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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정상회담:
북핵 ‘위협’ 빌미로 미국의 핵우산 확대하기

11월 13일 대통령 윤석열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이 회담에서 세 정상들은 경제, 안보, 기술 등 다방면에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동성명에서 한미일 세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했고,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제적 강압에 함께 대항”하며, ‘한미일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하기로도 합의했다.

대만 문제, 공급망 등의 경제 안보 등은 모두 미·중 갈등의 핵심 쟁점이다.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은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강조해 온 것이며, “경제적 강압”도 미국 정치인들이 중국을 비난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윤석열은 미일의 대중·대북 압박에 더 협력하기로 결정해, 군사적 긴장 고조에 일조하고 있다 ⓒ출처 대통령실

또 이 회담에서 윤석열 정부는 ‘푸른 태평양 동반자’(PBP)에 동참할 의향을 밝혔다.

PBP는 미국이 태평양 도서 국가들과 중국의 관계 강화를 견제하려고 만든 협력체다.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강압적 활동”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 문구도 남중국해에서 인공섬과 군사기지를 만드는 중국을 겨냥한다.

물론 정상회담 후 윤석열 정부는 “PBP는 특정국[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 하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한미일 경제안보대화’에 대해서도 “중국에 초점을 맞춰 과녁을 겨눈다는 식의 해석은 피해 달라”고 했다(〈동아일보〉 11월 17일치). 한미동맹 강화에 적극적이나, 여전히 경제적으로 긴밀한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더 협력하기로 선택했다. 그게 한국 자본주의의 이해관계에 더 낫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미·중 갈등에 한국이 더 깊이 얽히면서 그에 따른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확장억제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세 정상은 북핵 ‘위협’에 대응해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먼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했는데, 이는 한미일의 통합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이 진전할 것임을 가리킨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 미사일 발사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자고 한국에 계속 요구해 왔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도 이런 상황 속에서 체결된 것이었다.

이번 합의는 한일 지소미아 수준의 미사일 방어 협력을 뛰어넘자는 의미다. 한미일 군당국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미사일 발사 탐지와 위치 확인 등을 유기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당장 동해에서 벌어졌던 한미일 연합 훈련이 더 자주 진행될 공산이 커졌다. 성주에 배치된 사드의 효용성도 더 높아질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이런 협력을 강화하는 명분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겨냥하는 조처도 될 것이다. 중국이 반발하며 상응하는 조처에 나설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정상회담에서 북핵에 맞서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확장억제는 핵우산을 확대한 개념으로, “미국의 핵우산, 재래식 타격 능력 및 미사일방어 능력”이 그 구성 요소다.

이와 관련해 앞서 한미 군 당국은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와 강도를 상시 배치 수준으로 강화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략자산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 전략핵잠수함 같은 핵무기는 물론이고, 핵추진항공모함 등 핵공격에 맞먹는 무기도 포함된다.

따라서 확장억제 강화는, 이런 가공할 무기가 앞으로 한반도와 그 주변에 더 자주 출몰할 것임을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는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안보 협력은 불가피하고 협력 강화 자체가 성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 무기가 전진 배치되는 게 과연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무슨 도움이 될까? 이는 북한을 자극해 핵과 미사일에 더 집착하게 만들고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킬 뿐이다. 11월 17일 북한 외무상 최선희는 담화를 내어 이렇게 밝혔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다.” 18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중국도 자극받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의 코앞에 미국 전략무기가 빈번하게 오가는 것이니 말이다.

11월 11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은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 역내 미군의 주둔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중국 측에 얘기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1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은 북한이 핵실험 등으로 긴장을 높이면 “우리 쪽에서 추가적인 방어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런 움직임은 진행 중이다. 10월 31일 호주 방송사 ABC는 호주 북부 다윈에 미군의 B-52 폭격기 6대를 운용할 대규모 군사시설이 건설된다고 보도했다. B-52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다. 전략폭격기의 호주 배치는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행보다.

앞서 지난달에 공개된 새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핵무력 강화를 경계하며 두 개의 핵무장 강대국(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핵억지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이 한국과 일본에 확장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이런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윤석열의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는 한반도를 강대국들의 핵무력 경쟁 위험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위험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