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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으로 탈장까지:
예멘인 난민 피해자가 고발하는 여수외국인보호소의 만행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보호실(이하 “여수외국인보호소”)에 6개월 동안 장기 구금당했던 예멘인 난민을 기자가 만나 그 끔찍한 경험을 들었다. 그는 지난해 4월 보호일시해제(일시 석방)됐다. 본 인터뷰는 그와의 대화를 토대로 재구성했다.

제 이름은 A·Z이고, 예멘인 난민입니다. 한국에는 2018년 제주도로 처음 들어왔어요. 저는 예멘의 수도 사나 출신인데, 2017년 당시 내전이 악화되면서 폭격과 파괴가 심해졌어요. 그래서 우선 말레이시아로 탈출했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도 상황이 어려웠는데, 한국의 제주도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제주도를 통해 한국에 입국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고, 그곳에서 1년을 살았습니다. 그 후에는 목포 삼호중공업 조선소에서도 일하고, 전국 곳곳의 공장을 전전하면서 일했어요.

그렇게 지내다가 2019년에 다른 예멘인들과 문제가 생겨서 고소당하는 일이 있었어요. 2020년에 재판에서 2년간의 보호관찰을 선고받았는데, 그러자 출입국·외국인청에서는 매년 갱신할 수 있었던 인도적 체류 허가를 연장해 주지 않겠다고 했어요. 체류 허가를 연장하러 출입국·외국인청을 갔는데, 제 신분증을 가져가서는 한 달 내로 출국하든지, 그러지 않을 것이면 한 달 후에 다시 오라는 거예요.

저는 출입국·외국인청에 다시 가면 구금돼 추방될까 무서워서 가지 않았어요. 예멘은 전쟁 중이고,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체류 허가 없이 1년을 지냈어요.

그러다 다른 예멘인과 문제가 생겨서 경찰서에 가게 됐는데, 경찰은 제가 신분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출입국·외국인청에 신고했어요. 그렇게 여수외국인보호소에 2021년 10월 24일에 구금됐습니다. 구금된 다음 저는 어쩔 수 없이 예멘으로 추방되겠다고 동의서에 서명했어요.

그런데 예멘으로는 직항이 없습니다. 오만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국가를 경유해 가야 해요. 그런데 이 나라들이 예멘인에게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습니다. 제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몇 개월 내내 여러 대사관에 연락하면서 출국할 방도를 찾았는데도 해결이 안 됐어요.

너무 답답했어요. 예멘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보호소 측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저를 구금해 놓고 있었어요. 대우도 정말 안 좋은데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하게 받았어요. 그래서 하루는 보호실 문을 잡고 흔들면서 두들겼어요. 지난해 3월 17일 오후 4시경이었습니다.

폭력

그랬더니 갑자기 문이 열리고 보호실 경비 인력 4명이 우르르 방 안으로 들어왔어요. 두 명은 제 양팔을 각각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바닥에 때려눕혔어요. 다른 두 명은 제 배를 발로 짓밟기도 하고, 다리를 모으지 못하게 붙잡고서 사타구니 사이의 민감한 부위를 사정없이 발로 걷어찼어요. 너무나 야만적이었어요.

그렇게 구타당하고 방에 남겨졌는데, 그날 밤이 되자 배가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는 거예요. 너무 아파서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며칠 내내 요청했는데 직원들은 저를 계속 무시했어요. 보호소 내 의료진에게 말했는데 그 사람은 진통제만 계속 줬어요. 의사는 아니었는데, 그가 보기에도 제 상태가 심각했는지 결국 보호소 직원들에게 “상태가 안 좋으니 병원에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어요.

보호소는 그제서야 저를 외부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폭행 이후 열흘 만이었어요. 3월 28일이었는데, 순천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순천의료원 의사는 제가 탈장됐으므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진통제를 처방해 줬습니다. 보호소 측은 “법대로 한 일이긴 하지만 미안하다”면서 저에게 사과했어요.

그리고 SNS나 언론에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며 구금에서 풀어 주겠다고 했어요. 같이 구금돼 있다가 언론에 내부 폭로를 했던 이집트인 난민 친구는 직원들의 미움을 사서 괴롭힘과 폭행을 당하다 결국 추방됐어요.

애초에 구금을 해제해 주겠다는 건 저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보호소 내에서 문제가 커지면 안 되니까 일단 밖으로 내보내는 거예요. 보호소 측은 저에게 2년 동안 조용히 지내면 신분증을 다시 만들어 주겠다고 했어요. 추방당하지 않고 한국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해 주겠다면서요.

저는 이렇게 야만적인 일을 겪었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요? 결국 제 돈으로 보증금 300만 원을 내고 4월 15일 보호일시해제를 승인받아 여수보호소에서 나올 수 있었어요.

사실 이 인터뷰도 처음에는 할지 말지 고민이 들었어요. 국가인권위원회에 제 이야기를 알리고 진정을 했으니, 그 조사 결과를 기다려 볼까도 했어요. 언론에 먼저 알렸다가 보호소 측으로부터 보복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그런데 국가인권위에 제소한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조사 결과는 언제 나올지 몰라요. 그리고 제가 겪은 일을 다른 난민들이 겪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인터뷰 보도를 결심했어요. 저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도 처벌받아야 하고요.

A·Z 씨가 적십자병원에서 발급 받은 치료 영수증과 수술 안내문이 수북히 쌓여있다 ⓒ출처 박이랑

결국 6월 9일에야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수술받고 지금까지도 계속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보호소 측은 아무 지원도 해 주지 않았어요. 다행히 병원에서 치료비 90퍼센트를 부담해 줘서 수술받을 수 있었어요. 의사는 당분간 힘쓰는 일을 하지 말고 안정을 취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무 일도 안 하면 월세와 생활비는 어떻게 내나요? 그래서 다시 인력사무소로 나가 일을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너무 아팠어요. 지금은 주 1~2회 정도만 나가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보호일시해제로 풀려나면 합법적으로 일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보호해제 될 때 보호소 직원에게 “이제 나는 어떻게 사느냐” 하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 직원은 “그냥 몰래 일하면 된다”고 하는 거예요. 이것도 문제예요. 체류 허가 없이 일하다 단속되면 다시 보호소에 구금될 텐데, 그럼 그 직원이 책임질 건가요?

저는 보호소에 구금되기 전엔 일을 해도 피곤하지 않았고, 건강했어요. 지금은 조금만 힘을 써도 힘들어요. 건강하게 들어가서 망가져서 나왔어요. 그렇게 폭행당하고 나니 그 전으로 되돌아갈 수가 없어요. 예멘으로 돌아가게 돼도, 저는 더 이상 똑같을 수가 없어요.

대체 왜 그렇게 야만적으로 저를 폭행했을까요? 차라리 팔이나 다리를 맞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팔은 부러지면 다시 붙기라도 해요. 그런데 제 민감한 부위를 그렇게 야만적으로 폭행당하고 나니 제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모두 무너졌어요. 너무 슬프고 억울합니다.

외국인보호소는 저 같은 예멘인, 난민, 미등록 이주민에게 불법 행위가 저질러져도 아무 문제가 없는 곳이에요. 저에게 이런 폭력을 저지른 이들이 처벌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이런 부당한 처우를 모든 한국인들이 알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