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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고문 후 1년:
비인권적 결박 장비 사용을 유지하겠다는 법무부

법무부가 외국인보호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박 장비를 늘리려고 한다. 지난해 ‘새우꺾기’ 고문 사건이 폭로된 이후 “사용 가능한 보호장비의 종류를 한정적으로 명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전혀 개선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외국인보호소는 강제 추방을 앞둔 이주민을 출국시키기 전까지 구금하는 시설이다. 구금 이주민 대부분은 단순히 체류 기간을 넘겨 생활하다 단속된 이주노동자들이지만, 보호소 내에서 사실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현재 외국인보호소에서는 수갑, 밧줄형 포승, 머리보호장비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 이탄희 의원실이 입수한 외국인보호규칙 개정령안을 보면 수갑, 머리보호장비는 유지하고 밧줄형 포승은 상체용 벨트형, 하체용 벨트형, 조끼형으로 세분화해 오히려 결박 장비의 개수가 늘었다.

법무부 외국인보호규칙 새 개정안에 추가된 보호장비 포승 3종 ⓒ자료 이탄희의원실

지난해 9월 화성외국인보호소 당국이 구금 중이던 모로코 난민을 새우꺾기 고문한 사실이 폭로돼 공분이 일었다.

피해자는 ‘자해 시도’를 하고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전신을 결박 당한 채 수일씩 독방에 감금됐다. 극심한 치통으로 외부 진료를 요구했지만, 보호소 측은 묵살로 일관했고 결국 피해자는 샴푸를 두 병 마시고 기물을 파손하는 방식으로 항의했다.

보호소 측은 피해자의 건강권을 보장해주기는커녕, 자해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머리보호장비를 씌우고 수갑과 포승줄 등으로 결박한 채 독방에 가뒀다. 머리보호장비는 말이 ‘보호장비’이지 얼굴을 심하게 압박해 숨도 쉬기 어렵게 하는 고문장비에 가깝다.

이주민 지원 단체들이 이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 영상을 확보해 공개하자 정부의 비인권적 이주민 구금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일었다.

법무부는 인권 침해를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이라며 지난 5월 25일 외국인보호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전신 결박 의자, 족쇄 등 오히려 결박 장비를 늘리는 내용이 논란이 됐다. 이에 이주민 지원 단체 등의 항의가 있자, 법무부 장관 한동훈은 지난 7월 8일 전신 결박용 의자와 족쇄는 제외하라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령안은 법무부가 구금 이주민의 신체를 철저하게 속박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을을 보여 준다.

심지어 이번 개정령안은 여러 결박 장비들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상·하체 벨트형 포승 등을 동시에 사용하면 사실상 전신을 결박할 수 있다. 전신 결박 의자가 논란이 되자 제외했지만, 다른 억압적인 장비들은 여전히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인권 침해에 대한 지적을 의식한 듯 인권 침해 신고를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권고하는 인권보호관을 두겠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하지만 인권보호관을 출입국·외국인청장이나 외국인보호소장 등이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공무원 중에 임명하게 해 놓아, 사실상 셀프 조사를 하겠다는 의미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무려 22개월 동안 불법으로 구금됐다 풀려난 시리아 난민 파두 씨는 법무부가 도입하려는 결박 장비들을 두고 기자에게 이렇게 전했다.

“법무부는 이미 교도소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 장비들을 (외국인보호소에) 새로 도입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6개월 동안 24시간 내내 이런 장비들로 묶여 있었습니다. 오직 화장실을 가고 식사를 할 때만 풀려날 수 있었어요.

“정부는 한국인들과 한국 사회에게 자신이 인권을 존중하고 난민 협약을 준수한다는 거짓말을 멈춰야 합니다.”

외국인보호소의 본질

연간 3만 명에 가까운 이주민들이 구금되며, 지난 5년 동안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의 수만 13만 5000명이 넘는다. 외국인보호소는 이토록 많은 이주민이 구금되는 시설이지만, 기본적인 권리조차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1인당 평균 공간이 1.84평에 불과하고, 15명 가량의 인원이 한 방에서 화장실 하나를 두고 생활한다. 의료 인력도 불충분해 아파도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한다. 이로 인해 구금 중 사망에 이르는 일도 있었다.

‘새우꺾기’ 고문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조건 개선을 위한 항의는 대개 ‘난동’으로 취급돼 폭력적으로 억압된다. 징벌적 성격의 독방 구금은 물론이며, 신체적 자유를 구속하는 온갖 ‘보호장비’들이 사용된다.

규모가 화성외국인보호소 다음으로 큰 청주외국인보호소는 원래 교도소였던 곳을 리모델링해 이주민들을 구금하는 시설로 쓰이고 있다. 외국인보호소의 본질이 이주민들을 위축시키고 관리·통제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법무부의 외국인보호규칙 개정령안은 인권 침해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주민 통제를 유지·강화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 준다. 반인권적 결박 장비 사용은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