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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비용 절감 논리가 화재를 키웠다

이윤 중심 체제가 낳는 참사의 대가는 노동자들이 치른다 ⓒ출처 대전소방본부

9월 26일 아침 대전 현대아울렛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나 안타깝게도 노동자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노동자들은 모두 하청·외주업체 소속으로 청소, 시설관리, 물류(택배) 등의 일을 해 왔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관련 당국이 조사 중인데, 지하 1층 하역장 주변에 있던 1톤 화물차 근처에서 최초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초 발화 뒤 불길이 퍼지며 연기와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약 1만 2000평의 지하 1층을 뒤덮어 버렸다. 사망자들은 탈출구를 찾다가 연기 흡입과 유독가스 중독으로 사망했다.

관계 당국의 발표와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이번 참사의 배경엔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의 비용 절감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최초 발화 시, 1톤 화물차 근처에 쌓여 있던 종이 상자와 의류 등 가연성 소재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등의 지하 주차장엔 흔히 종이 상자 등 가연성 물건들이 수북이 쌓여 있곤 한다. 그러나 주차장으로 신고한 공간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위법이다.

가연성 물건들은 별도의 창고 시설을 지어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창고의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방화문이 닫혀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에 비해 지하 주차장은 화재가 발생하면 이번처럼 급속도로 불이 번질 수 있다.

또, 화재 진압을 위해 현장에 출동했던 일부 소방관들의 증언에 따르면, 스프링클러와 제연 설비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미 현대아울렛 대전점은 지난 6월 소방 당국의 점검에서 화재 감지기 전선과 화재경보기 불량 등 24건의 지적을 받았다. 개장한 지 2년밖에 안 된 신식 건물인데도 화재 예방·진화에 필요한 설비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지난 9월 28~29일 유성구와 유성소방서를 상대로 현대아울렛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조사한 결과, 현대아울렛 대전점은 대규모 시설(지하층)인데도 연기·유독가스를 외부로 빼내는 제연 시설이 부분적으로만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아울렛 대전점의 지하 주차장 설계 도면엔 연기 확산을 막아 주는 제연 경계벽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하 주차장의 경우 제연 설비 설치가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다. 그래서 현대아울렛 대전점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복합 시설물도 이를 피해 갈 수 있었다.

기업들이 제연 설비 설치를 꺼리는 이유는 그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하 주차장의 경우엔 주차 면적 감소로 추가 공사 비용이 드는 문제도 있다.

한편, 이번 화재 참사에서 연기와 유독가스는 2분도 안 돼 1만 2000평에 이르는 지하 주차장 전체로 퍼졌다. 이 점이 인명 피해가 커진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엔 우레탄폼 탓이 컸다. 지하 주차장 천장의 내장재로 우레탄폼이 사용됐다고 한다.

우레탄폼은 한 번 불이 붙으면 폭발적으로 연소되면서 불을 키우고 유독가스를 대량 발생시킨다. 그럼에도 우레탄폼이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다른 불연성 재료에 비해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공사 비용과 공사 기간을 줄이려 혈안이 된 기업주들에겐 비용 절감이 우선인 것이다.

우레탄폼 사용을 금지하는 법은 계속 미뤄지다가 지난해에야 겨우 제정됐다. 2021년 12월 23일 이후 신축 건축물부터 적용됐다. 기존 건축물에 사용된 우레탄폼을 교체하기 위해선 많은 비용이 드는데, 이 때문에 건물주들이 교체를 회피하고 있다.

이번 화재에서도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의 냉혹한 논리가 참사를 낳았고, 그 대가는 노동자들이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