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는 왕의 일가가 운영하는 독재국가다. 의회민주주의도 노동조합 활동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인구의 12퍼센트만 시민권이 있다. 동성애는 7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카타르의 지배자들이 월드컵을 위해 29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카타르 월드컵은 부패와 체불임금과 의문사와 억압의 월드컵이다. 많은 언론들이 “스포츠 워싱”이라 부르는 이유다.

2010년 12월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되고 10년 동안 6500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이 숨졌다.

6500명은 〈가디언〉이 집계한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사망자 숫자다. 필리핀, 케냐 등 다른 국가 출신까지 더하면 훨씬 많을 것이다.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 또는 카타르 당국에 따르면 “자연사”다.(카타르는 이주노동자의 시신을 부검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로 청년 이주노동자들이 잠을 자다가 급사했다.

이들은 열과 습도(카타르는 사막이지만, 삼면이 바다다), 대기 오염, 과로, 가혹한 노동조건, 열악한 산업보건과 안전 관행,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고혈압에 시달린다. 타는 듯한 고온에서 장시간 육체 노동을 하면 열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카타르의 고질적인 임금 체불에 항의하거나 파업하면 체포되고 추방된다. 그러나 종종 강력한 파업이 승리했는데, 파업의 효과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카타르 인구의 88퍼센트가 이주노동자다.

이주노동은 걸프지역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오만, 바레인, 쿠웨이트 등 걸프만 국가들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가 3000만 명쯤 된다. 대부분 저임금 노동을 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에서 왔다.

카타르 지배자들은 축구와 월드컵을 이용해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고 서방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길 원한다.

몇몇 국가들은 항의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각자 애국심 고취에 바쁘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축구에만 집중해 달라”고 한다. 과연 월드컵의 불의는 새로운 것도 아니다.

권력과 FIFA

FIFA는 월드컵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번다. 비영리단체 FIFA의 순이익이 이번 월드컵에서도 4조 원이 넘을 것이다.

탐욕과 부패가 합법인 것도 문제지만, FIFA는 불법 범죄들의 온상이다. 횡령, 뇌물, 공갈, 협박, 갈취, 탈세, 돈세탁 등.

2010년 있었던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만 간단히 살펴보자.(이를 다룬 다큐멘터리 〈FIFA 언커버드〉를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했다.)

당시 UEFA(유럽축구연맹) 회장은 프랑스의 축구 영웅 미셸 플라티니였다. 각국 기자단이 직접 뽑는 축구계 최고 권위의 발롱도르상을 3연속 수상한 선수는 미셸 플라티니와 리오넬 메시밖에 없다.

개최지 선정 투표 9일 전, 미셸 플라티니는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와 함께 카타르 왕족들을 만났다.

투표 결과 카타르가 선정되자 보답이 이어졌다. 카타르 국왕(당시 황태자)은 적자에 시달리던 파리생제르망 축구팀을 인수해 구단주가 됐다. 카타르 국왕 소유 방송국이 프랑스 축구리그의 방영권을 사들였다. 또 프랑스제 전투기를 9조 5000억 원어치, 프랑스산 에어버스 항공기를 8조 7000억 원어치 사들였다.

너무 노골적이어서 금세 의심을 샀지만, 사르코지는 7년이 지나서 뇌물수수 혐의 수사를 받았고 미셀 플라티니는 9년이 지나서 긴급체포 됐다.(하루만에 풀려났고 처벌받지 않았다.)

2014년 FIFA는 2년간의 윤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카타르 선정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정작 조사를 담당한 위원장은 FIFA의 발표 내용을 부정하고 항의했다.

급기야 2015년 미국 FBI(연방수사국)와 IRS(국세청)가 FIFA의 호텔을 급습했다. 침대 시트로 얼굴을 가린 채 FIFA의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끌려갔고 TV로 중계됐다.

그런데 18년째 FIFA 회장인 제프 블라터는 무사했다.

미 법무부 장관은 카메라 앞에서 FIFA를 “마피아나 멕시코 마약 카르텔”만큼 험하게 다뤘다. FIFA 임원들은 47개 혐의로 기소됐고 공갈, 금융사기, 자금세탁은 20년 넘게 지속된 중범죄였다.

그러나 FIFA 임원 누구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

2010년에는 카타르가 미국을 제치고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됐지만, 2018년에는 새로운 FIFA 집행위가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미국을 2026년 월드컵 공동 개최지로 선정했다.

FIFA는 거대 기업들, 국가들과 한통속이다. 이 악당들이 우리가 사랑하는 공놀이를 가로챘다. 주요 축구 팀, 경기, 리그, 대회, 중계, 스폰서, 미디어는 모두 대기업과 국가가 소유하거나 운영한다. 그들은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축구를 이용해 왔다.

그들과 우리

이제는 노래를 부르거나 요리를 하거나 춤을 추는 것도 스포츠 경기와 비슷해졌다. 서로 대결하고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패자를 탈락시키고 우승자를 만들어 팬덤을 키운다.

이런 노래 경연에서 만약 윤석열이 임영웅을 응원한다면 윤석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임영웅을 좋아하지 말아야 할까? 그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월드컵의 이데올로기 효과는 훨씬 강력하다. 그래서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월드컵이 조장하는 애국심 또는 하나로 단결된 국민이란 의식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지만 대체로 지배자들의 지배력에 훨씬 유용하다.

다른 국가들에 대항해서 ‘우리’가 하나로 뭉쳐 있다는 느낌은 지배자들이 좋아하고 조장하는 가짜 공동체의 느낌이다.

윤석열, 이재용, 바이든, 머스크의 실제 행동을 보자. 그들은 공동체보다 계급의 이익을 최우선시 한다. 세계가 위기에 빠질수록 평범한 사람들에게 긴축과 고통을 강요하고 부자들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삶, 생명, 지구의 미래를 희생시키고 있다.

이것이 월드컵 기간에도 그들과 우리가 하나 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