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대한전선이 최근 정년 2년 연장에 합의하면서 〈한겨레〉는 노사가 ‘상생 날개’를 폈다며 추켜세웠고, 〈프레시안〉 김경락 기자는 이번 사례를 “‘임금인상-고용보장’ 딜레마 속의 한 가지 대안”으로 소개했다.

임금피크제는 쉽게 말해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해 주는 대신 정년 전 일정 기간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다. 2003년 신용보증기금이 처음 도입한 이래 20여 개의 기업들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는 관련 법안까지 만들며 임금피크제 도입에 적극적이다. 경총도 회원사들에게 임금피크제 확산을 주문하고 있다.

임금피크제가 고령화에 따른 고령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비용절감을 통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피크제가 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우선 무엇보다 정부가 60세 이상 정년보장을 권장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권장’일 뿐이고, ‘사오정’, ‘오륙도’ 같은 말들이 보여 주듯 현실에서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50대는 자녀의 교육비나 의료비 등으로 가장 많은 생계비가 필요한 시기다. 이 때문에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고연령의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퇴직 압력으로 작용될 수 있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신용보증기금의 노동자들은 58세가 되면 임금의 35퍼센트만을 받는다! 민주노총은 임금피크제가 “고령 노동자의 조기퇴직을 유도해 정리해고의 대체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는 등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임금피크제가 “자칫 비정규직 양산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반대한 것이다.

고용이 불안정한 만큼 일부 노동자들은 임금이 깎이더라도 고용을 보장받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감을 핑계삼아 일부 노조 지도부는 투쟁을 회피하고, 임금피크제에 합의하고 있다. 대한전선 역시 회사가 희망퇴직을 추진하자 노동조합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것이 올바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임금피크제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이라는 우리운동의 중요한 요구를 훼손시킨다. 이것은 비정규직 투쟁에도 해악적이다.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노동 정책에 반대하는 투쟁이야말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분명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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