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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웅’이라더니 퇴직 압박 받는 간호사들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19가 소강상태라며 코로나19 대응 재정 지원과 간호 인력을 줄이려고 한다.

이는 안 그래도 열악한 처우에서 희생을 강요 받은 간호사들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고,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져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도 간호사 수는 매우 부족했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는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간호사들이 선호하는 대형 병원들은 매년 수백 명씩을 신규채용하지만, 2명 중 1명은 1년 안에 사직한다. 병원 측이 환자 1인당 입원 일수를 줄여 수익률을 높여 왔는데, 그것이 노동자들을 더한층 고된 노동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병원들은 간단한 시술과 수술을 외래서비스로 전환했다. 환자들은 짧은 입원 기간 동안 검사와 수술, 치료를 몰아서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간호사 한 명이 근무 조당 맡게 되는 검사·수술·처치가 늘어났고, 환자의 중증도도 높아졌다.

지방 병원이나 중소 병원의 경우,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 때문에 사직과 이직이 많다. 지방 중소병원 간호사의 임금은 서울의 70~80퍼센트 수준이고 대형병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열악한 노동환경

기존에도 높았던 노동강도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더욱 증가했다. 확진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격리 구역에 배치된 간호사는 이전에 여러 직종의 노동자들이 협업하며 했던 업무들(의사 업무의 일부, 검사실 이송, 기저귀 교환, 식사 지원, 사망자 관리 등)을 도맡아 했다.

오랫동안 방호복과 보호 장구를 착용한 상태에서 고된 노동을 해야 하므로 탈수, 근골격계 통증 등 신체적 문제도 낳았다.

코로나19 확진자를 돌보는 데에 기존보다 더 많은 인력이 요구되자 정부는 지난해 9월 노정 합의를 통해 ‘코로나19 병상 간호 인력 배치 기준’을 마련했다. 그리고 11월부터는 ‘배치 기준’을 지키라고 의료기관에 ‘권고’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의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정부와 사측 모두 이를 위한 예산 투입에는 관심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립보라매병원노조는 정부의 배치 기준에 따라 간호사 274명을 충원하라고 병원에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정부 보조금 없다”고 거부했다. 이어 12월에 보건의료노조가 “병원이 ‘배치 기준’을 지키도록 행정명령을 내려라”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무시로 일관했다.

올해 9월 국가인권위의 실태조사 결과,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간호사들은 (정부가 마련한) 배치 기준보다 3배에서 5배나 많은 환자를 간호사가 감당했다.

간호 인력 부족은 더 많은 실수, 더 많은 업무 누락으로 이어져 환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세계적인 의학 저널 《란셋(The Lancet)》에 게재된 연구에 의하면 간호사 배치 수준은 병원 감염, 낙상, 욕창 등 환자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 수가 적을수록 환자의 사망률이 감소한다.

토사구팽하는 윤석열 정부

특히 윤석열 정부는 확진자가 줄었다는 핑계로 인력을 축소하려고 한다. 코로나19 전담병원들을 지정 해제하고 재정 지원을 중단했는데, 이는 간호사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했을 당시, 정부는 민간병원에 지원금을 주고 일반 병동을 코로나19 병동으로 전환하게 했다. 10퍼센트도 되지 않는 공공병상이 포화됐기 때문이다.

이후 확진자가 감소하자 정부는 지난 3월 말 3만 3000개에 이르던 코로나19 병상 수를 6월에는 4000개로 줄였다. 그러자 병원들은 확진자가 증가했을 때 일반 병동에서 차출하거나, 계약직으로 신규채용했던 간호사들에게 무급 휴직, 연차 사용, 권고 사직 등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는 국립대병원들에 코로나19로 일시 증원된 인력을 다시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국립대병원들은 423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 9월 기준 국립대병원 간호사 수는 정원(2만 1630명)보다 현원(2만 952명)이 678명이나 부족하다.

최근 코로나19 유행이 증가세로 전환됐고 올 겨울에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와 병원 측은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간호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11월 10일 하루 파업을 예고했다.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인력·서비스 축소 공격에 맞선 저항이 확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