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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미국 모두 ‘아마겟돈’ 운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 국면

무너지는 크림대교 보복과 반격이 이어지며 전쟁의 긴장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10월 8일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케르치해협 대교) 폭파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확전 국면에 들어섰다.

푸틴은 “[이번 폭파를] 기획한 자들과 감행한 자들과 배후에서 지원한 자들은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관여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푸틴의 굴욕을 기뻐하며 자신들이 배후에 있음을 넌지시 암시했다.

대통령 보좌관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러시아가 만든] 불법적인 것은 모두 파괴돼야 하며, [러시아가] 도적질한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에 반환돼야 하며, 러시아에 의해 점령된 것은 모두 추방돼야 한다”고 트윗을 날렸다.

우크라이나 공군도 파괴된 다리의 사진을 ‘크림대교의 아침 모습’이라며 텔레그램 채널에 공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대대적인 보복 공격에 나섰다. 10월 10일 아침에 키이우, 서부의 르비우, 동북부의 하르키우, 남부의 자포리자와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10곳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키이우는 6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공격당했다.

병참선

크림대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과 흑해로의 영향력 확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구조물이다. 길이 19킬로미터로,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이다. 제2차세계대전 때 크림반도를 점령한 히틀러가 철교를 건설하려 했지만 소련군의 반격을 받아 완공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다리 건설에 착공해 2018년에 개통했다. 푸틴은 개통식에서 “제정 러시아 시대 이래 러시아의 꿈이 드디어 이뤄졌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크림대교는 왕복 4차선인 차량 교량과 복선인 철도 교량으로 이뤄져 있다. 막대한 운송 능력 덕에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의 핵심 보급로 구실을 했다. 우크라이나는 개전 초기부터 이 다리를 ‘공격 대상 1순위’로 꼽았다.

또, 크림대교를 지나는 보급로는 남부 전선인 헤르손과 연결된다. 현재 러시아 병참선은 주로 철도를 따라 구축돼 있다. 이 중 가장 물류량이 많은 것이 크림대교를 지나 최전방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으로 이어지는 철도이다.

폭파로 크림대교가 전파된 것은 아니지만 큰 손상을 입었고, 그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거세지는 이 중요한 시점에 보급 수송의 속도가 느려질 듯하다.

10월 7일 바이든은 “푸틴이 전술핵이나 생화학 무기를 언급할 때는 농담하는 것이 아니”라며, “세계가 냉전 시대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어느 때보다 ‘아마겟돈’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푸틴의 대응은 핵전쟁의 문턱을 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은 현저한 파괴·살상 행동이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쪽, 폴란드 동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와 연합군을 편성하고 있다.

아마겟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존 커비는 “양측이 시간을 갖고 협상해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출구를 찾을” 가능성을 러시아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존 커비 말은 위선적이다.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최첨단 무기를 제공하고, 전투에서 우크라이나 군대를 지휘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군 1만 5000명에 대한 훈련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훈련 대상의 규모는 4만 5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우크라이나 군대에 훈련받은 병력이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나토와 유럽연합은 아일랜드가 중립을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발트해에서 대서양으로 연결되는 해상 통로에 대한 통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미국 등 서방은 말 그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당사국이자, 러시아와 함께 확전의 공범이다.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 양쪽 모두 언젠가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양쪽 모두 더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의 시간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그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확전, “아마겟돈”의 위험이 생기는 것이다.

푸틴이 대놓고 말하지 않는 것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반 람잔 카디로프가 말했다. 카디로프는 자국 민병대를 마리우폴로 보낸 악명 높은 독재자이다. 이 자는 국경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전술” 핵탄두를 투하하라고 러시아 정부에 요구했다.

〈월스트리트 저널〉(10월 1일 자)은 미국 국방부가 입 밖에 내지 않은 말을 했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핵무기가 러시아의 전쟁 운세를 바꿀 것인지 의심한다. 전술 핵무기 또는 저위력 핵무기가 군사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재래식 화력보다 반드시 더 효과적이지는 않다.

“우크라이나는 하나의 국가이자 독립국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데, 푸틴이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대한 핵무기 공격을 명령할지라도 우크라이나가 푸틴에 굴복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들이 많다.”

“저위력” 핵무기 몇 발이 투하돼도 바뀌는 것은 없다는 으스스한 얘기이다.

전선이 어떻게 펼쳐지든 간에, 확실한 것은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 둘 다 극도로 위험한 수준으로 전쟁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병사들,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너무 많은 피를 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오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광범한 운동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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