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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탈북민 고독사 — 사회적 차별의 결과

10월 19일 양천구의 임대아파트에서 49세 여성 탈북민 김 씨가 백골 시신으로 발견됐다. 겨울옷을 입은 상태로 발견돼 지난겨울에 고독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탈북 모자 아사 사건 이후 탈북민의 처지가 하나도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김 씨는 2002년 남한에 입국해, 2010년 성공적으로 정착한 탈북민으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2011년부터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에서 다른 탈북민의 정착을 돕는 전문상담사로 근무했다.

그런데 2017년 12월 “이 일에 더는 희망이 없어 보여서 영어나 외국어 등 다른 공부를 해 보려 한다”고 토로한 뒤 사직서를 냈다. 이후 지인들과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중앙일보〉의 보도를 보면, 김 씨의 지인은 “전문상담사가 계약직이라 처우가 좋지 않고, 상담 과정에서 폭언이나 성희롱성 발언이 빈번해 힘들어 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탈북민 자립정착과 사회통합”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남북하나재단조차 탈북민을 열악한 노동조건에 내몰고 보호하지 못한 것이다.

퇴직 후 김 씨의 삶은 녹록지 않았던 듯하다. 2020년 12월부터 사망 시까지 임차료와 관리비를 내지 못했다. 2021년 12월까지 밀린 금액은 임차료 151여만 원, 관리비 90여만 원이었다. 그리고 2021년 7월 퇴거 통보를 받았으나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공과금이 밀리기 시작한 시점으로 미뤄 봤을 때, 코로나19 팬데믹도 경제적 처지가 악화되는 데 영향을 준 듯하다.

성공 정착 사례도 이럴진대 고독사한 탈북민의 집 문에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붙어 있다 ⓒ출처 〈KBS뉴스〉

복지

김 씨가 여러 차례 요금을 체납하자 정부 기관들이 김 씨를 ‘위기가구’로 선정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담당자가 김 씨를 만날 수는 없었다고 한다. 주류 언론들은 이를 근거로 경찰이나 공무원이 강제로 문을 열 수 있게 하거나, 통신사에서 연락처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안전을 확인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가 탈북민을 잠재적 간첩 취급하며 감시하는 상황에서, 이런 대안이 탈북민에게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탈북민은 남한 정착 후 5년간 경찰의 신변 보호 대상이 돼 감시를 받고, 이후에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보호 조치가 연장된다. 김 씨는 2019년 보호 조치 연장을 거절했다고 한다.

전반적인 복지가 부족한 것이 탈북민 등 취약계층에게 제때 충분한 복지가 제공되지 못하는 진정한 원인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긴축 예산안을 발표하는 등 복지를 더 축소하려고 한다.

한편, 탈북민 대상 전문상담사로 일했던 김 씨가 복지 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워서 사망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탈북민이 남한에서 겪는 차별과 냉대가 김 씨를 좌절케 했을 수 있다.

〈2021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남북하나재단)를 보면, 탈북민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약 46시간, 월 평균 임금은 228만 원이었다. 한국 전체 평균보다 6시간 많이 일하지만 임금은 46만 원 적은 것이다. 탈북민의 고용률은 56.7퍼센트로 한국 전체보다 4.5퍼센트 낮았고, 실업률은 7.5퍼센트로 2배 가까이 높았다.

또 2020년 통일부의 실태조사를 보면, 탈북민의 생계급여 수급률은 23.8퍼센트로 한국 전체 3.2퍼센트보다 훨씬 높았다.

탈북민을 잠재적 간첩이나 열등한 존재로 보는 편견도 적지 않다. 이는 남한에 가족이나 지인이 별로 없는 탈북민들의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탈북민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이런 편견을 조장한다. 탈북민이 남한에 오면 국가정보원 소속 기관인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반드시 조사를 거쳐야 하는 것이 한 사례다.

위선과 침묵

탈북어민 강제북송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국민의힘은 이 사건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 탈북민을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할 뿐 탈북민의 인권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침묵하기는 마찬가지다. 김 씨가 사망한 시점이 문재인 정부 때였기 때문에 유리할 게 없다고 볼 것이다.

주류 정당들이 탈북민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좌파들이 이런 비극에 별로 주목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우파가 탈북민을 위선적으로 이용할 기회를 열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탈북민 문제가 우파 전유 쟁점처럼 돼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정부를 향해 탈북민 지원을 강화하고,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정책들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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