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러시아의 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열린 반전 시위 ⓒ출처 @vesna_democrat

우크라이나 전쟁이 무섭게 심화하는 가운데 9월 21일에 블라디미르 푸틴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 허풍이 아니라고 위협했다. 또, 최근 러시아군의 패배에 대응해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을 내렸다.

푸틴의 발표 직후 러시아의 여러 도시에서 소수의 개인들이 소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에 러시아의 여러 단체들이 저항을 촉구했다. 그중 하나인 반전 운동 단체 ‘베스나’는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푸틴을 위해 죽지 마라.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당신의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러시아다. 정부에게 당신은 그저 총알받이일 뿐이고 당신은 아무런 의미도 목적도 없이 소모될 것이다.

“‘특수 작전’ 투입을 거부하거나 가능한 한 빨리 항복할 것을 각급 부대와 전선의 러시아군에 호소한다.”

반전 단체들은 여러 도시에서 21일 저녁에 시위를 벌이자고 촉구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수천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공격하고 많은 사람들을 연행했다.

모스크바에서는 “우리 아이들 목숨 뺏지 마라”, “푸틴은 러시아에 필요 없다”, “전쟁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러시아 인권 감시 단체 오베데-인포에 따르면, 21일에 러시아 전역에서 1300명 이상이 구금됐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500명 이상이 구금됐다. 연행자 규모는 시위가 컸음을 시사한다.

지난 몇 달 동안 푸틴은 이 전쟁을 직업 군인들로만 치르겠다고 사람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이제까지 러시아군의 주력은 현역 군인들과 소득을 미끼로 가난한 지방에서 모집된 자원병들이었다.

이번 동원령은 예비군 전체를 동원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원병만으로는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치를 ─ 그리고 죽음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은 ─ 병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기도 하다.

TV 연설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제 러시아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방의 목표는 우리 나라를 약화시키고, 조각내고, 결국에는 파괴하는 것이다.” 푸틴은 부분적 동원령이 “주권 수호, 안보, 국토 보전”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러시아 역시 “다양한 고위력 무기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려 했다. “이 무기들은 어떤 면에서 나토의 무기들보다 더 강력하다. 우리 국토 보전이 위협받을 경우,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와 국민을 보호할 것이다. 이것은 허풍이 아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일부 지역을 러시아에 합병하는 과정이 진행 중임도 분명히 했다. 푸틴은 합병에 형식적으로 합법성을 부여할 국민투표를 이번 주말에 치르려 한다.

러시아 전 대통령이자 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국민투표를 치르면 이 지역들이 러시아 영토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후 우크라이나가 이 지역을 공격하면 러시아군이 핵무기를 사용할 권리가 생길 것이라는 말이다.

“전술 핵무기”

“전술 핵무기” 사용은 1990년대 후반 이래로 러시아군 군사 교리의 일부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약한 러시아 제국주의가 자신보다 강력하고 세를 확장하는 나토 동맹에 맞서려고 들고 있는 위험천만한 카드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러시아가 이토록 노골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거론한 적은 없다.

푸틴의 연설 후 러시아 국방장관 세르게이 쇼이구는 수십만 병력을 동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동원은 전투 경험이 있거나 특수 군사 기술을 보유한 예비역을 대상으로 할 것이다.

지역별로 할당량이 부과될 것인데, 모스크바 같은 대도시에는 가벼운 할당량이 부과되고, 외진 지역일수록 병력 충원에 더 많이 이용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푸틴 정권은 반발을 줄이려 한다.

정부는 이 동원령을 새 법으로 뒷받침했다. 현대사상 최초로 러시아 형법에 “계엄 하에서”, “전시에” 같은 표현들이 삽입된다.

예비역인 러시아인들은 입영을 기피하거나 탈영하면 형사 처벌받을 것이다. 민간인에 대해서는 “동원 시기나 계엄령 하에서나 전시에” 모든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자진해 포로가 된 것으로 판명된 병사들은 징역 3~10년형으로 처벌받을 것이다. 노동자들을 겨냥한 처벌도 새로 생긴다. 군수물자 생산을 위한 국가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최대 10년형을 받게 될 것이다.

푸틴의 전쟁 확대는 전적으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를 이용한 대리전 형태로 벌어지는 제국주의적 경쟁의 파괴적 논리에서 비롯한 것이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쏟아붓고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부추기면서 이런 방향으로의 사태 전개는 거의 필연적이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목전에 두고도 나토는 한 순간도 멈칫하지 않았다. 푸틴이 자신이 위협한 바를 실행에 옮길 수 없으리라는 가정은 매우 위험하다.

전쟁과 서방과 러시아 모두의 제국주의에 맞선 저항이 계속돼야 한다. 희망은 러시아의 반전 시위가 성장하고 노동계급과 연계되는 것에 있지, 나토의 무기에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