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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
윤석열 정부가 명단 공개 막은 것이 진정한 문제다

경찰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온라인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시민언론 민들레〉 김호경 편집이사와 〈더탐사〉 최영민 공동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이에 〈민들레〉와 〈더탐사〉가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을 당시 발표했던 본지의 입장을 다시 게재한다.

한 인터넷 언론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보도하자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 〈조선일보〉 등 우파들이 일제히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 폭력”, “유족에 대한 끔찍한 테러” 운운하며 위선을 떨고 있다.

그러나 명단을 공개한 쪽이 아니라 명단 공개를 반대한 윤석열 정부가 문제이자 원인 제공자이다.

정부는 위패도 영정도 없는 분향소를 전광석화로 차렸다가 접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한 번도 유가족의 의사를 물은 적이 없다. 그저 하루빨리 이태원 참사 정국에서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유가족의 의사를 존중하기는커녕 유가족을 통제하고 회유할 생각뿐이었다는 것은 경찰이 작성한 사찰 문서에서 드러난 바 있다.

윤석열은 한 번이라도 유가족 의사 물은 적 있었나 위패도 영정도 없는 분향소 ⓒ출처 대통령실

그런데 정부와 집권당과 우파가 위선적인 역공을 펴는 상황에서, 좌파 일각에서도 유가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2차 가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주요 사례다. 또한 언론노조는 “심각한 보도 윤리 불감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참사의 진정한 책임자인 윤석열에 맞선 운동을 확대해 나가야 할 시점에, 희생자 명단 공개 문제를 윤석열의 책임 문제 못지 않게 큰 잘못인 양 비판하는 것은 본말전도이다.

물론 유가족 동의 없이 명단을 전부 공개한 것은 실수였다. 유족 중 일부는 희생자의 이름을 찾아주고 싶어 할 수 있지만, 다른 일부는 원하지 않을 수 있는 등 유족들이 명단 공개에 동일한 입장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윤석열에 맞선 항의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작은 실수다.

158명의 참혹한 희생을 낳고 유가족을 고통에 빠뜨린 진짜 가해자(윤석열)는 따로 있다. 이들에 대한 비판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희생자 명단 공개를 “2차 가해”라고 하는 것은 그다지 분별 있는 행동 같지 않다.

명단 공개로 우파의 악성 비난과 혐오 표현으로부터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유족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 순서상으로) 두 번째 가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명단 공개는 윤석열 정부의 ‘1차 가해’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게다가 명단 공개 측이 ‘1차 가해’ — 진정한 가해 — 세력에 반대해 싸우고 있다는 점에서 ‘2차 가해’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편,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집단으로든 개별로든) 윤석열 반대 운동에 참가하는 것은 소중한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운동이 꼭 유가족을 중심에 놓고 — 즉, 그들이 이끌어 — 건설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왜냐하면 윤석열이 퇴진해야 할 이유에는 이태원 참사라는 커다란 비극뿐 아니라, 과거의 참사와 재해, 앞으로의 참사와 재해 등으로 피해 입고 희생될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안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자·서민의 생계를 악화시키고, 호전적 정책으로 대중의 삶을 위험하게 만들고, 민주적 권리를 공격하는 등 수많은 악행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석열에 확고하게 반대하는 대중 운동이 필요하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법치를 내세워 제1 야당을 압박하고(이재명 대선자금 수사), 보안법 탄압을 하는 등 권위주의를 강화하며 윤석열 반대 세력을 공격하고 있다.

윤석열 퇴진 운동이 더욱 확대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