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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G20 정상회의에서 세를 과시한 신흥국들

우크라이나 전쟁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킨 G20 정상회의 ⓒ출처 G20 Indonesia

세계 수준의 제국주의적 경쟁이 거세지자 신흥국들에 기회가 생기고 있다. 이것이 지난주 발리 G20 정상회의의 교훈이다.

G20은 “선진국과 신흥국을 연결하는 전략적 다자주의의 장”을 표방한다. 여기에는 G7을 이루는 서방 제국주의 열강과 그들의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호주가 속해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주요 개발도상국인 인도·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네시아가 포함돼 있다.

G20은 2007~2009년 국제 금융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이 손발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G20은 갈수록 마비됐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논평가들이 지난주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그 예측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G20 정상회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 전쟁이 어마어마한 사람들의 고통을 낳고, 가뜩이나 위태로운 세계경제를 더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 핵무기 사용과 핵무기 사용 위협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갈등의 평화적 해결, 위기 해결 노력, 외교와 대화가 절실하다. 오늘날이 전쟁의 시대가 돼서는 안 된다.”

회의에 불참한 러시아 대통령 푸틴에게는 큰 낭패다. 개발도상국들은 지난 3월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지자 대체로 기권했고, 러시아를 상대로 한 서방의 경제 전쟁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가 묘사했듯이 이제 푸틴은 러시아와 함께 브릭스(BRICS)를 이루고 있는 파트너들(브라질·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과 G20 개최국 인도네시아가 “전쟁 비판 공동성명을 내는 게 아무 성명도 내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결정적인 부동표를 쥐고 결정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핵무기 사용 위협

어째서 이런 변화가 일어났는가? 두 가지 명백한 이유 때문이다. 첫째, 모두가 푸틴의 핵무기 사용 위협을 싫어한다. 미국과 러시아의 전면전이 초래할 방사능과 핵겨울에서 안전한 곳은 아무 데도 없을 것이다. 둘째, 공동선언이 밝히듯이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켰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특히 큰 고통을 줬다.

중국은 다소 마지못해 공동선언에 동참했다. 십중팔구 러시아와 덩달아 따돌림받지 않으려는 것일 테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미국 대통령 바이든을 당선 이후 처음으로 직접 만났다. 시진핑은 대체로 건설적인 세계적 강국으로서 중국이 할 구실을 강조한 듯하다.

대체로 말해 이번 G20 정상회의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승리였다. 그러나 그 의미를 부풀려서는 안 된다. G20 공동선언은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성명 초안을 마련하는 데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인도는 계속 러시아산 석유·가스를 대규모로 사들일 것이다. 미국과 신흥국들의 입장차를 좁히려 애쓴 사우디아라비아는 에너지 카르텔인 ‘오펙 플러스(OPEC+)’에서 러시아와 계속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다.

발리 G20 정상회의는 주요 신흥국들이 미국·중국·러시아의 지정학적 갈등에서 운신의 폭을 발견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튀르키예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은 높아진 영향력을 이미 한껏 과시한 바 있다. 튀르키예는 흑해에서 지중해로 드나드는 해협들을 지배한다. 또,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러시아와 대체로 우호적인 관계여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득을 보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이를 지렛대 삼아 몇 주 전 에르도안은 푸틴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튀르키예의 중재로 마련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허용하는 협정을 푸틴이 파기하려 하자 이를 저지했던 것이다.

이는 냉전 때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중립을 추구한 탈식민 국가들의 비동맹 운동과는 다른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이데올로기적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 아류제국주의를 표현하는 국가들이 득을 보려고 책략을 펴는 것에 더 가깝다.

지금은 냉전 시기와는 상황이 다르다. 1960년 미국과 유럽은 세계 산출량의 거의 4분의 3을 차지했다. 지금은 약 4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 경제력의 균형이 신흥국들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제 그것의 지정학적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