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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MBC, YTN, TBS 등등] 언론은 국익 위해 봉사해야”:
21세기 보도지침인가

MBC가 취재 전용기에서 내릴 게 아니라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출처 언론노조

“확인하기 힘든 말(‘바이든’/‘날리면’)을 자막으로 만들어 무한 반복했습니다. 이게 악의적입니다.”

[가짜뉴스로] 한미동맹을 노골적으로 이간질했습니다. 이게 악의적입니다.”

[광우병 소고기 보도, 월성 핵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보도 등] 국민 불안을 자극하는 내용들을 보도했지만 모두 가짜뉴스였습니다. 이게 악의적입니다.”

11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실이 발표한 “MBC가 악의적인 이유 10가지” 중 일부 내용이다. 대통령 비판 좀 했다고 대통령실이 직접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모습에서 윤석열 정부의 권위주의를 볼 수 있다. 1980년대에 언론사마다 보도지침을 하달해 보도의 “가(可), 불가(不可)”를 결정하고 보도의 방향이나 세부적인 표현까지 통제했던 전두환 정권이 떠오른다.

지난 9월 MBC가 윤석열의 해외 순방 당시 비속어와 “바이든” 발언을 최초 보도한 이후, 윤석열은 MBC를 집요하게 물고늘어졌다.

정부는 10월부터 MBC 세무조사에 들어가 최근 520억 원에 이르는 추징금을 물렸다. 추징금 액수는 이례적으로 곧장 유출됐다. 언론사 세무조사는 군사 정권 시절뿐 아니라 이명박 등 많은 정부들이 빼 들어 온 비판적 언론 압박 명분이자 길들이기 수단이다.

11월 18일 윤석열은 MBC 기자단의 취재 전용기 탑승을 거부했고, 이에 대해 MBC 기자가 약식 회견(‘도어스테핑’) 자리에서 따지자 대통령실은 이 기자를 징계하려고 출입기자단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기자단이 이를 거부하자 윤석열은 아예 약식 회견을 중단해 버렸다.

국민의힘 비대위원 김상훈은 공개적으로 삼성 등 언론 광고주들에게 ‘MBC 광고 중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의원 박성중은 MBC 박성제 사장과 보도국장, 디지털뉴스국장, 취재 기자 1명을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상의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또, “언론노조 출신 경영진이 문제”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MBC 사장 교체를 압박하고, MBC를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비판 언론에 대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재갈 물리기는 MBC만 노리는 게 아니다.

국민의힘은 YTN이 “친민주당 방송”이라고 비난한다. 국세청은 5년마다 하던 세무조사를 4년마다 하겠다며 올해 YTN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유자산 매각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한전KDN의 YTN 지분 매각(민영화)을 포함시켰다.

감사원은 KBS 특별 감사 기한을 연장했다. 서울시의회 과반을 차지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서울시의 TBS 지원을 중단하기로 의결했다. 이것은 서울시장 오세훈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다.

퇴진 지지 정서 억누르기

윤석열이 정부 비판 보도에 이토록 신경질적으로 나오는 것은, 그의 속이 좁쌀만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가 속좁은 인간인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윤석열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결국 그러한 자유의 본질이자 핵심인 서민 대중의 비판과 저항을 억누르려는 시도이다.

윤석열은 집권 반년 만에 심각한 정치 위기에 직면했다. 대장동 수사 등을 통해 민주당에 부패 이미지를 덧씌워 이태원 참사 정국의 위기를 돌파하려고 한다.

윤석열은 제1 야당과 비판 언론을 압박하면서 안보·헌법 수호 운운했다. 얼토당토않게 민주당을 “주사파”로 왜곡·비방하고, 언론의 사명은 진실이 아니라 국익이라는 것이다.

‘국익 앞에 복종’ 식으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권위주의적인 언론 압박이다.

특히, 정부를 비판·반대하면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역대 우파 정부들이 애용했던 수법이다.

윤석열 정부의 이런 비판 언론 탄압은 보통 사람들의 정치적·정신적 삶에서 비판 의식을 위축시키려는 것과 관련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통해 경제 위기의 고통 전가에 맞선 저항을 약화시키고 싶어 한다.

물론 민주당은 윤석열의 비판 언론 길들이기를 규탄하고 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언론중재법(‘가짜뉴스’, 명예훼손을 근거로 언론 처벌을 강화하는 법) 시도했던 장본인’이라고 반박한다.

대선 때 언론중재법을 반대해 놓고 집권하자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는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할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다’ 식인 민주당의 대응이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의 언론 길들이기 시도에 제대로 맞설 수 있는 힘은 윤석열 퇴진 운동의 확대와 노동자 투쟁의 고양에서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