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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집 피해 한국에 온 러시아인 입국 막은 한국 정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많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청년들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과 러시아 모두 이에 아랑곳 않고 자신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위해 전쟁을 더 확대하려 한다. 심지어 핵전쟁으로 치달을 위험도 감수하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서방의 무기 지원에 힘입은 우크라이나의 공세로 전황이 불리해지자, 푸틴은 지난달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을 내렸다.

그러자 징집을 거부하고 카자흐스탄, 핀란드, 조지아 등 국경을 넘어 달아나는 러시아인들이 늘고 있다. 그 규모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일부가 한국으로도 오고 있다. 지난 10월 1일부터 9일 사이에 총 5척의 러시아발 요트가 포항과 속초 등에 입국을 시도했다. 요트들에는 모두 합쳐 26명의 러시아인들이 타고 있었다.(1명을 제외하고 모두 남성)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들 중 단 6명만 입국을 허가했다. 나머지는 입국 목적이 불분명해서 불허했다고 말했다. 10월 12일 법무부장관 한동훈은 이와 관련해 “통상의 출입국시스템에 따른 조치이고, 앞으로도 원칙대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BS가 입수해 보도한 해양경찰의 당시 상황 보고서에는 징집 회피 목적의 입국 시도가 의심돼 이들의 입국을 불허한다고 기록돼 있었다. 입국이 허가된 사람들은 40~50대로 징집 대상보다 연령이 높다고 한다.

포항신항에 입항 중인 러시아 요트 ⓒ출처 안호영 의원실

이런 문전박대는 불의한 전쟁에서 총알받이로 헛되이 목숨을 잃지 않으려는 러시아 청년들의 절박함을 외면한 냉혹한 짓이다. 한국 정부는 얼마 전 폴란드에 무기를 수출해 우크라이나에 간접적으로 무기를 지원했다. 이들이 징집을 피하지 못하면 바로 그 무기들에 희생될 수 있는데 말이다.

한국 정부는 “민주주의 가치 동맹” 운운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을 편들어 왔다. 윤석열은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국제 연대로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연설했다. 그런데 정작 푸틴의 억압으로 고통받는 러시아 청년들은 그 국제 연대의 대상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연대해야 할 대상은 서방 제국주의 강대국의 지배자들이 아니라 러시아의 평범한 대중이다.

푸틴이 동원령을 내리자 러시아의 여러 도시에서 징집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징집을 피해 탈출한 러시아인들도 이런 저항의 일부다.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 평범한 러시아인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확전을 낳을 한국 정부의 전쟁 노력에 반대하는 것이 러시아인들의 저항에 연대하는 방법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국경 통제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 준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전자여행허가제를 도입했다. 한국에 사증 없이 입국 가능한 112개 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현지 출발 전에 온라인으로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고 여행허가를 받게 하는 제도다. 정부가 입국을 원치 않는 사람을 사전에 막으려는 것이다.

이번에 입국이 거부된 러시아인들은 전자여행허가를 신청하고 러시아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승인이 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징집을 피해 한국에 오는 러시아인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그들이 원하면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또한 귀국을 원치 않는 한국 거주 러시아인들에게도 체류를 허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