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대해 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국정조사를 주요 요구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은 최근 특검도 추가했다. 진보당도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한다. 이들 정당은 이를 위한 서명 운동도 시작했다.

국정조사와 특검을 반대할 일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가 “이재명 방탄용”이라며 반대하지만, 그들이야말로 ‘윤석열 지키기’를 위해 국정조사조차 반대하고 있음은 누구나 안다.

11월 11일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특검 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 ⓒ출처 더불어민주당

그럼에도 국정조사와 특검이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하거나 효과적인 요구라고 할 수는 없다.

국정조사는 강제력 있는 수사권이 없어서 그 한계가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정조사 증인 출석이나 증거 제출을 요구받아도 응하지 않고 벌금으로 퉁치는 경우도 흔하다.

게다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국민의힘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추진 과정에서 끊임없는 방해를 받을 것이다. 늘 그랬듯 국정조사는 몇몇 고위 관료들을 불러다 호통만 치고 끝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민주당도 국정조사로는 불충분하다며 특검 요구를 추가했다.

그러나 특검제는 도입 이래 속 시원하게 권력형 비리를 밝혀낸 적이 거의 없다.

특검은 1999년 정재계 인사들의 옷로비 의혹을 둘러싸고 시작됐지만, 당시 밝힌 것은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실명뿐이라는 조롱만 받으며 끝났다. 이후에도 이건희에게 면죄부를 준 삼성 비자금 특검, 무혐의로 결론 난 이명박의 BBK 특검 등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대중의 실망과 냉소만 일으키며 진실을 덮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최근 사례로, 지난해 진행된 세월호 특검에서는 “범죄 혐의 없다”는 판결이 나기도 했다.

이는 특검의 근본적 한계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특검은 수사 범위와 대상 등이 정치적 타협 속에서 정해진다. 이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허비될 뿐 아니라 수사 범위, 대상, 기한 등이 축소된다. 게다가 특검은 결국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대통령을 겨냥하는 수사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윤석열에게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시민의 안전보다는 집회 통제와 마약 단속을 우선한 윤석열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침이 이태원 참사를 낳은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국정조사와 특검 요구에 힘을 쏟으며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윤석열은 지금도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보안법 탄압을 벌이고 투쟁하는 노동자를 구속하는 등 저항을 억누르는 데에만 힘을 쏟고 있다. 또 공공요금 인상, 긴축 정책 등을 추진하며 생계비 위기를 겪는 서민의 삶을 악화시키고,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며 동아시아를 더욱 위험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이처럼 윤석열이 퇴진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국정조사와 특검 요구는 초점을 거리 시위가 아니라 국회로 가져가 힘을 분산시키고, 대중을 수동화시킬 우려가 있다.

그러나 진실을 조금이라도 더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동력은 대중 운동의 성장에 달려 있다. 2016년 박근혜 퇴진 운동이 거세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지배자들의 내분이 더 벌어지며 그의 비리가 드러났고, 구속하는 것이 가능했듯이 말이다.

따라서 국정조사와 특검 요구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윤석열 퇴진 운동이 전진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