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국제 금융 시장이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영국의 국채 가격 급락과 연기금 위기에서 보듯, 지난 10여 년간 저금리 상황에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금융 상품들의 가격이 급락하며 금융 시스템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는 8.2퍼센트 상승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 인상을 계속 이어 갈 계획이다. 세계 곳곳에서 주식·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 하락과 부채 위기, 경기 침체 등이 벌어지며 세계가 ‘퍼펙트 스톰’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도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원화 가치 하락을 막겠다며 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있다. 10월 12일 기준금리를 또다시 0.5퍼센트포인트 올려 한국의 기준금리는 겨우 1년여 만에 0.5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올랐다. 그런데도 달러-원 환율은 연초보다 20퍼센트가량 치솟아 1430원에 달한다. 주식 시장도 지난해 고점에서 35퍼센트 폭락했다.

고물가 상황에서 금리까지 치솟아 노동자 등 서민층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8퍼센트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한국은 가계대출의 80퍼센트가 변동금리라서 많은 가구가 직접 타격을 입을 것이다.

금융 불안정

게다가 금리 인상으로 금융권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38만 가구가 자산을 다 팔아도 부채를 갚지 못하는 취약가구였다. 이 숫자는 올해 더욱 크게 늘어났을 것이다.

특히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전망하며 건설 사업에 대출을 해 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부실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 제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는 2014년 이후 연평균 14.9퍼센트씩 늘어 112조 원이 넘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농협·수협·새마을금고 등을 포함하면 200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도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이 부실로 드러나며 많은 저축은행이 도산했던 바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위기의 뇌관이 되고 있다 ⓒ조승진

무엇보다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의 침체와 결합되면서 기업 부실도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한계기업현황과 금리변동의 영향’ 보고서를 보면, 금리가 2퍼센트포인트 상승할 경우 일시적 한계기업은 9.5퍼센트포인트 증가하고, 3퍼센트포인트 상승할 경우 일시적 한계기업은 13.1퍼센트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산업은행 조사를 보면, 3년 연속 빚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2011년 1353곳(10.2퍼센트)에서 2021년 4478곳(18.3퍼센트)로 증가했다. 기업 부실이 더 늘어나 금융 위기로 옮겨갈 수 있다.

실물경제의 침체는 세계적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퍼센트에서 2.7퍼센트로 내렸다. 특히 중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은 3퍼센트대로 급감했다.

한국은 수출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 세계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더 큰 타격을 받는다. 특히, 경기 변화에 민감한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세계은행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2퍼센트로 전망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며 무역적자도 계속 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가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외부 충격이 벌어지면 쉽사리 더 큰 위기로 휩쓸릴 수 있다. 영국발 금융 위기, 크레디 스위스 은행의 부도 위기, 신흥국들의 연쇄 부도 위기(외채 위기), 일본과 중국의 환율이 급등하며 동아시아에서 외화가 유출될 가능성 등이 세계적인 금융 위기를 촉발할 요인으로 거론된다.

1997년 ‘IMF 위기’도 한국 경제의 효율이 하락하며 기업 부실이 심화되던 상황에서 태국에서 시작한 금융 위기로 인해 외환 경색이 벌어지며 한국도 급속하게 위기로 치달았다.

고통 전가에 단호하게 맞서야

이와 같은 위기는 오랜 기간 누적돼 온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계경제는 1970년대부터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저하해 왔다. 자본가들은 신자유주의 공세로 어느 정도 이윤율 하락을 만회했지만, 그 이전 시기의 수준은 회복하지 못한 채 새로운 위기로 거듭 빠져들었다. 결국 갈수록 낮은 금리와 부채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이제 연준이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인상하자 곳곳에서 지연되거나 감춰졌던 위기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IMF 위기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착취율 상승으로 이윤율이 조금 회복했지만 여전히 낮은 상태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기업과 부자들에게는 막대한 감세 혜택을 주고, 규제를 완화하며 지원을 강화하면서도 노동자 등 서민에게는 긴축을 강요하며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공공부문 인력을 줄이고, 민영화를 추진하고, 복지와 임금을 공격하는 일을 벌이고 있다.

지배자들은 ‘국가의 미래’, ‘다음 세대’ 등을 위해 긴축이 필요하다고 포장하지만 진실은 딴판이다.

긴축 정책의 폐해는 그리스에서 잘 드러났다. 2008년 금융 위기 후에 그리스 정부는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쓰면서 재정이 부실해졌다. 유럽 은행가들에게 빚을 갚기 위해 그리스 민중에게는 막대한 긴축 공격이 행해졌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연금과 복지는 무려 70퍼센트가 삭감됐고, 임금도 30~40퍼센트 삭감됐다.

그런데도 그리스의 부채 비율은 2021년 기준 GDP의 193퍼센트로 긴축을 시작하기 전보다 더 늘어났다. 세계경제 침체로 그리스 GDP가 더 빨리 줄어 타격이 더 컸던 것이다. 노동자 등 서민층 그리스인들은 구제금융으로 진 빚을 2060년까지 갚아야 한다. 이 때문에 긴축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의 사례는 부채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 등 서민에게 떠넘기려는 시도에 단호하게 맞서야 하며, 그러려면 자본주의 이윤 논리에 분명히 반대해야 함을 보여 준다.

애초에 기업 구제를 위해 진 빚을 노동자 등 서민들이 갚아야 할 이유가 없다. 임금·복지를 삭감해 마련한 돈은 결국 은행가들을 배 불리는 데 쓰였다. 이런 현실에 분노하며 은행가들에게 빚 갚기를 중단하고 ‘민중을 위한 디폴트’를 하라는 요구가 그리스 대중들 사이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었었다.

한국에서도 부채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가 아니라 부자들이 져야 한다는 요구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사상 최대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부자들은 달러에 투기하며 환차익을 노리고 있기도 하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본 것도 기업들과 부자들이다.

집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영끌’해 집을 마련한 사람들,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사람들, 실질 임금과 소득이 줄어 빚으로 버틴 사람들이 위기의 대가를 치러서는 안 된다. 노동자 등 서민층을 위한 금리 인하와 부채 탕감, 임금, 일자리, 복지를 지키기 위한 재정 지출을 요구하며 투쟁을 큰 규모로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윤 논리를 근본적으로 거부하며 노동계급이 아래로부터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회를 추구할 때 가장 일관되게 노동자의 삶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