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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집회가 이재명 방탄용 집회?

윤석열 퇴진 집회가 이재명 방탄용 집회라거나 민주당을 이롭게 하는 집회일 뿐이라는 주장이 있다. 국민의힘이 그렇게 주장하는데, 좌파 일각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윤석열 퇴진 운동과 민주당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우선, 윤석열 퇴진 요구는 민주당의 입장이 아니다.

윤석열 퇴진 요구와 민주당의 요구는 모순 퇴진 집회 참가자들이 민주당보다 더 급진적이다 ⓒ이미진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퇴진 요구와 민주당의 요구는 모순된다.

윤석열 퇴진 집회 주도자들이 민주당 진보파와 친밀한 관계인 것은 맞지만, 현 시점에서 그들은 민주당 진보파와는 달리 윤석열 퇴진이라는 급진적 요구를 제기하며 운동을 이끌고 있다.

민주당 진보파 의원들은 몇 명을 제외하면 거리 운동에 동참하지 않고 원내 활동만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렇게 국회 내에서 국민의힘과 협상하는 것을 수단으로 삼는 반면, 퇴진 집회에는 주로 40대의 서민층이 참가하고, 집회 규모가 커질 때는 생전 처음 정치 운동에 참가하는 듯한 젊은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많이 참가하고 있다. 운동의 참가자가 어떤 사회 집단인가하는 점은 그 운동의 성격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퇴진 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 자체가 재난이라고 외쳤다.

11월 19일 집회가 한 달 전 전국 집중 집회보다 더 커진 것은 반윤석열 정서가 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물론 이태원 참사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집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 자체가 보통 사람들에게 경제 위기 고통을 전가하고 참사의 비극을 재현할 것이므로 반드시 끌어내려야 한다는 김승주 씨의 연단 발언에 “촛불 환호가 뜨거웠”던 것에서도 집회 참가자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정서는 퇴진 집회 곳곳에서 확인된다.

가령 19일 퇴진 집회 주최 측이 나눠 준 팻말의 한쪽 면에 적힌 구호는 “민생파탄 정치보복 평화파괴 친일매국, 윤석열 퇴진!”이었다. 워딩의 일부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워딩이 담고 있는 내용 자체를 좌파가 반대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또한 일부 참가자들은 민주노총과 정의당이 퇴진 집회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들은 집회 참가자들의 목적이 민주당 재집권을 뛰어넘는 것임을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이는 2004년 보수 정당들에 의한 노무현 탄핵 직후, 노무현의 개혁 배신에 비판적임에도 우파의 반민주적 탄핵에 반대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나왔던 일을 떠오르게 한다.(이 사례를 통해 대중의 반윤석열 정서가 단순 민주당 지지로 축소시키기에는 더 급진적인 면이 있음을 상기코자 한다.)

사실, 19일 민주당의 입장에 충실한 집회는 윤석열 퇴진 집회가 아니라 같은 시각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였다. 개혁국민운동본부, 밭갈이운동본부, 21세기조선의열단, 민주진보유튜브연대가 “진실 규명 국정조사·특검 즉각 실시하라”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고작 수백 명이 참가한 이 친민주당 집회에서 주최측은 ‘민주당에게는 막연한 퇴진 요구보다 국정조사가 더 도움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 집회에서조차 윤석열 퇴진 구호를 외친 발언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민주당의 꾀죄죄함

민주당은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이재명 턱 밑까지 들어왔는데도, 저항도 제대로 안 할 뿐 아니라 소속 의원들에게 퇴진 집회 참가 자제를 요구했다.

그리고 11월 23일 민주당은 내년 예산안 통과 직후 국정조사를 시작하기로 국민의힘과 합의했다. 본지가 경고한 대로 국민의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점 때문에 국정조사 실시 합의 관련 내용은 여당의 요구를 많이 반영했다.

같은 날, 민주당은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100미터 집회를 금지하는 것도 국민의힘과 합의했다. 10만 명이 대통령 집무실 정문까지 행진해 가서 윤석열 퇴진을 외친 지 일주일도 안 돼 민주적 권리 제약을 뻔뻔하게 합의한 것이다.

퇴진 집회가 민주당의 2중대이기는커녕, 민주당은 퇴진 집회에 도움이 안 되는 행위를 하며 등을 돌려 버린 것이다.

민주당이 여야 공통 공약 입법 추진에 합의한 것도 문제다. 윤석열과 공통된 공약은 십중팔구 나쁜 공약일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게 있다고 민주당이나 정의당이 주장하는 것은 퇴진 구호에 물타기 하는 효과를 낼 뿐이다.

민주당이 반윤석열 투쟁을 일관되게 벌일 수 없는 것은 그 당도 윤석열 정부가 하려는 경제 위기 고통 전가와 기업 이윤 보호 등을 명백히 찬성하는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변화 염원 대중의 쓰라린 대안 부재감 속에서도 윤석열 반대 정서는 계속 늘고 있다. 이런 정서가 더 커지고, 기꺼이 행동으로 연결되면 윤석열 정부에 커다란 압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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