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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호소 무기한 구금 허용에 위헌 판결 내려야

10월 13일 헌법재판소에서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한 위헌제청 공개 변론이 열렸다. 이는 외국인보호소 무기한 구금을 가능케 하는 조항이다.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제청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6년에는 재판관 9명 중 4명, 2018년에는 5명이 위헌 의견을 내어 정족수에 이르지 못했다. 공개 변론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외국인보호소는 강제 추방을 앞둔 미등록 이주민을 출국시키기 전까지 구금하는 시설이다.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은 미등록 이주민을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보호소에 구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금에 기한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출국할 수 없는 사정이 있거나 출국을 거부하는 경우 장기 구금되는 일이 벌어진다. 무려 4년 8개월 동안 구금된 이주민도 있었다.

체불 임금이나 소송 등 한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거나, 한국에 오래 거주해 본국에 생활 기반이 전혀 없는 등 그 사유도 다양하다. 특히,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 난민들이 장기 구금되곤 한다.

보호소 무기한 구금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이런 이주민들을 출국하도록 압박하는 수단이다.

10월 13일 헌재 앞에서 열린 외국인보호소 무기한 구금 위헌 촉구 기자회견 ⓒ이미진

변론에서 위헌제청 측 변호인단은 외국인보호소가 교도소와 다름없다며 그 열악한 실상을 생생하게 폭로했다.

쇠창살이 쳐진 보호실 내 방은 1인당 평균 공간이 1.84평에 불과하고, 15명가량의 인원이 한 방에서 화장실 하나를 두고 생활한다. 또 마치 수형자처럼 등에 “보호외국인”이라고 적힌 동일한 보호복을 입히고, 민사재판에 출석할 때도 수갑을 채워 호송해 법정에서야 풀어 주는 등 모욕적으로 대우한다.

특히, 지난해 화성외국인보호소 당국이 구금된 모로코인 난민에게 ‘새우꺾기’ 고문을 한 사건으로 보호소 내 인권 침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드러났다.

이런 곳에 연간 3만 명 가까운 이주민들이 구금된다. 다수는 10~25일 정도 구금된 뒤 출국되지만, 3개월 이상 장기 구금되는 이주민도 2021년 기준 월 평균 233명에 이른다.

제청신청인 중 한 명인 이집트인은 구금 당시 만 17세 청소년이었다. 그는 미성년자 혼자 왔다는 이유로 난민 신청이 거부된 뒤 보호소에 구금됐다고 한다. 같은 방에 모국어를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구금돼 있던 한 달 동안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만 4세 아동이 구금된 적도 있는데, 하루 30분의 야외 운동 시간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울면서 버텼다고 한다. 이 아동은 구금에서 풀려난 후에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거짓말

법무부 측은 외국인보호소 구금에 기한을 두면 미등록 이주민들이 출국을 거부하며 버티다 석방돼 범죄를 일으키거나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모두 거짓말이다.

공식 통계를 보면 외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의 절반에 불과하다.

법무부 측은 외국인보호소에 장기 구금되는 이주민 대다수가 범죄 경력이 있다며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러나 범죄에 대한 처벌은 이미 징역으로 치르고 보호소로 이송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호소 구금은 이중처벌이다.

또 이주민 증가와 내국인 실업률 사이에는 인과관계는커녕 상관관계도 없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직후, 한국의 이주민 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실업률과 실업자 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거꾸로 2010년대 내내 이주민 수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실업률은 큰 변동이 없었다.

대다수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이주민이 아니라 해고, 임금과 복지 삭감, 민영화 등 정부와 기업주들이 내리는 결정이다. 이를 이주민 탓으로 돌리는 것에 속지 말아야 한다.

사실 정부는 노동력 수요에 따라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완화하거나 강화하기를 반복해 왔다. 정부는 출입국 통제를 이용해 이주민들에게 열악한 조건을 강요하거나 필요 없어지면 내쫓으려 하고, 난민과 같이 책임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입국을 막으려 한다.

정부는 바로 이 때문에 외국인보호소 구금에 기한이 생겨 출입국 통제에 구멍이 생기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신체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 침해도 마다하지 않으려 한다.

변론 후 위헌제청 측 변호인단은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6140명의 온라인 서명을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위헌 판결을 내려야 한다.

미등록 이주민을 합법화해야

한편, 위헌제청 측 변호인단의 논리에는 약점도 있었다. 단속된 미등록 이주민을 추방할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보호소 구금에 기한을 두고, 그 기한에 도달해 석방하더라도 출국을 보증할 조처는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IT, GPS 기술의 발달과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비구금적 수단의 효용성이 증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외국인보호소 장기 구금에 비하면 고통이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처들을 인정하게 되면 석방된 이주민의 삶에 상당한 제약이 생길 것이다. 또 정부가 그런 조처를 더 강화하거나 석방된 이주민을 잠재적 위험인물 취급하는 것에 일관되게 맞서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그 연장선에서, 변호인단은 정부의 난민법 개악안을 반대하면서도 그 입법 목적 자체는 반대하지 못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난민 심사에서 한 번 불인정 결정을 받으면 재신청을 어렵게 하는 내용의 난민법 개악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른바 ‘가짜 난민’이 체류 연장 목적으로 난민 신청을 반복하는 것을 막겠다면서 말이다.

‘가짜 난민’과 ‘진짜 난민’을 선별해야 한다는 논리를 수용하면, 그 권한을 쥔 정부의 자의성을 막기 어렵다.

따라서 모든 미등록 이주민을 무조건 합법화하라는 요구에서 출발해 외국인보호소 구금에도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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