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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로 알아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실

러시아 제국주의를 규탄할 뿐 아니라 서방의 제국주의와 그에 대한 협력에 반대하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5월 서울 도심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 ⓒ이미진

우크라이나 전쟁은 왜 일어났는가?

이 전쟁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됐지만,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을 배경으로 한다.

냉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군사 동맹 나토(NATO)를 확장해 러시아를 에워싸려 했다. 한편, 소련 붕괴로 혼란에 빠졌다가 이후 국력을 일부 회복한 러시아는 주변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되찾으려 했다. 둘 사이에 있는 우크라이나는 그 과정에서 첨예한 패권 다툼의 장이 됐다.

우크라이나의 정치는 친서방·친러 세력으로 첨예하게 갈려 있었고(어느 세력도 우크라이나 대중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았고, 둘 모두 외세의 후원을 받았다), 두 제국주의 세력 사이에서 동요하다 2014년에 결정적으로 친서방으로 기울었다. 대중 항쟁이 일어나 부패한 친러 대통령을 타도했지만 정치적 대안 부재로 친서방 정치인들이 그 수혜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러시아는 자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크림반도를 점령·병합했고, 이 일에 고무된 일부 친러 세력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친러 정부를 세우면서 내전이 벌어졌다. 이번 전쟁은 이 내전·대리전의 연장이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와 경제적·군사적 연계를 강화했고 이는 바이든 정부 들어 더 속도가 붙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김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푸틴은 무력시위를 벌이며 우크라이나 나토 불가입 보장을 미국에 요구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응하지 않았고, 결국 푸틴은 침공을 감행했다.

나토는 어떤 기구인가?

나토는 미국이 냉전 시절에 소련을 견제한다며 창설한 군사 동맹이다.

나토의 본질은 미국의 패권 기구다. 소련이 무너진 후 나토는 오히려 확장됐다. 나토 국가들의 군비 지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나토는 민주주의 수호자를 표방하지만, 1960~70년대에 회원국 그리스의 군사 독재를 용인했고, 지금도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등지의 억압적인 정권을 묵인한다.

전쟁은 왜 장기화되고 위험해지고 있는가?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침공에 서방은 즉각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군사적·경제적 지원으로 대응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이용해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동맹국들을 결속하려 한다.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중국과 경쟁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파괴되고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죽어 나가는 것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푸틴도 서방 제국주의의 개입에 맞서 우크라이나 침공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방도 이에 뒤질세라 우크라이나에 더 강력한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대국 간 직접 충돌이 벌어질 위험도 커졌다.

바이든과 푸틴 모두 당장 세계 대전을 벌이려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황의 논리는 사태를 위험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핵전쟁의 위험은 얼마나 심각한가?

핵전쟁의 위험은 실존한다. 푸틴은 핵무기 사용이 위협이 “허풍”이 아니라 했고, 바이든은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핵무기 사용에는 정치적 부담이 따를 테지만, 두 지도자는 자국의 위신을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런 말에 상응하는 행동을 하려 할 것이다. 이미 나토와 러시아 모두 저마다 핵전쟁 훈련을 벌인 바 있다.

서방의 무기 지원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정당방위를 지원하는 것 아닌가?

러시아는 제국주의적 이익을 위한 침공을 즉각 중단하고 철군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울 권리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서방이 이 전쟁을 러시아와의 패권 경쟁에 이용하고 상황을 위험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무기 지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전쟁 수행이 전적으로 서방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방은 이런 지원을 통해 전쟁의 목표와 성격, 지속 시간을 결정하고 있다.

예컨대, 3월 말 평화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입장은 (안보 보장을 전제로 한) 우크라이나 중립화와 러시아군을 침공 이전 상황으로 물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4월에 미국은 푸틴을 전범으로 지목하고 푸틴을 협상 대상으로 여기지 말라는 메시지를 줬다. 서방의 무기 지원에 고무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제 크림반도 탈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전략적 요충지를 둘러싼 쟁탈전이자, 수많은 사람들이 덧없이 희생되는 소모전이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에 기대어 러시아를 패퇴시킨다 해도, 강대국 간 경쟁 체제 자체가 약화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는 그 갈등의 최전선이 될 것이고, 서방의 군사적 모험에 종속된 억압적이고 군사화된 사회가 될 것이다. 젤렌스키는 “거대한 이스라엘”이 향후 우크라이나의 모델이라고 말한 바 있고(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억압하는 군사화된 인종분리 국가다),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그래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반대하는 것은 결국 푸틴을 이롭게 하는 것 아닌가?

푸틴의 전쟁은 서방의 개입이 아니라 자국 대중의 저항에 의해 좌절돼야 한다. 우리는 푸틴에 저항하는 러시아인들을 지지하고 고무해야 한다.

서방의 개입은 푸틴이 러시아 내의 반전운동을 억압하고 ‘국민적 단결’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다.

친서방 국가에 사는 우리가 러시아인들의 저항을 고무하는 최선의 방법은 서방 지배자들의 전쟁 관여에 반대하며 러시아인들에게도 자국 지배자들에 맞서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 전쟁에 어떻게 관여하고 있는가?

한국 정부는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현재까지 8000만 달러가 넘는 규모의 군수 물자, 의약품 등을 인도적 지원 명목으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지원했다.

한국 정부는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국가들에 엄청난 양의 무기를 수출했다. 그렇게 수출된 K-9 자주포 차체 등이 전장에서 쓰이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한국이 체코를 통해 무기를 공여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체코 주요 언론 등에서 나오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바라는 한국인들은 그곳의 참상에 일조하려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도 반대해야 한다.

전쟁 반대 운동이 커 보이지 않는데 소용이 있을까?

역사에 남은 거대한 반전 운동들도 처음에는 소수의 노력에서 출발했다. 미국의 유명한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도 첫 집회는 수백 명 수준에 불과했고 “수년간의 노력 끝에 대중적 운동으로 발전했다.”(놈 촘스키).

제1차세계대전이 낳은 저항은 유럽에서 혁명의 물결을 일으켰지만, 전쟁 초에는 오로지 극소수의 혁명적 좌파만이 자국 정부의 전쟁 노력에 반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달린 문제가 됐다. 인류를 재앙으로 이끌고 있는 강대국들의 각축전에 반대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는 것이 중요하다.

11월 26일에 열릴 행동은 그런 운동을 건설하는 디딤돌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