는 에너지 수요의 95퍼센트를 화석연료에서 얻는다. 이집트가 태양열·풍력 발전을 하기에 아프리카에서 손꼽히게 유리한 조건인데도 말이다.

그 결과, 2019년에 이집트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에서 손꼽히게 빠르게 늘었다.

“스모그 정부” COP27을 이용해 탄압과 부패를 가리려는 이집트 ⓒ출처 Sebastian Horndasch(플리커)

수많은 이집트인들이 대기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은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하늘은 오염돼” 있고 [사람들의] “폐가 시커멓다”고 했다. 카이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도시의 하나로 거듭 지목됐다.

카이로의 대기 오염 수준은 안전 기준의 10배에 이른다. 하지만 산업 영역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한 만큼의 “새 발의 피” 수준이라고 한다.

수많은 이집트인들은 깨끗한 식수가 부족하다.

물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가 거듭 벌어졌다. 이 “목마름 시위”는 2011년 이집트 혁명의 일부였다. 이후 이 시위는 계속됐다. 대개 가장 빈곤한 시골 지역의 여성들이 시위를 주도했다.

이 시위들은 엘시시 정권의 야만적 탄압을 받기 일쑤였다. 엘시시 정부는 2011년 혁명과 변화에 대한 희망을 파괴할 목적으로 자행된 쿠데타로 집권했다.

엘시시는 기후 친화적 정책으로의 전환을 위해 국제적으로 자금을 더 많이 지원해 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이집트 기후 운동가인 칼레드 디압은] 이렇게 말했다. “엄격한 조건과 실사가 없어서, 이집트에 전달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이 부패의 수레바퀴에 기름칠을 하게 될 위험이 있다.

“외국인 투자는 정권에 자금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대중을 억압할 자원을 공급하는 것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전 정권인 무바라크 독재 때부터 환경 문제에 관한 시위가 늘고 있다.

표명

무바라크는 신자유주의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공기업은 부패한 거래를 통해 민간 소유주들에게 매각됐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이래로, 토지가 농민들에게서 몰수돼 거래업자들에게 넘어갔고 물이 민영화됐다.

동시에 군부는 많은 건설·제조업 기업들을 인수해 이집트 경제의 핵심 주체가 됐다. 군부가 인수한 것들 중에는 시멘트 공장, 화학 공장 등 이집트에서 환경을 가장 많이 오염시키는 공장들도 있다.

이집트 국가의 환경 파괴 정책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끼쳐 왔다.

기후 운동가들이 시위를 벌이면 혹독하게 탄압당한다.

이집트에서 시위대는 국가의 적으로 취급된다. 정권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처벌받는 것이 일상이다. 활동가들은 체포당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는 시늉조차 없이 투옥되며, 고문과 학대로 악명 높은 감옥에서 중형을 살도록 선고받는다.

이집트 독재자 압델 파타 엘시시 군부 독재 하에서 현재 6만 명이 넘는 활동가들이 투옥되고 수천 명이 살해당했다 ⓒ출처 압델 파타 엘시시(페이스북)

2011년 혁명은 경제적 변화, 독재로부터의 해방을 요구했다.

많은 지역들에서 식수, 위생, 환경 오염 문제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일들은 “목마른 자의 혁명”, “녹색 각성”이라고 불렸다.

이 시위들은 환경 운동을 고무했다. 이집트 발전소에서 수입 석탄을 태우는 것에 반대하는 운동 ‘석탄에 반대하는 이집트인들’도 그중 하나였다.

엘시시가 혁명을 분쇄하려고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환경 운동가들도 극심하게 탄압받았다.

2013년에 공표된 대통령령은, 시위를 금지할 권한과 시위대를 상대로 살상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경찰과 준군사조직들에 부여했다.

그 이후로 수많은 이집트인이 체포되고 투옥됐다.

많은 사람들이 “실종”됐다. 사복 보안 요원들에게 납치돼, 기소 절차도 없고 기한도 알 수 없는 채로 감옥이나 구금 시설에 갇혔다.

수의사이자 ‘환경과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아랍인 협회’ 회장인 아흐메드 아마샤는 보안 기관에 두 번이나 잡혀갔다.

아마샤는 2017년에 “실종”돼 2019년에 석방될 때까지 구금돼 고문당했다. 이후 아마샤는 2020년에 다시 잡혀갔고 이후 종적이 묘연하다.

기후·환경 운동가들은 인권 운동가들, 사회 정의 운동가들과 연계가 긴밀하다.

이들은 정권이 이윤에 눈이 벌게진 자본주의 기업을 비호하고 그 전리품의 일부를 군부가 챙기는 데에 반대한다.

석탄 사용 반대 운동을 벌인 활동가들은 “스모그 정부”를 규탄했다. “당신들이 우리의 과거를 훔친 것으로 차고 넘친다. 이제는 우리의 미래를 내놓아라.”

현재 [이집트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시위가 금지돼 있고, 엘시시의 억압적인 행태에 도전했던 아마샤 같은 사람들은 “실종”되거나 그보다 더 심한 일을 겪었다. 어용 단체 ‘이집트를 사랑하는 청년들’은, 기후 위기 문제로 공개 활동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조장하기 위한 가짜 캠페인 단체다.

2011년 혁명 발발 이후 [2012년에] 설립된 이 단체는,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 대표단을 파견해 국가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했다. 이들은 엘시시가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 아프리카의 영웅이라고 칭송했다.

진정한 기후 활동가들은 투옥과 학대의 위협을 받으며 침묵을 강요당한다. 웹사이트가 차단되고 대중 시위는 공격을 받는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렇게 말한다. “이집트는 COP27 의장국으로 끔찍하게 나쁜 선택지다. 이집트 정부가 끔찍한 탄압을 자행하는 상황에서 이는 억압적인 통치에 상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