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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금리인상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중앙은행의 성격에 대한 비판이 추가됐으면 좋겠습니다

정기구독자로서 최근 강동훈 기자가 쓴 경제 전망과 대안 관련 연재 글(그리고 정선영 기자의 글들)을 보고, 계급적 시각에서 거시경제를 보는 시야를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됐습니다.(온라인 토론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언급한다면 기사가 더 풍부해질 것 같습니다.

1. 고금리의 배경에 관한 문제입니다. 중앙은행들(미국 연방준비제도나 한국은행 등)의 금리 결정은 주류 경제학(뉴케인지언 화폐 이론)의 ‘자연 이자율’ 개념에 직접적으로 의존합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과 경기변동 수준을 고려해서 적절한 이자율이 얼마일까를 계산합니다. 중앙은행에서는 ‘자연 이자율’(혹은 ‘중립 금리’라고도 부릅니다)에 맞춰서 이자율을 적절히 조절하면 인플레이션도 잡고 불경기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자연 이자율’이라는 것은 없고, 평균적인 이자율은 이해관계 집단의 투쟁 속에 결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주류 경제학자들은 저마다 온갖 방법을 통해 자연 이자율을 추측해 보려고 하지만, 어떤 통계 기법을 사용하고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값이 나옵니다. 각국 중앙은행은 나름의 정책금리 결정 기준을 가지고는 있지만, 경제학자들마다 ‘자연 이자율’ 추정치가 죄다 다른 값이 나온다면 마르크스가 주장한 것처럼 ‘자연이자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보입니다.

저는 이런 현상이 단지 학술 논쟁에 그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저녁 뉴스나 주류 언론들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가 ‘경제 상황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적 선전을 반박하는 데에 필요한 이론적 쟁점이기 때문에 간략하게 소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중앙은행의 본질을 지적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법률상 한국은행은 행정부로부터 자유로운 특수한 법인이고, 흔히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얘기되지만, 솔직히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중앙은행이 ‘국가기관’인 것을 뻔히 압니다. 또,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국가가 결국 자본가 계급의 이해관계와 구조적 상호 의존 관계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각국 중앙은행들은 바로 자본가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면서도, ‘국민 경제’에서 화폐라는 특수상품을 관리하는 ‘자본주의 국가기구’의 일부란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과 비교했을 때 통화 당국이 자본주의 경제에 개입하는 비중이 늘고 국가기구로서의 위상이 굉장히 올라갔는데도, 중앙은행이 자본주의 국가기구의 핵심 중 하나라는 문제 의식을 가진 경우는 굉장히 적은 것 같습니다.

물론 최근 〈노동자 연대〉 기사들은 금리 인상이 노동자들에게 무거운 경제적 부담을 안기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알렉스 캘리니코스 또한 금리 인상이 진정으로 노리는 바는 노동계급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앙은행이 계급 투쟁을 고려한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글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패럴만이 쓴 《무엇이 우리를 무능하게 만드는가》(어바웃북)에 있는 ‘가학성 변태 통화주의’ 부분을 보면, 미국 레이건 행정부 시기 물가 안정을 목적으로 급격한 금리 인상을 주도한 폴 볼커 연준 위원장이 미국자동차노동조합의 임금 상승을 굉장히 경계하고 이자율 결정에 이를 참고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3.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최근 저작 《자본론 행간 읽기》에서 지적했듯이, 생산관계란 것이 단지 계급 투쟁뿐 아니라 자본 간 관계라는 점을 잘 고려해서 분석을 발전시켜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부하린이 지적한 바처럼, 세계적 경쟁 속에서 자본 간 경쟁이 벌어질 때 이에 적극 개입하는 국가의 역할을 살펴봐야 합니다. 금리 인상과 고환율이 떨어져 있지 않고, 특히 달러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다른 국가들도 금리를 올리는 것은 세계 시장을 두고 경쟁을 하는 자국 자본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점들이 〈노동자 연대〉 기사 곳곳에 녹아 있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그러나 이런 점들을 더 부각해 설명해 주면 독자들이 이해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