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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시 정부는 이란을 위협하는가?

먼저, 원래 네오콘의 중동 재편 구상에 이란의 ‘정권교체’가 포함돼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서방 자본주의의 중심 국가들(유럽·일본)과 중국(그리고 인도)이 점점 더 수입 석유에 의존하게 되면서 부시와 네오콘들은 석유에 대한 통제가 세계 제패의 중요한 원천이 된 점에 주목해 왔다.

부통령 체니가 주도해서 작성한 2001년 〈국가 에너지 계획〉은 중동 지역이 “전 세계 석유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고 지적했고, 네오콘은 석유 매장량 1·2·3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이란을 포함한 중동 전역의 재편을 목표로 삼는다.

실제로 2002년 8월 19일자 〈뉴스위크〉는 이라크 침략을 앞둔 당시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모두 바그다드로 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진짜 힘있는 사람들은 테헤란도 가고 싶어한다.”

둘째, 현재 미국이 이라크에서 처한 상황 때문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지적했듯이 “만약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군한다면, 중동을 재편하려는 미국의 계획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리고 좀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이라크를 협박하고 무력을 사용한 결과가 결국 철군이라면, 미국 정부는 다른 정부들이 여러 쟁점들에서 더는 미국의 말을 고분고분하게 따르지 않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군을 계속 주둔하는 것도 이라크인들의 정서와 저항세력의 성장을 고려할 때 역시 타당하지 않다. [이러한] 군사적 난점 때문에 미국은 자신이 나서서, 또는 이스라엘을 고무해서 이란이 이라크 저항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핑계로 이란을 공격해서 상황의 반전을 꾀하는 모험을 벌일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이 과거 베트남에서 처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닉슨 정부는 비슷한 이유에서 캄보디아를 침략했다.

셋째, 최근 이란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원래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 듯 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란 정권은 풍전등화의 상황에 처한 듯 보였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를 보면 미국은 2003년 11월에 ‘CONPLAN 8022-02’라는 작전 계획을 세웠는데, 이것은 “이란에 대한 선제 공격”을 허가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2003년 후반부터 이라크 저항세력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 덕분에 이란 지배자들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됐고, 일부는 미국이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함부로 침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이란이 당장 핵무기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국 2005년 이란 대선에서 핵 개발 권리를 주장하는 아흐마디네자드가 당선했다.

미래에 이란이 핵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면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핵 독점이 무너지게 되는 것을 뜻하며, 이것은 미국 제국주의에게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또, 이라크 점령이 만든 정치적 혼란 속에서 친이란 시아파 지도자들의 영향력이 크게 증가했다. 마흐디 군을 이끄는 무크타다 알사드르나 이슬람혁명위원회, 알다와 당은 각기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친이란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지정학적 변화의 또 다른 축은 중국 경기 과열의 결과다. 중국 경제는 심각한 석유·가스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고, 이라크 유전으로의 진출이 미국의 침략으로 무산된 후 다른 석유·천연가스 공급처를 절박하게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중국은 이란과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2004년에는 대규모 유전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의 신경을 더 거슬리게 한 것은 중국이 이란을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대한 지정학적 영향력을 (미래에) 마련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이었다.

사실, 중국만이 그런 생각을 품은 것은 아니었다. 러시아도 단지 핵발전소 판매 시장으로서만이 아니라 옛소련 붕괴 이후 잃었던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이란의 후원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중국과 러시아는 중국·러시아의 지정학 동맹인 ‘상하이협력체’에 이란을 참관인으로 초청했고, 미국의 항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란에 최신형 미사일 시스템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이라크 전쟁은 ‘중국­러시아­이란 동맹’이라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악몽이 실현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것은 유라시아에서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세력이 등장하는 초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네오콘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안보리 회부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러시아와 이란의 관계 악화를 의도했지만 동맹이 형성될 수 있는 조건은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미국이 이란을 가만 놔둘 수 없는 구조적 이유 중 어떤 것은 미국이 이란을 쉽게 공격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례로, 만약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이라크 시아파들이 수니파 게릴라들과 연대해서 미군에 저항할 수도 있다.

최근 알사드르는 테헤란에서 아흐마디네자드와 회담을 갖고 “만약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이라크 전역에서 미군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른 한편, 미국 지배자들은 분열해 있다. 원칙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은 모두 이란을 가만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다.

유력한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 등 공화당 내 일부는 군사행동을 취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한편 민주당과 자유주의 언론들은 아직 외교적 해결책을 선호하고 있다.

이것은 근본적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반전 운동을 포함해서 반부시 운동과 정서가 더 강력해진다면 이란 문제가 주류 정치권 갈등을 첨예하게 만드는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여러 차례 다른 지배자들의 우려를 무시했다. 이라크 전쟁 전에도 일부 지배자들이 우려를 했지만 부시 정부는 도박을 걸었다.

미국의 이란 침략이 1백 퍼센트 예정된 사건이란 의미는 아니다. 2005년 봄 때처럼 미국이 이란보다 손쉬운 상대인 시리아로 목표를 바꿀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자신의 세계 제패 전략에 따른 중동 재편 계획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이 곳에서 또 다른 침략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란 핵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된 것을 봤을 때 당분간 이란이 그 위협의 주된 대상이 될 것 같다.

반전 운동은 이 위협에 미리 대비해 둬야 한다. 제국주의적 위협이 존재할 때 이것을 과대평가하는 것보다는 이 위협을 무시하는 것이 더 큰 잘못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