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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정당하다

유가 상승으로 심각한 생계비 위기 겪고 있는 화물 노동자들. 11워 24일 의왕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 ⓒ백선희

화물 운송 노동자들이 11월 24일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윤석열 정부와 사용자들이 고유가·고물가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6월 초에도 8일간의 파업으로 물류를 멈춰 세웠다. 이는 집권 초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등 정치적 효과를 냈다.

그 결과 정부는 ‘안전운임제 유지·확대를 위해 노력한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은 그 합의를 뒤집으려 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일종의 최저임금 제도다. 법상으론 올해 말로 제도가 종료된다.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주요 항만, 컨테이너 기지, 제철소·시멘트·정유·자동차 공장 등 전국 주요 물류 거점에서 투쟁하고 있다.

파업 첫날부터 물류 차질이 일부 빚어졌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하루 출하량 8000톤 전부를 내보내지 못했다. 일부 시멘트 공장에서도 출하량이 줄었다.

위협

정부와 기업주들, 친기업 언론들은 이런 물류 차질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래서 파업 전부터 노동자들을 맹비난하며 탄압을 준비했다.

윤석열이 그 대열의 맨 앞에 섰다. 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윤석열과 국토부 장관 원희룡은 업무개시명령을 내려서 파업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긴급 당정협의회, 관계장관회의가 잇따라 열렸다. 국무총리 한덕수는 화물연대 파업이 “민생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성장 동력의 불씨를 꺼뜨리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윤석열이 말하는 법치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이태원 참사의 비극에서 잘 드러났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 집회 통제를 우선하느라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을 내팽개쳤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윤석열이 말하는 ‘법과 원칙’은 기업주들의 이윤을 우선하느라 화물 노동자 파업을 탄압하고 고통을 전가하려는 것이다.

화물연대 파업이 “민생 경제를 위협한다”는 비난도 터무니없다. 윤석열 정부가 걱정하는 “민생”은 노동자 등 서민층의 삶이 아니라, 기업주들의 이윤일 뿐이다.

생활고

화물 노동자들은 지금 심각한 생활고에 내몰려 있다. 고유가·고물가로 허리가 휘는데 최근 경기 후퇴로 물량까지 줄어 매달 수백만 원씩 소득이 감소했다.

그래서 최소한의 안정적 생계를 위해 안전운임제가 필요하다. 안전운임제는 현행법상 화물 노동자 일부에게만, 그것도 올해 말까지만 시행하도록 돼 있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를 영속 유지하고(일몰제 폐지), 적용 차종·품목을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 한 6월 합의조차 뒤집으며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마치 통 큰 양보라도 되는 양 말했지만, 노동자들의 바람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화물 노동자의 90퍼센트 이상이 안전운임제를 적용받지 못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정부·여당은 기존의 안전운임제를 개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국토교통위 간사 김정재는 23일 개악 법안을 발의했다가 당일 철회했다가 다음날 내용을 슬쩍 바꿔 재발의했다.

언론들은 마치 개악 내용을 철회한 것처럼 말했지만 진실은 다르다. 원안에 있던 원청 기업주 책임을 삭제하는 조항은 빠졌지만, 운임 산정의 기준이 되는 항목에서 인건비, 대기시간 등을 없앴다. 운송료를 낮추기 위한 독소 조항을 남겨둔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합의 번복을 비판했다. 그러나 5개월 전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 주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던 민주당은 “여야 합의와 조율”을 말하며 김을 빼 왔다.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을 5개에 한해서 늘리겠다고 했다가 3개로 하겠다고 하는 등 후퇴도 거듭했다.

잠재력

화물 노동자들은 국가 경제의 대동맥과 같은 물류 산업을 파업과 봉쇄 투쟁으로 멈춰 세울 힘이 있다. 대중의 생활고가 심각한 상황에서 연대를 모을 잠재력도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정부는 군대와 정부 차량을 동원해 대체수송을 지원하고 경찰병력을 동원해 봉쇄 투쟁을 막아 서고 있다. 윤석열은 특히 화물 노동자들의 봉쇄 투쟁을 “동료 괴롭히기”, “타인의 자유를 짓밟는 폭력 행위”라고 거품을 물었다.

그러나 주요 항만과 공장 등 물류 거점을 봉쇄하는 대체수송 저지는 화물 노동자들이 전통적으로 해 온 효과적인 투쟁 방식이다. 파업은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뭉쳐서 해당 기업·산업을 멈춰 세우려고 하는 것이다. 사용자와 정부를 압박·강제할 노동자들의 힘은 거기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대체수송 저지는 동료 괴롭히기이기는커녕 단결을 위한 전술이다. 안전운임제 지속·확대 요구는 화물 노동자 모두의 조건 개선을 위한 것으로, 화물연대 조합원만이 아니라 비조합원들의 오랜 바람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분노하는 사람들, 우리의 삶과 안전이 망가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 법치 앞세운 탄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적을 상대하고 있다.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을 응원한다.

11월 24일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에서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충북지역본부 파업 결의대회 ⓒ안우춘
11월 24일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열린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와 위수탁본부 파업 출정식 ⓒ정성휘
11월 24일 울산신항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울산지역본부 파업 출정식 ⓒ김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