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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문제 Q&A

윤석열 정부가 사드 기지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고 관련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행보는 중국의 반발을 사는 등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드 문제를 둘러싼 쟁점들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사드(THAAD)란 무엇인가?

2017년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는 날아오는 상대 미사일을 고도 40~150킬로미터에서 미사일로 요격하는 시스템으로,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를 위해 개발된 무기다.

사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이다.

사드 요격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200킬로미터로, 성주 사드 기지의 미사일은 한반도 밖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사드 레이더는 다르다. 이 레이더는 종말 모드와 전진 배치 모드로 운용된다. 종말 모드는 탐지 거리가 600킬로미터 남짓이나, 전진 배치 모드는 그 거리가 중국을 감시할 만큼 훨씬 늘어난다.

한·미 양 정부는 사드가 대북한용이며, 그래서 레이더는 종말 모드로만 운용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11년 미국 미사일방어청은 종말 모드에서 전진 배치 모드로의 전환에 8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 문서에서 밝혔다.

미국은 왜 사드 배치를 원했는가?

미국은 다분히 중국을 의식해 사드의 한국 배치를 추진했다. 중국의 미사일 전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유사시 미 해군을 서태평양 너머로 밀어내려고 군사력을 강화하며 많은 미사일을 개발·배치해 왔다. 해군 대 해군 전력은 밀리기 때문에(물론 따라잡으려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해군 견제용으로 미사일 전력을 강화해 온 것이다.

미국은 이에 대응하려고 동아시아에 MD를 구축해 왔다. 중거리 미사일 등도 전진 배치하려고 한다. 이는 이 지역에서 동맹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사드의 성주 배치는 미국 MD 구축의 일환이다. 성주의 사드 레이더는 유사시 중국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하는 데 유용하다.

여기서 탐지된 정보가 미국(또는 일본)의 다른 MD 자산에 전달된다면, 미국이 중국 미사일을 추적·요격하는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다. 미국은 이를 위해 사드 업그레이드도 추진하고 있다.

요컨대, 사드 배치는 한국을 미국 MD의 최전선으로 만들었고, 미·중 갈등에 더 깊이 휘말리게 했다.

사드 문제는 미국·중국의 제국주의적 경쟁의 일부다 ⓒ출처 미국 미사일방어국

북한 미사일 위협 때문에 사드가 필요하다는데?

한국 정부가 그렇게 주장해 왔고, 주한미군도 “북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것”이 성주 사드의 “유일한 임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반론이 계속 제기돼 왔다. 2015년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한 보고서도 북한과 인접한 한국에는 미사일 탐지와 요격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사드가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무엇보다, 사드 같은 미국 군사력의 한반도 배치가 중국 견제를 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을 자극해 위험을 키운다는 점을 봐야 한다.

북한은 미국이 주도한 대북 압박에 반발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왔다. 그동안 미국은 북핵 ‘위협’을 부풀려서 군사력 전진 배치와 동맹 강화를 정당화해 왔고, 이런 공세가 한반도 불안정의 주된 원인이었다.

3불 정책은 왜 논란인가?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를 계속 문제 삼아 왔다.

그래서 2017년 문재인 정부는 3불 정책을 천명했다. ‘사드 추가 배치 없음, 한국이 미국 MD에 편입되지 않음, 한·미·일 군사 동맹 추진하지 않음’이 그 정책의 골자였다.

문재인 정부가 친중이어서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문재인은 지금의 사드 (임시) 배치를 강행한 당사자였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도, 중국의 경제 보복을 무마하고자 3불 정책을 피력했던 것이다.

이런 이해관계를 잘 아는 중국은 윤석열 정부에게도 이 3불 정책을 준수하고 사드를 제한적으로 운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사드 기지를 “정상화”하겠다고 나섰다. 이전부터 국내 우파는 ‘3불 정책’이 한미동맹 강화에 걸림돌이라며 불만이었다. 윤석열은 대선 후보 시절에 사드 문제로 문재인 정부를 계속 비난했고 3불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대만해협 긴장 등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은 한·미·일 삼각 협력 진전을 경계하며 사드 문제도 거론하는 것이다.

중국의 대응을 어떻게 봐야 할까?

중국은 사드 배치를 반대했고, 배치 당시 한국에 경제 보복까지 단행했다. 성주 사드에 대한 군사적 대응 의지도 내비친 바 있다.

지난 8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국이 사드 문제 등에서 중국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선택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사드 전진 배치, 대만 군사 지원 같은 미국의 공세에 대한 방어의 일환이지만, 그 자체는 오늘날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제국주의적 경쟁의 일부다.

사드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양측의 공방 자체가 지역 불안정을 악화시킬 뿐이다.

사드 기지 정상화는 무엇인가?

미국 정부가 요구하고, 윤석열 정부도 공언하는 ‘기지 정상화’는 현재 임시 배치된 상태인 사드 기지를 완벽하게 가동되도록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선 사드 기지 보강 공사를 할 차량, 군인과 무기 등을 실어 나를 차량 등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현지 주민들의 반대로 차량 출입이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는데, 이를 힘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완전한 기지 통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주민 반발을 찍어 누를 것이다.

정부는 사드 기지 부지를 미군에 공여하는 절차를 마무리했고, 환경영향평가도 서두르고 있다. 이후 송전망 공사까지 이뤄지면 기지에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

기지 정상화가 미군의 사드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조처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그레이드 관련 장비의 출입도 자유로워질 테니 말이다.

윤석열도 대통령으로서 중국 경제 의존도가 큰 한국 자본가들의 이해관계를 의식한다. 지난 8월 대만을 거쳐 한국에 온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와의 만남을 피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큰 틀에서 한미동맹 강화에 기울어 있다. 사드 기지 정상화 외에도 최근 한·미·일 대규모 연합훈련 참여, 중국 견제 목적의 ‘태평양 도서국 지원 협의체’ 참여 등을 했다.

윤석열 정부가 미·일 제국주의와 군사적 공조를 강화하는 행보는 지역 내 긴장 고조에 일조하는 것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드 기지 정상화를 두고 윤석열 정부에 “위험한 길을 가지 마라” 하고 경고했다.

무엇이 필요한가?

앞서 언급했듯이, 사드 문제는 미국·중국의 제국주의적 경쟁의 일부다. 성주 사드 기지는 평택 미군기지, 제주 해군기지 등과 더불어 미국이 중국의 동부(태평양 진출)를 견제하는 최전선이다.

사드가 있는 한, 그 운용 방식을 어떻게 제한하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드 배치에 따른 위험과 부담은 고스란히 한반도의 평범한 사람들 몫이다.

따라서 사드 기지 정상화에 반대하고 사드를 즉각 철거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 등 경쟁하는 제국주의 강대국 모두에 반대하고, 한국 정부의 군국주의 강화와 친제국주의 협력 정책에도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